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곳 밀집 ‘데이터센터 앨리’… 서버 냉각증기 쉴 새 없이 분출[민병기의 K스트리트]

민병기 특파원 2026. 2. 19. 09:3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민병기의 K스트리트 - 데이터센터 밀집 北버지니아
수 마일 가도록 데이터센터 늘어서… 전세계 트래픽 70% 거쳐
우수 인력도 풍부해 아마존·구글·MS 등 입주… 지역경제도 활성화
작년 주지사 선거 ‘가정용 전기료 인상 저지’ 후보 당선
7일 미국 버지니아주 라우든 카운티 애시번에 위치한 구글 데이터캠퍼스에서 서버 냉각 과정에서 생긴 증기가 건물 위로 올라오고 있다.

애시번(버지니아주) = 글·사진 민병기 특파원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 시간가량 떨어진 버지니아주 라우든 카운티 애시번 일대에는 수마일을 가도록 대로 양쪽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혹은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 현장이 늘어서 있었다. 이곳을 지칭하는 ‘데이터센터 앨리(alley)’라는 이름이 따로 있을 정도다.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70%가 어떤 식이든 버지니아 북부의 데이터센터를 거친다. 특히 일반 검색보다 4∼10배 이상 전력이 필요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상용화되며 북(北)버지니아의 데이터센터는 마치 AI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장이 됐다. 역대급 폭풍이 몰아친 주말, 길에 사람은 찾아볼 수 없고, 차 역시 많지 않았지만 데이터센터마다 서버 냉각 과정에서 생기는 증기를 하늘로 내뿜고 있었다.

◇에너지 인프라·고급 인력으로 승부한 北버지니아= 19일 버지니아 지역 언론에 따르면 북버지니아 지역에는 대략 300여 개의 데이터센터가 밀집해 있다. 데이터센터 전문 분석업체 데이터센터맵은 버지니아 내 23개 지역에 561개의 데이터센터가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30% 이상이라는 통계도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이퀴닉스 등이 이곳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다. 이 중 라우든 카운티에 200여 개가 있고 부지 확보를 위해 계속 개발 범위가 넓어지며 페어팩스 카운티(60개), 프린스윌리엄 카운티(44개)에도 속속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애시번, 그리고 라우든 카운티가 데이터센터의 수도로 불릴 정도로 많은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데에는 복합적 요인이 있다. 우선 워싱턴DC 인근의 안정적인 전기 공급과 에너지 인프라를 꼽을 수 있다. 버지니아를 포함해 인근 지역에 전력 공급과 인프라를 책임지고 있는 도미니언에너지의 역할도 있다. 또한 데이터센터는 전기만큼이나 서버 냉각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용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수층(帶水層)이나 강과의 접근성도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북버지니아에는 데이터센터를 운용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이 계속 공급되고 있다. 또한 버지니아주 역시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세금을 적극적으로 감면해주는 등 유치 활동을 펼쳐왔다.

그리고 실제 이 같은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도 크게 활성화됐다. 데이터센터들이 내는 세금은 연간 12억 달러(약 1조7594억 원)에 달한다. 자치단체 예산의 39%가량이다. 라우든 카운티는 워싱턴DC의 교외 지역에서 첨단 산업이 밀집한 지역으로 바뀌었고 일자리도 크게 늘어났다. 데이터센터 인근 대형마트에서 만난 조시는 “이만큼 만족스러운 생활 인프라가 구축된 것도 다 데이터센터들이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활요금 인상·환경 오염 등 부작용도= 반면 데이터센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부정적 요인도 커지고 있다. 당장 지난해 11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는 데이터센터 전기 수요 폭증이 가정용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쟁점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까지 1년 동안 버지니아 전기 요금은 16.5%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애비게일 스팬버거 후보는 데이터센터의 전기 수요가 가정용 전기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됐다. 카네기멜런대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는 공동 연구에서 데이터센터와 가상화폐 채굴이 2030년까지 미국 가정의 평균 전기요금을 8%가량 끌어올릴 수 있고, 북버지니아 같은 데이터센터 집중 지역에서는 25% 이상 상승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전기요금 상승만큼이나 전력 공급망 확보도 문제다. 도미니언에너지는 버지니아 전체의 전력 수요가 향후 15년 동안 2배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4년 6개월 동안 2배 증가하는 등 급등세다. 기록적 폭설과 한파가 닥친 지난달 25일 오전 도미니언에너지 관할 지역의 전력 도매 가격은 메가와트시(MWh)당 1800달러(약 260만 원)를 넘어서 전날 오전 200달러의 9배에 달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가격 급등은 24시간 가동되는 AI 데이터센터가 기본 전력 부하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여놓은 상태에서 한파에 따른 난방 수요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이 한계에 달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이 같은 사정으로 라우든 카운티와 프린스윌리엄 카운티의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허가는 6개월에서 최대 1년 6개월까지 지연되고 있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소음, 비상용 디젤 발전기가 내뿜는 오염 물질을 지적하기도 한다. 버지니아 지역언론 CBS19뉴스에 따르면 최근 열린 데이터센터 관련 공청회에서 엘리자베스 구즈만 주하원의원은 “물 사용량이나 전력 공급 등에 대한 강력한 법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병기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