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평화운동은 일상저항행동으로 끝까지 간다

지슬 2026. 2. 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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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준공 10년, 평화의섬은 어디에] ④

2026년 2월 26일, 제주해군기지가 준공된 날로부터 10년이 됩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으로 강정마을 공동체는 심각한 생채기를 남겼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제주해군기지는 우려했던 대로 미국의 핵잠수함과 핵항공모함이 드나드는 기지가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기동함대사령부를 창설하며, 미국의 대중국 전초기지로 역할과 기능을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 그 10년의 시간은 매일 현장을 지키며 모니터링하고 싸워온 활동가들과 국내외 시민들의 끊임없는 연대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강정마을에서는 지금도 해군기지 폐쇄 운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주해군기지 준공 10년을 맞아 군사기지 폐쇄와 비무장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해 마음을 모아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4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 주]

선녀님(정선녀, 강정주민이자 강정공소회장)이 피켓을 실은 수레를 끌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음을 옮겨 제주해군기지 정문으로 간다. 펜스와 철문, 곳곳에 피켓을 세우고 현수막을 걸면 아침 7시, 생명평화백배로 강정평화운동의 하루가 시작된다. 길위의미사는 오전 11시에 드리고, 오후 12시엔 구럼비광장에서 모여 제주해군기지 정문까지 행진한다. 해군기지 폐쇄와 전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발언을 나누고, 강정4종댄스를 춘 뒤, 종환삼촌(김종환, 강정주민이자 할망물식당 책임요리사)이 18년째 책임지고 있는 할망물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는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강정평화운동은 일상에서 저항행동으로 지속된다. 

누군가는 말한다. 제주해군기지 다 지어졌는데, 아직도 싸우고 있냐고, 끝난 싸움이니 그만하라고. 하지만 종환삼촌과 선녀님은 "한번 시작했으면 살아 있는 한 끝까지 한다"고 말하며 해군기지에 맞서 밥으로, 흙으로, 비폭력 평화로 강정을 지킨다. 준공 이후 마을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운동을 지속하는 선녀님과 종환삼촌. 제주해군기지 준공 10년인 시점, 두 분을 만나 준공 이전과 이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했다.
선녀님과 종환삼촌, 중독이와 곰돌이.

구럼비를 지키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시작한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 

강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종환삼촌에겐 구럼비에서의 기억이 가득하다. 헤엄치고, 보말 잡고, 강정바당 앞까지 온 남방큰돌고래 보며 가족, 친구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곧 구럼비였다. 해군기지 건설로 소중한 구럼비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종환삼촌은 2008년부터 적극적으로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끝까지 간다"는 신념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밥하는 일"을 책임지며 행동했다. 선녀님은 10년간 우도공소에서 농사로 정성껏 가꾸던 땅을 두고 2012년,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위해 강정공소에 자리 잡았다. 4.3을 겪은 제주에는 "전쟁 훈련하는 군사기지가 필요 없다" "전쟁으로 인한 생명의 죽음을 막겠다"는 절실한 마음에서였다. 미사, 묵주기도, 백배 등의 비폭력 행동으로 저항하며, 강정 땅에 작물도 심어 정성껏 돌보았다.

준공 이전의 시간은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였다. 건설 공사를 막기 위한 마을주민, 활동가, 연대자들의 몸짓과 어마어마한 용역들, 군인들, 경찰들의 불법과 폭력. 많은 사람이 연행되고 수감됐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강정을 찾아 연대해 제주해군기지가 강정뿐 아니라 전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재앙임을 다시금 확인하기도 했다. 강정 생태계를 파괴하는 학살터이자 미국의 대중국 전초기지 화약고로 기능할 전쟁터, 제주해군기지임이 명명백백했다. 

