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성기 달고 남자행세, 임신까지 시켰다…사람답게 살고 싶었기에 [2026 베를린영화제]
17세기 기구한 남장여자 삶 추적
산드라 휠러 미친 연기…평점 1위
![올해 2026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은 영화 ‘로즈’에서 열연한 배우 산드라 휠러. 산드라 휠러는 202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추락의 해부’와 같은 해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동시 주연을 맡은 세계 최정상급 배우입니다. [로이터·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9/mk/20260219110002587anff.png)
누가 봐도 남자인 이 사람은, 그러나 ‘남장 여자’였습니다. 본명은 로즈. 그는 자신의 성별을 위장해 남성으로 행세했고, 심지어 여성의 몸으로 전시 군복무까지 치르고 살아돌아온 뒤였습니다. 도대체 로즈 왜 남성으로 위장하며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남성으로 살기를 원했던 것일까요.
올해 제76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최고 화제작으로 떠오른 마르쿠스 슐라인저 감독의 흑백 영화 ‘로즈’의 기본 줄거리입니다. 지난 18일 베를린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독일 현지에서 올해 황금곰상 수상이 유력한 ‘로즈’를 살펴봤습니다. 영화 초반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난 18일 독일 베를린영화제에서 열린 영화 ‘로즈’ 공개 직전 모습. ‘로즈’가 초연 직후 스크린데일리 평점 3.3점(4점 만점)을 받으면서 22편 경쟁 부문 진출작 가운데 1위로 급부상하자 다음날 상영회에선 단 한 좌석도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유태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9/mk/20260219110004067ffdt.png)
![영화 전문 매체 스크린데일리의 2026년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평점. 영화 ‘로즈’가 유일하게 3점대를 기록하며 1위를 유지 중입니다. [스크린데일리 홈페이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9/mk/20260219110005433ktax.png)
문제는, 그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지기 위해 감당해야 할 대가가 하필 ‘혼인’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을의 가문과 인척이 되지 않고서는 완전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기에 그는 결국 그 요구를 받아들입니다. 혼인이 이뤄지면 자신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란 사실을 들킬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혼인을 승낙하고 맙니다. 로즈의 배우자가 될 여성의 이름은 수잔나. 결혼식을 올리고 돌아온 그날, 수잔나는 초야(初夜)를 치르기 위해 옷을 벗지만, 로즈는 당연하게도 그런 신부를 외면합니다. 자신까지도 옷을 벗었다가는 가짜 신분을 들킬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영화 ‘로즈’의 한 장면. 로즈는 여성이지만 남자 행세를 하고 다닙니다. 그는 총상으로 얼굴에 입은 상처로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감춥니다. [IMDb]](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9/mk/20260219110006824vihy.png)
그러던 중, 로즈가 결국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 오고야 맙니다. 두터운 옷으로 몸을 가렸음에도 옷의 틈으로 들어온 벌에 쏘이고 만 겁니다. 기절한 남편의 옷을 벗겨 진정시키던 수잔나는, 혼자서 남편의 벗은 신체를 보고야 맙니다. 남편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그에 앞서 본질적인 질문, 도대체 왜 로즈는 자신의 생물학적 성을 지우고 남성으로 살기를 원했던 걸까요. 여기까지가 영화 ‘로즈’의 초반부 줄거리입니다.
![영화 ‘로즈’의 한 장면. [2026 베를린영화제 홈페이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9/mk/20260219110008160lftb.png)
산드라 휠러는 독일 최정상급 배우로 ‘로즈’에서 정말이지 미친 연기를 보여줬고, 지금 이 순간 ‘베를린의 아이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지난 16일 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산드라 휠러. [로이터·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9/mk/20260219074208873yghb.jpg)
자신의 걸음으로 이동할 자유, 토지를 상속받을 권리, 공적 공간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발언할 자격까지 모두 ‘남성’의 전유물이었으며, 여성은 공동체로부터, 가족으로부터 보호를 이유로 철저히 통제되는 자리였습니다. 영화 ‘로즈’는 억압과 자유 가운데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인간을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질문합니다. 산드라 휠러가 연기한 로즈는 결국 자유를 위해, 삶을 걸고 세계와 협상을 해야 했던 역사 속 인물을 통해, 아직 변하지 않은 역사의 성 규범을 본질적으로 사유합니다.
![영화 ‘로즈’ 포스터. 제목 아래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로고가 선명합니다. 21일 발표되는 시상식에서 수상이 유력한 작품입니다. [IMDb]](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9/mk/20260219110009701rsga.png)
‘로즈’는 두 시간 남짓의 영화이지만 이날 상영 중 객석을 이탈하는 관객이 거의 없을 정도로 몰입감이 강했고, 개인적으로 산드라 휠러의 오랜 팬이었던 저로서도 올해 최고의 영화가 아닐 수 없는 걸작이었습니다. 산드라 휠러의 ‘로즈’는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할 수 있을까요. 경쟁 부문 진출작들도 만만하진 않지만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들이 ‘로즈’를 1순위로 꼽으리란 확신은 저만의 상상은 아닐 겁니다.
![2026년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로즈’ 티켓. [김유태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9/mk/20260219110011060gmzi.png)
![베를린영화제가 열리는 ‘베를리날레 팔라스트’ 입구 모습. [김유태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9/mk/20260219110012519bjsr.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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