소비보다 정비, 나를 데리고 떠나는 장흥[여밤시]

양형모 기자 2026. 2. 1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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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이 웰니스 여행지로서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수령 60년 이상된 편백나무가 장관을 이루는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사진제공 | 지엔씨21
여행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많이 보는 일정 대신 잘 쉬는 일정, 유명한 장소를 인증하는 대신 몸과 마음을 정돈하는 시간이 더 중요해졌다. 전남 장흥은 이런 흐름을 정확히 읽고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숲과 의료, 약초와 음식이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지는 구조. 이곳에서 여행은 소비가 아니라 ‘정비’에 가깝다.

장흥 웰니스 여행의 출발점으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곳은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다. 억불산 자락 120ha에 조성된 공간으로, 60년 이상 된 편백나무 숲이 중심을 이룬다. 생태건축 체험장과 목재문화체험관, 무장애 데크로드인 말레길, 치유의 숲까지 단단한 구성이다. 경사가 완만한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숨과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숲은 설명하지 않아도 제 할 말을 다 한다.

편백소금집은 이곳을 대표하는 시설이다. 천일염과 편백으로 구성된 온열 치유시설로 소금동굴, 소금마사지방, 소금해독방, 편백반신욕방, 황토방, 소금 단전호흡방 등을 갖추고 있다. 아토피 피부질환, 고혈압, 뇌졸중 등 현대인의 생활에서 비롯된 질환에 대해 면역력 향상과 자연치유 체험을 돕는 국내 유일의 시설로 소개된다. 숲길을 걷고 온열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하루 일정은 충분히 채워진다.

한의학 기반 통합의료가 강점인 마음건강치유센터. 사진제공 | 지엔씨21
의료 기반 프로그램을 찾는다면 전남 마음건강치유센터가 있다. 2025년 우수웰니스관광지로 선정된 기관으로, 원광대 장흥통합의료병원 2층에 자리한다. 코로나19 이후 우울과 불안, 스트레스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설립됐다. 한의학 기반 통합의료를 중심으로 통합의학 치료와 산림치유, 아로마테라피 등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당일, 1박2일, 2박3일 과정으로 구성됐다. 모든 일정에는 통합의학 치료와 힐링·치유 프로그램, 한방 교육이 포함된다.

1박 이상 과정에는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더해진다. 참여 인원은 최소 12명에서 최대 24명, 하루 3팀까지만 신청 가능하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전신 크라이오테라피 챔버와 전동 리클라이너 헤드스파 체어, 편백 온열베드 같은 장비도 갖췄다. 병원 내 위치한 만큼 스트레스 지수와 체성분, 동맥경화도, 활성산소, 맥파, 불안 및 우울 등 건강검진 서비스도 제공한다.

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생활습관 개선 정보를 안내하고, 한방과 교수가 직접 시행하는 약침 시술도 특화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숙박형 참가자는 우드랜드 내 생태체험펜션을 이용하며, 일정은 경옥환 만들기 교육으로 마무리된다.

지역 특산 생약초와 아로마 오일을 접목한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장흥힐링테라피센터. 사진제공 | 지엔씨21
장흥읍 중심지의 장흥힐링테라피센터 역시 눈여겨볼 공간이다. 연면적 1295㎡, 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된 복합 치유 공간이다. 자연과 약초, 전통을 기반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층에는 북카페와 생활공예전시관, 2층에는 동아리실과 마을 방송 스튜디오, 3층에는 테라피실이 자리한다. 특히 3층에서는 지역 특산 생약초와 아로마 오일을 접목한 체질별 힐링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라는 점도 장흥답다.

웰니스 여행에서 식탁을 빼놓을 수는 없다. 장흥의 겨울은 굴구이와 장흥삼합으로 채워진다. 자연산 굴을 구워 먹는 굴구이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겨울 보양 메뉴로 알려져 있다. 굴무침과 굴 전, 굴 라면까지 선택지도 다양하다.

키조개 관자, 표고버섯, 한우를 구워 먹는 장흥삼합. 사진제공 | 지엔씨21
굴을 듬뿍 넣은 굴매생이떡국. 사진제공 | 지엔씨21

장흥삼합은 키조개 관자와 표고버섯, 한우를 함께 구워 먹는 지역 대표 음식이다. 정남진 토요시장에는 삼합을 내는 식당이 많다. 소고기를 별도로 구매해 세팅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도 일반적이다. 숲에서 숨을 고르고, 식탁에서 기운을 채운다. 동선이 자연스럽다.

장흥126타워. 사진제공 | 지엔씨21
보림사. 사진제공 | 지엔씨21
장흥126타워와 가지산 보림사, 천관산 동백숲 같은 자연·문화 자원도 돌아보기 좋다. 2만 그루 규모의 동백나무 자생지로 알려진 천관산 동백숲은 겨울에도 붉은 꽃을 피운다. 보림사 뒤편 비자림 숲길에는 400년생 비자나무 6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걷고, 쉬고, 먹고, 점검하는 일정이 한 도시 안에서 이어진다. 장흥에서의 여행은 속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숲과 의료, 음식과 자연이 이미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몸의 리듬을 되찾는 시간. 장흥은 그 시간을 위해 준비된 도시다.

[여밤시] 여행은 밤에 시작된다. 캐리어를 열고, 정보를 검색하고, 낯선 풍경을 상상하며 잠 못 드는 밤. 우리들의 마음은 이미 여행지를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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