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씹어야 제 맛! 지금은 ‘쫀득’시대[이우석의 푸드로지]

2026. 2. 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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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석의 푸드로지 - ‘쫄깃·꼬들’ 세계 홀린 K식감
한국인이 개발한 ‘두쫀쿠’
두바이 역진출로 사랑 받아
떡·오징어·곱창·오겹살 등
부드러움보다 씹는 맛 선호
간식 ‘쫀득이’ 전국서 인기
K컬처에 중독된 외국인들
쫀득쫀득 K푸드 맛에 열광
두쫀쿠

‘두쫀쿠’ 인기가 뜨겁다. ‘두바이 쫀득 쿠키’를 줄인 말이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말이지만 어딜 가나 두쫀쿠 타령이다. 대충 들으면 누구나 “아하!” 알아들을 정도다.

‘두쫀쿠’가 뭔고 설명하자면 새로 나온 디저트 종류다. 우선 이름처럼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Dubai)와는 전혀 상관없다. 지난해 봄 한국인이 최초로 개발했고 이후 대한민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시작했으니 과연 ‘K디저트’라 부를 만하다. 다만 2024년 한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두바이 초콜릿(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과 쫀득 쿠키가 합쳐진 구성이라 두바이를 갖다 붙였다. 큰 호두과자 정도로 한 입 크기다. 중동식 세면(細麵)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섞은 필링(아랍식 디저트 쿠나파와 비슷하다)을 초콜릿 마시멜로로 싸서 만든다.

세상에 나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디저트계의 ‘루키’에게 대한민국 사회가 이처럼 열광한 적이 있었던가. K컬처 유행에 따라 금세 퍼져 지금은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두바이 현지에도 생겼다. 하지만 정작 한국 쫀득 쿠키(Korean chewy cookie)라는 이름으로 팔린다고 하니 서로 이름을 주고받는 역설이다.

두바이도 아니지만 쿠키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쿠키는 밀가루를 구워낸 것인데 두쫀쿠에는 카다이프 이외에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마시멜로를 씌웠을 뿐이다.

대단한 인기다. 한때는 가게 문 열기 전부터 기다리는 ‘오픈런’을 해야 겨우 한 알 구할까 말까 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요즘은 분식점이나 편의점, 심지어 포장마차, 추어탕집, 삼겹살집에서도 팔고 있다. 구입하기 퍽 어려우니 헌혈을 하고 나면 열량 회복용으로 주는 두쫀쿠를 먹기 위해 많은 이들이 헌혈에 나서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이쯤 되면 열풍이 아니라 태풍에 가깝다. 한반도에만 반짝 상륙한 태풍이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등 해외까지 퍼져나갈 만큼 후폭풍 또한 거세다. 엄청나게 기대했다 막상 먹어보면 그냥 ‘아는 맛’이라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긍정평가가 우세하다.

이 작은 과자 하나가 왜 이토록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이 모두 들었다. 디저트류이니 단맛이야 기본이며 카다이프의 바삭한 맛과 피스타치오 크림의 부드러움, 그리고 한국인이 선호하는 존득한 마시멜로의 식감이 한데 어우러졌다. 여기다 진한 초콜릿 향기가 더해지며 복합적인 맛이 인기의 비결로 꼽힌다. 씹는 맛이 비슷한 딸기 모찌, 샤인머스캣 모찌 등도 역시 인기가 대단했다. 원래 한국인에 비해 서양인들은 존득한 맛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같은 동양이라도 중국인과 일본인에 비해 유독 한국인이 존득하니 씹는 맛을 좋아한다. 딱딱(바삭)한 것도, 질긴(쫀쫀한) 것도 선호한다.

꼬들살

한국인이 유독 좋아하는 맛은 많다. 우선 잘 알려진 것처럼 칼칼한 매운맛(辛味), 김치와 젓갈에서 느끼는 발효미, 비빔밥처럼 여러 가지를 한 번에 맛보는 복합미 등이다.

