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된 승부사 최민정…2관왕·사상 첫 개인종목 3연패도 보인다[2026 동계올림픽]

조용직 2026. 2. 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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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쇼트트랙 당대 최고 선수 재확인
커리어 시작부터 10년간 세계 지배
대표팀 주장…심석희와 갈등 풀고 합심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낸 한국대표팀 최민정(왼쪽)과 김길리가 태극기를 둘러멘 체 트랙을 돌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한국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의 계보를 잇는 최민정(성남시청)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새 역사를 썼다.

이번 대회 혼성 2000m 계주, 500m, 1000m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던 최민정은 아쉬움에 좌절하거나 중압감에 주저앉았다. 대신 독기로 스케이트 날을 더욱 날카롭게 갈아 기어이 19일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이 종목 결승에서 최민정은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등 내로라하는 쇼트트랙 강국과 맞서 대표팀의 1번 주자로 나섰다. 트랙 27바퀴를 도는 이 경기에서 그는 결승선 16바퀴를 남기고 앞서 달리던 네덜란드 선수가 혼자 넘어지면서 큰 위기를 겪었다. 함께 넘어질 뻔한 최민정은 몸의 중심을 잘 잡아 버텨냈고, 다시 속도를 올려 추격전을 펼쳤다.

이후 대표팀 선수들은 온 힘을 다해 내달려 선두 그룹을 따라잡았다. 최민정은 결승선 4바퀴를 남기고 이전 주자 심석희가 힘껏 밀어주자 탄력을 받아 속도를 끌어올렸고, 앞서 달리던 캐나다를 제치며 2위로 올라섰다. 이어 마지막 주자 김길리가 역전 스퍼트로 이탈리아마저 제치며 감격스러운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쇼트트랙 한국 대표팀의 이번 메달은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의 최가온(세화여고)에 이은 올림픽 두 번째 금메달로 기록됐다.

기쁨으로 붉게 달아오른 표정의 최민정은 넘어질 뻔한 위기를 넘긴 장면에 대해 “진짜 당황했다, 위험한 상황이 좀 많았는데 다행히 침착하게 잘 대처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선두를 잡는 레이스가 중요해서 500m 종목을 타듯이 무조건 1번 자리를 잡자는 생각으로 뛰었다”라며 “마지막 주자를 김길리에게 넘겨줬는데, 내가 뛰던 속도와 힘을 모두 잘 전달해 주면서 밀어주려고 노력했다. 김길리라서 믿었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전이경, 진선유, 박승희의 뒤를 이어 2010년대부터 세계 무대를 지배해왔다. 서현고 재학 시절 2014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그는 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첫 출전 만에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정상에 섰다. 이듬해 세계선수권에서도 종합 우승을 거머쥐며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최민정은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선수로 평가된다. 압도적인 체력과 폭발적인 스피드,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 등을 두루 갖춰 오랜 세월 세계 최정상을 지켜왔다.

첫 올림픽이었던 2018년 평창 대회에서는 1500m와 3000m 계주 금메달을 따내 2관왕에 올랐다. 2022 베이징 대회 1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 3000m 계주 은메달을 획득하며 건재를 입증했다. 같은 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선 4관왕에 오르며 4년 만에 종합 우승을 탈환했다.

정상에 오래 머문 만큼 도전자는 끊이지 않았다. 경쟁자들은 그의 주법과 전략, 약점을 집요하게 분석했고, 아웃코스 질주와 페이스 조절 등 주특기 역시 철저히 연구 대상이 됐다.

최민정은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2023~2024시즌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결단을 내렸다. 국제대회에 출전을 멈추고 장비를 교체하는 한편 개인 훈련에 집중했다.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민정, 김길리, 이소연, 노도희, 심석희. [연합]

1년의 공백 후 복귀한 그는 첫 국제종합대회인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500m, 1000m, 혼성 2000m 계주 금메달을 휩쓸며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동계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른 최초의 한국 여자 선수라는 기록도 남겼다.

모의고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최민정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여기며 훈련 강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캐나다의 신성 코트니 사로가 급부상하며 왕좌를 위협했지만, 그는 흔들림 없이 밀라노 무대를 준비했다.

최민정은 이번 올림픽에서 선수단 여자 주장이자 남녀 대표팀 통합 주장을 맡아 고의 충돌 의혹으로 사이가 멀어졌던 심석희(서울시청)와도 손을 맞잡고 계주를 준비, 마음의 응어리도 내려놓았다.

개인적 아픔을 딛고 선 밀라노 무대에서 그는 다시 한번 존재감을 증명했다. 한국 여자 계주 대표팀의 우승으로 최민정은 올림픽 통산 메달 6개를 수집해 진종오(사격)와 김수녕(양궁), 이승훈(스피드 스케이팅) 등이 보유한 동·하계 올림픽 한국인 최다 메달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또 쇼트트랙 전이경(4개)과 함께 한국 동계 올림픽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을 썼다.

최민정은 “올림픽에 나올 때까지만 해도 최다 금메달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했고, 오늘 결과로 대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돼 꿈만 같고 기쁘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이제 21일에 열리는 여자 1500m 개인전에서 또다시 역사에 도전한다. 장·중·단거리를 가리지 않고 스피드, 지구력, 폭발력을 발휘하는 올라운더 최민정에게 1500m는 최민정의 주 종목 중의 주 종목이다.

최민정은 1500m에서 2018년 평창 대회와 2022년 베이징 대회 모두 금메달을 땄다. 특히 평창 대회에서는 3바퀴를 남기고 판을 뒤집은 뒤 2위와 무려 9m 차이로 격차를 벌리며 피니시라인을 밟는 괴물 같은 막판 스퍼트를 보여줬다. 베이징 대회도 꼭 3바퀴를 남기고 역전하며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최민정이 남은 1500m에서도 입상하면 올림픽 한국인 최다 메달 보유자가 된다. 더 나아가 만약 우승까지 한다면 전이경을 넘어 금 5개로 한국 동계올림픽 최다 금메달 기록이자 쇼트트랙 사상 첫 개인종목 3연패라는 새 이정표도 세우게 된다.

첫걸음부터 세계를 호령했던 최민정의 모든 걸음은 ‘역사’가 됐다. 이제 올림픽 끝자락에서 그는 새로운 ‘신화’를 쓸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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