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상한 아빠는 단 5% 입니다”...유전적으로 타고 나야된다는 ‘수컷의 세계’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6. 2. 1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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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 수컷 중 상위 5%에만 허락된다는 '자상한 아빠'의 자격이 뇌 속 특정 유전자의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유전자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아빠가 처한 사회적 환경에 따라 켜지고 꺼지는 스위치처럼 작동했다.

연구를 주도한 포레스트 로저스 프린스턴대 박사후연구원 "임신이나 출산을 겪지 않은 총각 쥐라도 뇌 속 환경이 바뀌면 훌륭한 아빠가 될 수 있다"며 "아구티 유전자가 뇌에서 육아 행동을 억제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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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과학저널 ‘네이처’ 발표
아구티 유전자 수치 낮으면
상위 5% 속하는 자상한 아빠
혼자 살면 육아 본능 강해지고
무리 지어 살면 공격성 늘어
새끼들을 품에 안고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있는 아프리카 줄무늬 쥐 수컷의 모습. 포유류 수컷의 육아는 전체의 5% 미만으로 매우 희귀하지만, 아프리카 줄무늬 쥐는 ‘자상한 아빠’의 대명사로 꼽힌다. [C. Todd Reichart / 프린스턴대 분자생물학과]
포유류 수컷 중 상위 5%에만 허락된다는 ‘자상한 아빠’의 자격이 뇌 속 특정 유전자의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유전자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아빠가 처한 사회적 환경에 따라 켜지고 꺼지는 스위치처럼 작동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연구팀은 18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아프리카 줄무늬 쥐의 부성애를 조절하는 뇌 속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털 색깔이나 비만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구티(Agouti)’ 유전자가 부성애의 핵심 열쇠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자연계에서 수컷 포유류가 새끼를 돌보는 경우는 전체의 5% 미만으로 매우 드물다. 하지만 아프리카 줄무늬 쥐는 독특하게도 수컷이 새끼를 핥아주고 품어주는 ‘육아의 신’부터 새끼를 무시하거나 심지어 공격하는 ‘학대범’까지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연구팀은 이 차이가 뇌의 ‘내측 시각전 구역(MPOA)’이라는 부위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곳은 부성애가 강한 쥐일수록 활발하게 움직이는 일종의 ‘육아 허브’다.

연구의 핵심은 이 뇌 부위에서 작동하는 ‘아구티 유전자’의 역할이다. 연구 결과, 새끼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수컷의 뇌에서는 아구티 유전자의 발현량이 현저히 낮았다. 반면 새끼를 공격하거나 방치하는 수컷은 아구티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이 유전자 요법으로 강제로 아구티 수치를 높이자 자상했던 쥐 아빠가 순식간에 새끼에게 무관심해지거나 공격적으로 돌변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 수치를 결정하는 것이 ‘사회적 환경’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컷 쥐를 독방에서 혼자 지내게 하자 아구티 수치가 떨어지며 자상한 아빠로 변했다. 반면 여러 마리와 함께 좁은 공간에서 경쟁하며 지내게 하자 아구티 수치가 치솟으며 육아를 포기했다.

연구를 주도한 포레스트 로저스 프린스턴대 박사후연구원 “임신이나 출산을 겪지 않은 총각 쥐라도 뇌 속 환경이 바뀌면 훌륭한 아빠가 될 수 있다”며 “아구티 유전자가 뇌에서 육아 행동을 억제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리카르도 말라리노 프린스턴대 분자생물학과 교수는 “이는 동물이 인구 밀도나 먹이 경쟁 같은 외부 환경 정보를 통합해, 자신의 생존에 집중할지 자식 양육에 투자할지 균형을 맞추는 진화적 메커니즘”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인간에게도 아구티 유전자와 MPOA 영역이 존재하지만, 동일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카트린 페냐 프린스턴대 신경과학과 조교수 “육아는 복잡한 특성이라 알약 하나로 좋은 부모가 될 수는 없다”면서도 “이번 연구는 환경적 요인이 어떻게 뇌를 변화시켜 아동 학대나 방임 위험을 높이는지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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