여기다 미각의 개념은 아니지만 ‘씹는 맛’도 한몫 차지한다. 쫄깃쫄깃, 꼬들꼬들, 존득존득한 저작감(咀嚼感)을 즐긴다.

씹는 느낌은 결국 음식의 맛에 큰 영향을 준다. 해당 음식에 대한 호불호에도 영향을 끼친다. 너무 딱딱해서, 또는 미끈미끈, 물컹물컹, 흐물흐물해서 싫다 등의 느낌이다. 한국인은 그 중 ‘흐물흐물’보다는 ‘쫄깃쫄깃’을 더 낫게 친다.

예를 들어 고기가 질기다가 아니라 씹는 맛이 있어서 더 좋다고 느끼는 것. 생선회를 다룰 때도 부드러운 식감을 중요시하는 일본과는 다르다. 한국에서의 생선회는 대부분 살이 경직된 상태의 활어회를 낸다. 그것도 결대로 써는 것이 아니라 수직으로 잘라내 꼬들꼬들한 맛을 내도록 한다. 그래서 뼈째 썰어낸 세고시(背越し)가 입에 걸리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씹는 맛이 있다고 좋아하는 이도 많다. 육회 종류에서도 차진 맛을 으뜸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떡 종류와 마른오징어처럼 존득하고 쫄깃하고 쫀쫀한 것은 물론 고기 중에서도 갈비나 갈빗살, 곱창 등 뜯거나 질겅질겅 씹는 맛을 대체로 선호한다.

홍콩식 ‘창펀’

돼지고기를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내장 중에선 염통을, 살코기 중에선 껍데기가 붙은 오겹살을 먼저 챙긴다. 비계 부분이 존득한 흑돼지를 최고로 친다. ‘덜미살’ ‘뽈살’ 등 식감이 쫄깃한 부위를 따로 특수부위 메뉴로 내기도 한다. 한층 더 나가 아예 씹는 맛을 위한 간식도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쫀득이’다. 옥수수 전분과 설탕 등을 사용해 씹는 맛을 강조한 간식거리 제품으로, 먹을거리가 천지인 요즘까지도 희한하게 오랜 세월 동안 줄곧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옛날 과자다. 한 시대를 풍미하다 사라진 재래 과자들이 많지만 쫀득이는 오히려 요즘 지방자치단체 관광 특산품으로 새로 출시되기도 한다. 현재 울산, 전주, 당진, 목포 등에서 쫀득이 브랜드를 따로 만들어 팔고 있다. 이 중에서도 울산 쫀득이는 분식점에서 튀겨서 파는 등 수제 간식으로 명맥을 이어온 제품이다. 라면수프와 설탕을 섞은 시즈닝을 뿌려 먹도록 했다.

한국에 비해 외국의 입맛은 사뭇 다르다. 존득한 특성을 가진 음식에 마시멜로, 캐러멜, 젤리 등이 있지만 이는 대부분 디저트로 즐기는 간식 종류다. 보통의 주식은 부드럽게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것을 맛있다고 느낀다. 특히 고기 요리에서 부드럽다(tender)는 맛있다(yummy)는 의미를 대신해서 쓴다. 그나마 서양의 주식 중 존득한 맛을 내는 것은 빵에서 찾아보면 된다. 바로 베이글(bagel)이다. 베이글은 밀가루 반죽을 물에 데친 다음 굽는 도넛 모양 빵이다. 도넛인 줄 알고 냉큼 베어 물었다가 이가 빵에 줄줄이 박히는 느낌, 바로 그 빵이다. 치아의 개수를 세어 유리 이사금(왕)을 옹립한 신라 초기에 만약 베이글이 있었다면 절차가 좀 더 쉬웠을 테다.

