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틴’ 최민정·‘밀어준’ 심석희·‘끝내준’ 김길리의 금메달 합작품

김화영 2026. 2. 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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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막힌 혈이 뚫렸습니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3,000m 계주에서 금빛 질주를 펼치며 이번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선사했습니다.

대회 초반 넘어지는 불운과 상향 평준화된 상대 팀들의 실력에 시상대 정상까지 오르는 게 쉽지 않았지만, 결국 대표팀은 계주 종목에서 하나 된 모습으로 8년 만에 다시 금메달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경기를 다 마친 뒤 선수촌 앞에서 KBS 취재진과 만난 선수들은 늦은 시간에도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금메달의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위기에 강한 최민정 "거의 넘어졌다 생각했지만 이 악물고 버텨"

최민정은 네덜란드 선수에 걸려 넘어질 뻔한 위기를 노련하게 버티며 금메달의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이번 계주에서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습니다. 3위로 달리던 중 앞서가던 네덜란드 선수가 넘어진 건데, 하마터면 최민정의 길을 가로막아 함께 걸려 넘어질 뻔한 겁니다.

최민정은 "저도 '거의 넘어졌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었는데 진짜 넘어지면 끝이니까 '무조건 이 악물고 버티자' 그런 생각하면서 버텨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유난히 최민정의 금메달이 더 빛나는 건, 여러 기록을 한꺼번에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금메달로 최민정은 동계올림픽 통산 금메달 4개째를 수확해 '한국 쇼트트랙의 전설' 전이경과 금메달 개수 타이 기록을 이뤘습니다. 또 올림픽 통산 메달 6개를 수집해 진종오와 김수녕, 이승훈이 보유한 동·하계 올림픽 한국인 최다 메달 기록과도 타이를 기록했습니다.

최민정은 우선 "첫 올림픽 때도, 두 번째 올림픽 때도 많이 울었는데 이번 올림픽은 그래도 막 눈물이 나기보다는 그냥 기쁘다"며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기록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오늘로써 도전이 성공했다는 게 너무 꿈만 같고 뿌듯하기도 하다"며 "그래도 마지막 한 종목 1,500m가 남았으니까 집중력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빛나는 푸시맨 심석희 "계주 순번·호흡 많이 고민하고 얘기하며 준비해"

여자 계주에서 강한 힘으로 최민정을 밀어주며 역전의 발판을 만든 심석희는 금메달을 딴 뒤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마지막 4바퀴를 남기고 3위에서 2위로 최민정이 올라서는 과정, 그 뒤에는 심석희가 있었습니다. 묵묵히 계주에만 매진한 조연의 역할이었지만, 강한 푸시로 힘을 전달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준 셈입니다.

특히 지난 시즌까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불거진 고의 충돌 의혹 여파로 관계가 소원해졌던 최민정과 심석희가 다시 힘을 합쳐 전략을 극대화한 결과가 곧 금메달이라는 점이 유의미합니다.

심석희는 "저희가 계주 순번에서도 또 호흡을 맞추는 데도 정말 많이 고민하고 또 대화하고 준비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시합에서 여러 상황이 나왔지만, 연습 때부터 맞췄던 부분들이 잘 나왔던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2014 소치 대회와 2018년 평창 대회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땄던 심석희는 8년 만에 돌아온 이번 대회에서 또다시 계주 금메달을 합작하며, 계주 종목에서만 금메달 3개를 수확하는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심석희는 "올림픽이라는 의미는 늘 남다른 것 같다. 이번에는 계주만을 준비하면서 최대한 팀원들한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가 처음 올림픽을 나왔을 때 언니들한테 선배님들한테 배웠던 부분들을, 저도 부족하겠지만 최대한 좀 도움이 되고자 많이 노력했던 부분이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끝판왕 막내 김길리 "하늘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제 파스타 먹으러 가요!"

이번 대회 계속 부딪히고 넘어지는 악재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틴 김길리는 마침내 여자 계주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웃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혼성 계주 준결승에서 넘어지고, 1,000m 준결승에서도 넘어지는 악재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틴 김길리는 여자 계주 마지막 두 바퀴에서 자신의 별명 '람보르길리'처럼 폭발적인 속력을 선보였습니다.

김길리는 "지난해 하얼빈 아시안게임 계주 때부터 이번 혼성 계주까지 많이 넘어지면서 걱정도 많고 부담도 많이 된 것 같은데, 그래도 언니들을 믿고 또 저 자신을 믿고 그냥 과감하게 탔다"고 했습니다.

최민정에게 터치를 받자마자 '이건 되겠다'고 생각했다는 김길리는 "이 자리는 무조건 지킨다는 생각으로 달렸고,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에는 날아갈 것 같았다"며 웃었습니다.

1,000m 동메달을 딴 뒤에는 펑펑 눈물을 흘렸었는데, 이번에는 그저 기뻐한 김길리. "처음에는 막 믿기지도 않고 눈물이 나왔는데, 민정 언니가 웃으면서 달래주고 또 소연 언니랑 언니들 우는 거 보니까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고 털어놨습니다.

마지막에 언니들에게 한마디를 해달라고 하자 막내답게 "너무 수고 많으셨고, 이제 파스타 먹으러 가요!"라고 외쳤습니다. 맏언니 이소연이 "파스타는 제가 사겠다"고 하자 환호하는 모습도 막내다웠습니다.

이제 모레(21일)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우리 대표팀은 다시 한번 하나 된 팀으로 금메달에 도전합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20년 만의 남녀 계주 동반 금메달의 꿈을 다시 이탈리아에서 이룰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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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기자 (hwa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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