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대신 AI가 결제”… 구글 vs 크립토, ‘AI 지갑’ 표준 전쟁 점화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6. 2. 1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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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자율성 핵심은 ‘결제 인프라’
구글, ‘AP2’로 안전성·편의성 앞세워
크립토 업계, ‘ERC-8004’로 확장성 무게

인공지능(AI)이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사용자의 PC에서 직접 구동되며 메신저를 통해 이메일 관리와 일정 조율을 수행하는 ‘오픈클로(OpenClaw)’와 같은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진정한 ‘자율 비서’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인 ‘결제’를 놓고 미국 빅테크와 디지털자산 업계 간의 ‘AI 에이전트 결제 표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빅테크와 블록체인 업계는 AI가 스스로 판단해 지갑을 여는 ‘머신 투 머신(M2M)’ 결제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웹3 전문 리서치 회사 타이거리서치는 19일 보고서를 내고 시장 선점을 위해 ‘안전과 편의’를 내세운 구글과 ‘개방과 자율’을 강조하는 크립토 진영의 기술 경쟁을 분석했다.

◆ 구글,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의 자율성… AP2 프로토콜
구글 AP2 작동 프로세스. 사용자의 구매 의도(Intent)가 입력되면 AI 에이전트가 조건에 맞는 상품을 선별(Cart)하고, 검증된 프로토콜을 통해 최종 결제(Payment)까지 실행하는 구조다. 각 단계별 위임(Mandate)을 통해 결제 오류를 방지한다. [자료=타이거리서치]
빅테크 진영에서는 구글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구글은 지난 1월 AI 에이전트 결제 프로토콜인 ‘AP2(Agent Payment Protocol 2.0)’를 공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구글의 접근 방식은 기존 금융 인프라와 플랫폼의 신뢰를 활용하는 것이다. AP2는 결제 과정을 ▲의도(Intent) ▲장바구니(Cart) ▲결제(Payment)라는 세 가지 위임(Mandate) 단계로 세분화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200달러 이하의 겨울 점퍼를 사줘”라고 명령하면, AI는 이 ‘의도’를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조건에 맞는 상품을 찾아 ‘장바구니’에 담은 뒤, 최종적으로 구글 페이 등 기존 결제망을 통해 ‘결제’를 수행한다.

이 방식의 강점은 압도적인 편의성과 소비자 보호다. 이미 등록된 신용카드와 배송지 정보를 활용하므로 별도의 가입 절차가 필요 없고, 구글이 검증한 파트너사와의 거래만 허용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차단한다. 다만 구글 생태계 내 승인된 파트너로 선택지가 제한된다는 점은 ‘폐쇄형 플랫폼’의 한계로 지적된다.

◆ 크립토, 중개자 없는 ‘무한 자유’… ERC-8004와 x402
크립토 기반 자율 결제 흐름도. 구매자와 판매자의 AI 에이전트가 서로의 평판 점수를 확인(상호 검증)한 뒤, 스마트 컨트랙트 에스크로를 통해 안전하게 자금을 이체한다. 거래 후에는 평판 점수가 갱신되어 신뢰도를 축적한다. [자료=타이거리서치]
반면 이더리움과 코인베이스 등 크립토 진영은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완전한 자율성을 추구한다. 이들이 제시한 해법은 ‘신원 증명(Identity)’과 ‘자동 에스크로(Escrow)’다.

우선 AI 에이전트에게 법적 인격체와 유사한 신분증을 부여한다. 이더리움의 표준 제안인 ‘ERC-8004’는 AI 에이전트의 신원, 소유자 정보, 그리고 평판 점수를 담은 NFT(대체불가토큰)다.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양측 에이전트는 서로의 신용점수를 확인하고 거래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실제 결제는 코인베이스가 주도하는 ‘x402’ 표준이 담당한다. 이는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자금이 이체되는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결제 시스템이다. 물품 배송이나 서비스 제공이 확인되면 에스크로 계좌에 묶여있던 스테이블코인이 자동으로 판매자에게 지급되는 식이다.

크립토 방식은 중앙 플랫폼의 승인이 필요 없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를 지향한다. 특히 향후 웹사이트들이 유료화되고 AI가 초단위로 정보를 수집하며 1센트 미만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마이크로 페이먼트’ 환경에서는 수수료가 낮고 국경이 없는 크립토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승자 독식보다는 공존”… 하이브리드 미래 예고
AI 결제 시스템 비교 분석. 구글 AP2는 자사 플랫폼과 승인된 파트너 중심의 ‘안전성’에, 크립토 진영은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개방성’과 ‘확장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자료=타이거리서치]
업계 전문가들은 두 진영의 경쟁이 ‘승자 독식’보다는 ‘영역 분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구글 AP2와 같은 빅테크 모델은 기존 커머스와 연동된 거대 소매 시장에서 강점을 보일 것”이라며 “반면 크립토 모델은 소액 콘텐츠 결제, P2P 거래, 혹은 금융이 낙후된 지역 등 틈새 시장과 롱테일(Long-tail) 영역에서 AI 에이전트의 활동 반경을 넓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미래에는 사용자의 AI 비서가 쇼핑몰에서는 구글 페이로 결제하고, 개인 창작자의 이미지를 구매할 때는 코인으로 지불하는 하이브리드 형태가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다.

빅테크 플랫폼이 통제하는 ‘안전한 결제’와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토콜이 실행하는 ‘자유로운 결제’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향후 AI 커머스 시장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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