늘 유대인들의 빵이라는 설명이 붙지만, 사실 베이글은 고대 이스라엘 땅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중세 이후 동유럽, 특히 폴란드 유대인의 주식으로 먹던 빵이 이민자와 함께 미국으로 전래된 것이다. 특히 유대인들이 많이 모여 살던 뉴욕에서 유명해졌는데 그러다 보니 지금은 세계적으로 ‘뉴요커의 음식’으로 이미지가 굳어졌다.(런던과는 별 상관없다) 밀도가 치밀해 쫀쫀하고 차진 식감을 내니 씹는 맛이 좋다. 오래 씹지 않으면 삼키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반죽에는 밀가루에 소금과 효모만 사용하는지라 담백한 맛을 낸다. 정통 베이글은 밀가루 반죽을 구워낸 가래떡을 둥글게 감아놓은 느낌이다. 가래떡에 조청을 찍어 먹으면 꽤 맛이 좋듯, 베이글도 크림치즈와 궁합이 딱 좋다.

마늘양념 갈빗살 주물럭

찹쌀을 재배하는 동양 쪽에선 존득한 음식들이 자주 찾아볼 수 있다.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는 찹쌀을 이용한 떡이나 과자가 많다. 인도와 네팔 등지에서도 우리네 약식과 비슷한 음식을 찾아볼 수 있다. 자포니카 종(우리나라 밥 짓는 쌀)이나 인디카 종(안남미라 불리는 길쭉한 쌀) 모두 찹쌀 종류가 있다. 생각과는 달리 찹쌀은 오히려 소화가 더 잘되며 빨리 익기도 한다. 발효 과정에서 당분으로 분해가 잘 되니 술을 빚거나 약식, 과자를 만들 때 좋다.

식생활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에선 오히려 마, 낫토, 날달걀처럼 흐물흐물하고 미끈거리는 맛을 좋아한다. 그래도 찾아보면 여러 메뉴가 있다. 일단 사쿠라 모찌, 다이후쿠 모찌, 기리 모찌 등 다양한 찹쌀떡 종류가 있다. 이자카야에서 안주로 나오는 모찌리 도후(もちり豆腐)도 존득한 맛으로 잘 알려졌다. 모찌리는 ‘떡처럼 존득한’이라는 뜻이고 도후는 두부란 뜻인데 실제로는 두부 느낌이 아니라 푸딩에 가깝다. 일본 경단 당고(團子)처럼 존득한 맛이지만 콩국 대신 치즈와 설탕, 우유로만 만들기도 한다. 유명한 사누키 우동(가가와현) 역시 존득한 면발을 제일로 친다. 그래서 서늘한 면에 양념장을 끼얹는(부카케) 우동으로 즐긴다. 일본 고베시의 차이나타운 격인 난킨마치 등에서 파는 간식 지마키(ちまき)는 댓잎으로 싼 찹쌀밥이다. 찹쌀밥을 하고 거기다 양념 돼지고기, 버섯, 메추리알, 건새우 조림 등 소를 채워낸 음식이다. 오니기리(일본 주먹밥)처럼 삼각형으로 싼 것을 손에 들고 먹는데 짭조름한 맛이 차진 식감과 잘 어울린다.

중국 음식에서는 쫀득쫀득한 식감을 내는 음식이 많고 인기도 많다. 이를 유행어로 ‘큐큐탄탄더’(QQ彈彈的)라 하는데 ‘쫄깃쫄깃하고 탱글탱글한’의 뜻이다. 새우 딤섬을 얇은 전분 피로 싸서 투명하고 얇지만 식감은 쫄깃하다. 쌀가루에 전분을 섞은 피를 둘둘 말아 소스를 끼얹은 창펀(腸粉) 역시 이런 맛으로 먹는 광둥식 길거리 음식이다. 당면 역시 존득한 식감을 내는 재료다. 일반 밀가루 면에 비해 훨씬 탱글탱글하다. 마라탕이나 훠궈, 마라샹궈 등에 자주 쓰는 재료인 펀모즈(粉模子)도 감자나 고구마, 타피오카 전분 등으로 만들어 당면보다 더 탱글탱글하다.

