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6개월 만에 2000% 폭등…성호전자, 2800억 ‘빅딜’의 전말 [이슈체크]
2800억원 사실상 차입 올인
6개월 만에 주가가 2000% 가까이 뛴 코스닥 상장사가 있습니다. 시가총액이 800억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급증한 곳, 바로 성호전자 이야기입니다. 시장에선 성호전자의 7개 기업에 대한 공격적 인수합병(M&A)이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됐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 가운데 2800억원을 베팅한 ADS테크 인수가 주가 급등의 견인차가 된 것으로 봅니다.
최근 인수를 마무리 한 ADS테크는 앞서 200억원 안팎을 투입했던 인수 건들과 비교하면 단연 최대 규모입니다. 코스닥 상장사로서는 흔치않은 빅딜입니다.
메자닌(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을 활용한 이른바 '매도자 금융(매도측의 일부 인수자금 공급)'이 포함됐고, 그 구조 또한 복잡한데다 거래대금 전체에 대한 외부조달을 추진하다보니 인수금융이 제대로 성사될 지 시장에서는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고래를 삼킨 성호전자의 2800억원 빅딜은 어떤 구조로, 어떻게 성공한 것일까요?

■ 지난해 M&A만 '7곳'
성호전자는 외부에서 들어온 전기를 저장해주고 분배해주는 콘덴서를 주력으로 제조하는 기업입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은 1714억원, 35억원입니다. 고성장 국면에 있는 업종은 아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해왔습니다.
변동폭이 크지 않았던 주가는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본격 상승합니다. ADS테크 인수 소식이 발표된 12월 이후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졌습니다. 불과 6개월 전 1000원 수준이었던 주가가 2만6000원대까지 치솟은 겁니다. 1000억원 미만이었던 시가총액은 한때 1조9000억원까지 불어났습니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성호전자의 시총은 1조5000억원 수준입니다.
시장에선 지난해 6건의 M&A에 이어 최근 인수를 마무리 한 ADS테크에 주목합니다. 단지 인수대금 규모(2800억원)때문만은 아닙니다. ADS테크의 인수는 AI(인공지능)와 연관이 깊습니다. 이 회사는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광 트랜시버(광 송수신기)를 생산하는 곳입니다. AI 업계에선 더 적은 전력으로 더 빠르게 멀리 데이터를 전송하는 게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광트랜시버를 하나의 패키지에 통합한 기술인 CPO(Co-Packaged Optics)가 각광 받고 있습니다. CPO는 구리선을 이용하는 구간을 없애 더 적은 전력으로 더 빨리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성호전자는 ADS테크가 국내 광송수신기 기업 중 CPO와 관련된 유일한 투자처라고 설명합니다.
ADS테크는 엔비디아 자회사 멜라녹스를 주요 고객사로 두며 실제 제품을 납품 중입니다. 실적도 계속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ADS테크의 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5억원, 1억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2024년에는 635억원, 255억원으로, 괄목한만한 실적을 일궈냈습니다. 지난해 실적이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2024년 대비 상당 폭 증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성호전자 같은 코스닥 기업이 1년 동안 무려 7곳의 기업을 인수했다는 건 이례적입니다. 공격적 M&A에는 박성재 대표의 의지가 매우 컸다는 후문입니다. 창업주 박현남 회장의 장남인 박 대표는 2021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성호전자는 박 대표의 미시간대학교 동문이 설립한 투자자문사 '미시간밸류파트너스'에 직접 출자하면서 투자업에도 발을 들이고 있습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콘덴서 산업이 고성장 산업이 아닌 만큼 공격적인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로 회사를 성장시키려는 오너 의지로 보인다"며 "현재도 다른 매물을 물색하며 증권가와 접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 ADS테크 2800억원 인수 대금 전량 차입 올인
성호전자의 3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현금성 자산은 110억원에 불과합니다. 자금 여력이 없기 때문에 ADS테크 거래 구조는 복잡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부턴 ADS테크의 인수 구조를 하나씩 뜯어보겠습니다.
성호전자는 8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합니다. CB나 BW는 사채 원금 대신 신주 발행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사채입니다. 주가가 상승하면 투자자는 권리를 행사해 큰 차익을 누릴 수 있죠. 성호전자가 발행하는 CB와 BW에 매도자인 ADS테크 주주들도 200억원을 투자합니다.
성호전자는 800억원 중 700억원을 '어매이징홀딩스'가 추진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합니다. 어매이징홀딩스는 ADS테크를 위해 성호전자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입니다. 어매이징홀딩스는 곧바로 700억원을 ADS테크 주주들에게 지급하고 이에 상응하는 ADS테크 주식을 받습니다. 이 주식 거래가 완료되면 1단계 거래는 종결됩니다. 1단계까지 정리한 그림은 아래와 같습니다.