국가폭력으로 건설된 제주해군기지

2007년부터 시작된 해군기지 반대운동이 장기화할수록 주민들은 무력감을 크게 얻었다. 건설 과정에서의 폭행, 폭언 등의 인권침해 행위는 주민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와 해군은 보상금으로 "마을주민들의 입을 막고, 마음을 오염시켜" 반대운동의 힘을 앗아가고자 했다. 그럼에도 학살과 전쟁, 국가폭력에 맞서 많은 이들이 온몸으로 저항했기에 선녀님과 종환삼촌은 해군기지가 들어서지 못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국가가 밀어붙여" 해군기지가 완공됐고, 2016년 2월 26일 준공식이 개최됐다.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정부와 경찰들의 태도에 절망했다" "국가가 원망스러웠다" 특히 종환삼촌은 무엇보다 반대운동을 함께했던 마을주민들이 준공식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처참한 심정이 들었다고 했다. 

해군기지 유치 과정부터 시작된 찬반 갈등에 서서히 균열난 마을공동체는 갈기갈기 찢어졌다. 주민들은 서로의 얼굴을 외면해 관계를 단절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기도 했다. 더불어 완공 이후 연대하던 많은 사람이 반대운동을 멈추고 강정을 떠났다. 선녀님은 해군기지 완공으로 마을주민뿐만 아니라 많은 연대자들이 주저앉은 것을 두고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평화운동의 소중한 가치를 잃고, 완공됐으니 운동은 끝났다는 생각에 갇힌 것"이라고 말했다. "완공됐을 때 닥칠 더 큰 재앙 때문에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했던 것이다. 완공된 기지는 절대로 선하게 쓰이지 않는다" 때문에 완공됐다고 해서 운동을 멈출 수 없었다.
제주해군기지 준공 이전에도 이후에도 강정평화운동의 밥과 할망물식당을 책임지고 있는 종환삼촌.

강정평화운동이 이어지다 

구럼비가 살아 숨쉬던 삶의 풍경이 시멘트에 덮여 해군기지가 되었다. 종환삼촌에게 해군기지는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흉물이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밥이 보약이다" "밥이 하늘이다"라는 신조 아래 완공 이후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어 밥을 지었다. 종환삼촌은 사람들이 맛있게 밥 먹는 모습에 힘을 얻고, 사람들은 밥 덕에 힘을 얻어 강정 일상저항행동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어느 순간 포기하면 우리는 그 자리에 다시 갈 수가 없다. 길을 냈으면 길을 만들고, 그 자리를 지킴으로써, 살아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서 있음으로써, 그곳에 가치를 다른 사람들이 깨닫게 된다"는 선녀님의 말처럼 꾸준히 현장에서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어 전국에서, 오키나와, 대만, 미국, 필리핀 등 전 세계에서 연대자들이 강정을 찾았다. 더불어 강정으로 이주해 살며 매일 일상저항행동을 이어 나가는 새로운 강정 주민들도 나타났다. 평화를 중심으로 한 평화학교, 낭독회, 뮤직캠프, 평화특강, 상영회 등 다양한 활동들이 강정의 일상을 가득 채웠다. 선녀님은 "해군기지 때문에 붉은발말똥게, 원앙이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다양한 존재들이 채워 또 다른 생명력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일 오후 12시에 진행되는 인간띠잇기에서 강정4종댄스를 춘다. 사진=양상

준공 10년, 마을과 제주가 변하다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의 평화 네트워크가 전 세계적으로 긴밀해짐과 동시에 제주도정과 해군의 제주군사화 확장 과정 또한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공군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제2공항 계획과 더불어 "제주 곳곳에 군대와 무관한 것 같지만 커다란 맥락에서 보면 군사적 기능과 연결된 시설들이 계획되고, 건설됐다. 한라레이더,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 항공기상레이더, 아시안스페이스파크, 하원테크노캠퍼스, 한화우주센터… 위성, AI, 우주 관련 시설들. 제주도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우주산업을 택했는데, 이것이 제주군사화와 관련된다는 사실은 감춰져 있고, 제주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만 홍보되고 있다"며 선녀님은 위기감을 표했다. 이어 "지역에 살고 있는 제주도민들이 전문가 의견이나 교육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 판단하는 계기를 마련해 토론장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사화 관련 시설 확장과 더불어 완공 이후 마을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전세버스가 좁은 마을 길을 내달리는 날이 잦아졌다는 점이다. 버스에는 주로 크루즈 승객 혹은 미군들이 타고 있다. 최근 들어 매일 같이 입항하는 크루즈는 약 20층 높이 건물의 모양새로 강정 앞바다를 가로막고 시커먼 매연을 밤새도록 뿜어 댄다. 크루즈 승객들은 육지에 내려 관광 차원에서 서귀포 시내로 이동하기도 하는데, 군함을 타고 제주해군기지에서 땅을 밟은 미군 또한 마찬가지다. 선녀님은 미군함 입항을 두고 "말도 못 하고 죽은 제주 4.3의 영령들, 유가족들의 상흔이 버젓이 남아 있는 제주에서 왜 한국이 버스를 대절해 출입국 심사조차 받지 않은 미군들을 기지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인지. 합리적인 것인지. 또한 미군함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를 제주에 버리는 것 등 모든 것이 정상적인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서귀포시에서 이 부분에 어느 정도 관여하고 관리하는지, 어떤 매뉴얼이 있는지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본다"며 울분을 토했다.
미군함 입항을 반대하면서 뜨개질 하는 선녀님. 사진=성게