궈바오러우(鍋包肉)도 빼놓을 수 없다. 탕수육과 비슷하지만 넓적하게 저민 고기를 튀긴 요리다. 동북 지방 출신 중국 요리사들과 이를 응용한 우리나라 화교들이 많이 만든다. 튀김옷에 감자 전분을 넣고 튀김옷을 입혀 만드는데 주요 고객층인 한국인이 굉장히 좋아하는 까닭이다.

한국인의 존득한 맛이 이제 세계를 향하고 있다. 활화산 같은 ‘두쫀쿠’의 인기야 이제 어찌 될지는 모르겠으나 떡볶이며 떡, 쫀득이, 갈비 등이 갈채를 받으며 줄줄이 세계시장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 존득존득 탱글탱글한 우리의 맛, ‘K존득’. 외국인들이 한번 경험하면 중독된다는 K컬처와도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맛볼까

◇두바이쫀득쿠키= 워낙 파는 곳이 많고 변별력도 적은 메뉴라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이지만 그나마 쉽게 살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서울 명동 한복판 유요거트 본점에서 하루 100개 한정으로 판다. 점심 때까진 남아 있었다. 원가 상승을 이유로 대체품을 쓰진 않았다.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와 카다이프를 썼다. 크기는 여느 집과 비슷하다. 서울 중구 명동8길 8-13. 대학로 혜화역 1번 출구 앞 포장마차에선 두쫀쿠와 두쫀붕(붕어빵)도 판다. 오며 가는 많은 행인이 찾는 곳이다. 모양은 붕어빵이지만 두바이 초콜릿으로 내용물을 제대로 채웠다. 1인 2개 한정.

◇갈빗살= 주물통. 서울 노원구 수락산역 인근에서 씹는 맛이 좋은 소고기를 팔기로 유명한 집이다. 한국인이 즐기는 갈빗살과 생갈비, 돼지 꼬들살 등이 주력 메뉴다. 매일 찧고 숙성시켜 달지 않고 향기 좋은 마늘 양념을 가득 얹은 소갈빗살 주물럭을 메인으로 소금 생갈빗살, 마늘 양념 및 소금 뼈 생갈비 등을 파는데 고기 자체가 좋아 찾는 손님이 많다. 처음 이에 닿는 식감이 존득하면서도 삼킬 때는 이미 부드럽다. 비장탄을 쓰는 등 화력도 좋아 고기가 속까지 제대로 익는다. 곁들이는 된장찌개와 계란찜도 맛이 좋아 가족 단위 방문객에 좋다. 서울 노원구 동일로241길 11.

◇창펀= 티엔미미 홍대점. 정지선 셰프가 운영하는 딤섬 맛집. 수채화 팔레트처럼 다채로운 종류의 딤섬을 파는 곳이다. 새우쇼마이, 부추새우딤섬 등 전반적으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존득한 식감이다. 여기다 홍콩식 창펀과 동북식 궈바오러우도 있다. 여기다 ‘쫀득의 끝판왕’인 찹쌀공 메뉴도 있다. 중식의 다양한 씹는 맛을 즐기고 싶다면 이곳이 딱 좋다. 서울 마포구 양화로 144 머큐어 앰버서더 호텔 4층.

◇오코노미야키= 후게츠(風月). 서울 명동에 위치한 일본 오사카식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이다. 일본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매장인데 정통 방식을 고집한다. 메뉴 중 존득한 감자떡, 치즈가 들어간 것이 있다. 소스에 비빈 양배추를 뜨거운 철판 위에 덮어놓으면 떡과 치즈가 안에서 녹아들어 라자냐처럼 쫀득쫀득한 소가 된다. 기본 메뉴보다 쫀쫀한 맛이 더해지며 씹는 맛이 좋아진다. 서울 중구 명동8길 21-5 해암빌딩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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