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산업, 지속 가능한가···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해야

[시사저널e=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현재 국내 경제를 견인하는 산업은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다. 배터리는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K방산과 K조선도 선전하고 있으나 전체 산업 규모로 보면 아직은 제한적이다.
주가가 오르며 활황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일부 산업에 쏠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빈익빈'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민층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녹록지 않다. 경제성장률은 경쟁국 대비 1%대에 머물러 있고, 원화 가치 하락까지 겹치며 경제 전반의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발 강경 통상 전략까지 더해지며 글로벌 시장은 더욱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수출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우리 경제에서 WTO와 FTA 체제를 활용한 수출 확대는 여전히 핵심 전략이다. 내수 시장이 좁고 한계가 뚜렷한 만큼, 수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 생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대외 환경은 분명 위기 국면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일자리 창출과 산업 연관 효과, 파급력 측면에서 다른 어떤 분야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완성차 제조뿐 아니라 애프터마켓까지 광범위한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어 국가 경제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중·후진국이 자동차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우리 자동차 산업은 지난 50여 년간 유일하게 선진국 그룹에 진입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현재는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는 물론 전기차, 수소전기차까지 아우르며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향후 5~10년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대한 시기가 될 것이다. 국내 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선진시장 중에서도 까다로운 소비자 기준과 엄격한 검증 과정을 갖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여건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국내 시장이 점차 '기업하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외로 이전한 국내 기업은 많았지만, 국내로 복귀한 리쇼어링 기업은 극히 적었다. 이는 기업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각종 규제 중심의 포지티브 정책과 제도가 중첩돼 있고, 상속세와 법인세는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깝다. 강성노조와 매년 반복되는 임단협, 지속적으로 오르는 최저임금과 높은 평균 연봉도 부담 요인이다. 기업 대표에게는 OECD 평균보다 훨씬 많은 형사처벌 조항이 적용돼 경영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해석이 모호한 규정 역시 경영 불확실성을 키운다. 여기에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등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법안이 빠르게 추진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안의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검증과 점진적 시행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속도전으로 처리되는 법안이 늘어나는 현실은 기업 환경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어떠할까. 수십 년간 축적해온 경쟁력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진다.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한국GM, 르노코리아, KGM 등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국내 시장 점유율도 낮다. 반면 테슬라 등 수입 브랜드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결국 핵심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이 계속 국내 생산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서 현지 생산 확대는 불가피해지고 있다. 관세 대응과 현지 맞춤 전략을 위해서는 현지 공장이 필요하다. 동시에 국내 생산 현장은 높은 인건비 부담에 직면해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직 평균 연봉은 1억원을 넘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추가 인상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연봉 1억원이 넘는 직종이 국내에 얼마나 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교수직도 지방 대학의 경우 1억원을 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실제로 몇 달 전 재학 중이던 학생이 현대차 생산직에 최종 합격해 자퇴서를 제출한 사례도 있었다.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생산직으로 입사하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이 남는다.
현재 국내 경차 3종은 모두 위탁 생산되고 있다. '캐스퍼'는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레이'와 '모닝'은 동희오토에서 생산된다. 높은 인건비 구조로는 경차의 생산 단가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BYD의 전기차 '돌핀'은 2000만원 초반대 가격으로 출시되며 높은 가성비를 앞세우고 있다. 상황에 따라 가격을 더 낮출 여지도 있다. 국내에서는 동일한 조건으로 이러한 차종을 생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경쟁 구조 자체가 다르다.
로봇 도입 역시 논란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향후 2년 내 생산 현장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 강도가 높고 작업 환경이 열악한 분야부터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노조는 합의 없는 로봇 투입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국내 생산 기반은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토요타자동차도 렉서스 등 고급 차종을 일본 내에서 생산하려 노력해왔으나, 비용 부담으로 해외 생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 역시 제네시스 등 고급 차종 중심으로 국내 생산을 유지하려는 전략이 거론되지만,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은 결국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 이동한다. 합리적 임금 수준, 높은 기술력, 인프라, 정부의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갖춰진 지역으로 생산 거점은 옮겨간다. 이러한 조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 150여 개의 공장과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글로벌 거점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판매 대수 기준으로 글로벌 3위를 기록하며 토요타와 폭스바겐을 뒤쫓고 있고, 수익성 측면에서는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양적 성장까지 더해지면 2위 도약도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해외 진출 확대는 필연적 전략으로 보인다.
결국 국내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지 못한다면 자동차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기업이 떠나면 일자리도, 노사 협상도 의미를 잃는다. 국가 지도자는 단기적 정치 판단이 아니라 중장기 산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자동차 산업의 향방을 결정할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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