강정평화운동은 제주, 나아가 전 세계 평화를 위한 일이다 

완공 이후 소리 없이 진행되는 제주군사화 움직임을 비롯한 생태계파괴, 공동체붕괴 등 제주해군기지가 낳은 수많은 악영향 속에서 종환삼촌은 "강정을 지키는 일은 평화를 지키는 일이다. 강정평화운동이 없으면 강정뿐 아니라 제2공항으로 위협받는 성산의 평화, 제주의 평화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가 힘을 잃게 된다"며 일상저항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침 백배하면서 평화로 의식 전환할 수 있게 마음 준비하고, 미사하면서 신념을 되새기고, 인간띠잇기하면서 살아 있는 춤추고 노래하며 연대의 힘"을 얻어 매일 지속될 수 있었던 일상저항행동. 하지만 어떤 날엔 소수의 인원이 이끌어 갈 때도 있다. 선녀님은 그런 날에 약간 위축되기도 했지만, 이 행동을 가장 지지해 줄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제주 4.3 때 죽어간 그 영혼들. 그 영혼들은 여기에서 얼마나 큰 소리로 외치고 싶을까.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이 자리에 꽉 채워질까. 그래서 아무리 적은 수더라도 여기는 꼭 우리가 지켜야 할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는 상징이다. 평화에 대한 상징. 사람들은 상징이 없으면 알아차릴 수 없다. 우리가 아직도 투쟁하는 것은 제주해군기지가 불법적으로 지어졌고, 제주에 필요하지 않고, 한국에도, 지구촌에도 필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매일 누구보다 먼저 해군기지 앞에 나타나 구럼비를 외친다.
매일 아침, 선녀님은 강정 활동가들이 만든 현수막을 걸고 피켓을 세운다. 사진=선녀님
해군기지 준공 10년, 해군기지에는 전쟁무기, 총이 있지만 강정 현장에는 종환삼촌의 밥과 흙에서 정성껏 키운 선녀님의 작물이 있다. "총은 생명을 아프게 하기 위해 들고, 밥과 작물은 생명을 먹여 살리기 위해 짓는다" 해군기지에 의해 피폐해진 마음을 "할망물식당에서, 작물이 살아가는 흙에서 생명력 있는 에너지를 얻어 치유받는다" 밥과 흙 이 곧 평화다. 강정 현장의 일상저항행동은 밥처럼, 흙처럼 전쟁으로 위협받는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비폭력 움직임이다. "평화의 가치를 몸으로 보여주어" 생명의 밥과 흙이라는 상징이 되어 "평화의 메신저"로 존재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강정에 산다.
지슬 강정평화 활동가.

선녀님은 말한다. 평화가 가장 절실한 곳은 약한 자들이 핍박받는 고통의 땅 위에서라고. 종환삼촌은 말한다. 서로 의지했기에 폭력의 땅 위에 서 있을 수 있었다고. 학살당하고 강제 이주당해 살아갈 터전을 잃은 울부짖는 구럼비와 붉은발말똥게, 맹꽁이, 원앙 등을 호명하며 강정 현장에 서 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춤추며 노래한다. 그리고 강정이 말한다.

"우리는 반드시 내일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 지슬 강정평화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