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雨水), 얼음장 밑으로 봄이 흐르네

이휘빈 기자 2026. 2. 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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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예고편이었다면, 우수(雨水)는 봄이 피부에 와닿는 본편의 시작이다.

대동강 물도 풀리는 해빙(解氷) 우수는 문자 그대로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뜻이다.

조상들은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고 했다.

우수는 입춘이나 대보름처럼 화려한 세시풍속이 있는 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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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길, 절기 이야기] (2) 우수
양력 2월19일…눈 녹아 비가 되는 날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 해빙 시작
거창한 행사 대신 농사 준비 나서며
가을 메주로 장 담그기 좋은 시기 여겨
겨우내 언 땅과 마음, 순리대로 녹일 때
2026년 우수는 2월19일이다. 우수는 태양이 황경 330도에 있을 때를 뜻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입춘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예고편이었다면, 우수(雨水)는 봄이 피부에 와닿는 본편의 시작이다. 태양이 황경 330도에 이르는 양력 2월19일경이 우수가 된다. 음력으로는 대개 정월에 들며, 추위가 누그러지고 농사를 준비할 때다.

대동강 물도 풀리는 해빙(解氷)
우수는 문자 그대로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뜻이다. 기상학적으로도 따뜻한 남쪽 기압골이 다가와 눈 대신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분기점이다.

이 시기를 관통하는 단어는 ‘물’과 ‘풀림’이다. 조상들은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고 했다. 추위가 풀리고 산천의 얼음이 녹아내려 비로소 물이 흐른다는 뜻이다.

화려한 행사 대신 차분한 준비
옛 농부들은 우수 무렵에 묵은 거름을 밭에 뿌리고 녹기 시작한 땅을 살피며 한해 농사 준비를 했다. 클립아트코리아
우수는 입춘이나 대보름처럼 화려한 세시풍속이 있는 날은 아니다. 민속학 자료를 보면 우수 무렵에는 차분한 일상이 기록돼 있다. 들뜬 마음으로 축제를 벌이기보다 조용히 흙의 상태를 점검하고 농기구를 손질하며 다가올 파종기를 대비하는, 실질적인 영농 준비 기간이었다.

옛 농부들은 겨우내 묵은 거름을 밭에 뿌리고 녹기 시작한 땅을 살피며 한해 농사 준비를 했다. 이즈음 논두렁을 태워 잡풀을 없애고 재를 거름으로 쓰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화재 위험 때문에 절대 해선 안 된다.

정월의 장(醬), 맑은 물이 빚는다
올해 우수는 음력으로는 1월3일, 정월 초승이다. 예부터 정월은 장(醬) 담그기에 가장 좋은 시기로 꼽혔다. 가을에 쑨 메주가 겨우내 잘 마르고, 기온이 낮아 유해균 번식을 막기 좋고, 맑게 풀린 ‘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상들은 ‘장은 물맛이 반’이라 여겼다. 우수 무렵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에는 만물을 깨우는 생명력이 있다고 믿었다. 이 물로 장을 빚으며 한해 가족의 먹거리를 위한 마음도 함께 담았다.

꽃샘추위, 봄을 단단하게 만들다
우수 이후 일시적인 한파가 몰아치기도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물론 겨울은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우수 이후로 꽃이 필 것을 시샘하듯 일시적인 한파가 몰아치기도 한다. ‘우수 뒤에 얼음같이’라는 속담은 슬슬 녹아 없어짐을 뜻하지만, 녹았던 물이 잠시 다시 얼 만큼 날씨 변덕이 심함을 경계하는 의미도 있다. 옛사람들은 꽃샘추위를 식물이 너무 일찍 싹을 틔우다 냉해를 입지 않도록 조절해주는 자연의 배려로 받아들였다.
흐르는 물처럼 유연함 지니길
현대인에게 우수는 ‘유연함’을 떠오르게 한다. 단단한 얼음은 충격을 받으면 깨지지만, 녹아서 흐르는 물은 어떤 장애물도 부드럽게 감싸안고 넘어간다.

긴장과 경직 속에 살고 있다면, 오늘 하루는 우수의 지혜를 빌려보자. 꽝꽝 얼었던 땅도 때가 되면 녹아 흐른다.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낮은 곳으로 겸손하고 유연하게 흐를 때다.

◇도움말=‘24절기 이야기’(한호철 지음, 지식과교양),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 한국천문연구원, 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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