2단계는 ADS테크 주주들이 어매이징홀딩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어매이징홀딩스는 ADS주주들 대상으로 3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340억원 규모의 우선주(CPS)를 발행합니다. 우선주의 경우 15%의 고율의 이자(배당)가 적용됐습니다.
이로써 어매이징홀딩스에 다시 640억원이 들어왔습니다. 이 투자금 전량은 ADS테크 주식을 매입하기 위한 자금으로 사용됩니다. 즉, ADS테크 주주들이 어메이징홀딩스에 투자한 돈이 다시 주주들에게 꽂히는 셈입니다. ADS테크 주주들이 이에 상응하는 ADS테크 주식을 지급하면 2단계 거래는 종결됩니다. 아래는 2단계를 도식화한 그림입니다.

1단계, 2단계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다 보면 어매이징홀딩스와 ADS테크 주주 간 돈이 돌고 도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ADS테크를 인수하기엔 돈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성호전자는 추가로 필요한 1500억원을 외부금융회사로부터 인수금융 방식으로 조달합니다. 거래종결일이 지난달 16일에서 한 차례 밀리면서 인수금융 조달에 어려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호전자는 최종적으로 인수금융에 성공했습니다. 이번 인수금융에는 산업은행, 푸른저축은행, 다올금융그룹 등이 참여했는데 특히 국책은행 산은의 참여가 인수금융 조달 성공에 결정적이었다는 평가입니다. 산은은 이번 인수금융에 약 200억원 가량 참여했습니다.
시장에선 인수 구조가 독특하다고 평가합니다. IB 업계 관계자는 "매수자(성호전자)와 매도자(ADS테크 주주) 간 돈이 돌고 도는 방식으로 복잡한 인수 구조를 짜는 건 보기 드물다"며 "복잡한 구조를 짰다는 건 그만큼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합니다. 한 M&A 자문 전문변호사도 "이렇게 복잡한 딜 구조는 처음 본다"며 "다소 리스키한 구조"라고 말합니다.
앞에서 살펴봤 듯 이번 인수 과정에서 성호전자가 ADS테크 인수를 위해 투입한 자체 현금은 한푼도 없습니다. ①CB, BW의 발행 ②ADS테크 주주들의 재투자 ③금융기관의 인수금융 등 모두 외부에 손을 벌려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재무적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15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인수금융의 연 이자율을 보수적으로 연 7%로 가정하면 연간 105억원의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재투자하는 과정에서 발행한 CPS(300억원·연 이자 15%)도 포함하면 연간 이자 비용만 150억원에 달합니다.
성호전자의 자체 현금 여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ADS테크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배당으로 활용해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자 비용을 충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을 포함한 금융기관이 인수금융을 내준 건 성호전자의 본연의 사업보다 ADS테크를 보고 해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관건은 ADS테크가 회사의 기대만큼 꾸준한 실적을 내놓는지 입니다. 예상보다 더딘 성장세를 보인다면 성호전자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지난해부터 일각에서 제기하는 AI거품론이 현실화되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ADS테크가 앞으로 멜라녹스로부터 꾸준히 수주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예상보다 더딘 성장성을 보이면 차입 부담이 급격히 증가해 회사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성호전자가 사실상 ADS테크에 회사의 명운을 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나은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