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견뎌야 실업급여 주고 사업장 변경해 준다고?

이동철 2026. 2. 1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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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고용관계를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의 하이라이트는 43조다.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고용노동부 장관 고시) 4조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로 임금의 30% 이상의 금액을 2개월 이상 체불·지연지급 하거나 2회 이상 체불·지연 지급할 경우로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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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고용관계를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의 하이라이트는 43조다. 임금의 지급 규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은 노동자가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다. 혹자는 임금이 일을 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대다수 노동자는 임금을 기반으로 경제활동을 꾸려나간다.

근로기준법 43조에 따르면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로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매월 1회 이상이니 매주 주급으로 지급하건, 보름에 한번 지급하건 매일 일당으로 지급하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보면 자주 한 달을 건너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 건설 현장이나 제조업 사업장 일용직이 대표적이다. 용역현장의 작업 지휘자인 속칭 '오야지'에 의해 모집돼 일하는 노동자는 보통 용역 업무가 마무리돼야 임금을 지급받기도 한다.

충청남도 당진시의 어느 공장 신축 건설 현장에서 조경 일을 하던 60대 노동자는 용역회사로 부터 보통 2개월에서 3개월마다 임금을 지급받았다. 매월 내는 집세가 밀리면 용역회사에 하소연 해보지만 원청이 용역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돈이 없다는 핑계로 번번이 매월 지급을 미뤘단다.

경기도 김포시의 소규모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사용자가 약 45일에서 2달 간격으로 임금을 지급했다고 했다. 매월 고국의 가족에게 송금해야 하는 사정을 설명하며 월에 1회씩 노임을 달라고 하소연했더니 사용자는 "당신도 목돈 만져서 기분 좋지 않으냐"고 헛소리를 했다고 한다.

사용자도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공사를 발주한 발주처나 원청이 용역 대금을 지급해야 인건비를 지출할 수 있는 구조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의 사정 때문에 현장의 노동자가 매월 월세와 각종 공과금을 체납해 가며 경제적 궁핍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명백히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에 해당하기에 고용노동지청등 행정기관에 신고하면 미지급된 임금을 청산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용역회사에서 써주지 않으면 일거리가 없는 일용직으로서는 후과가 두렵다.

이처럼 임금이 체불될 경우 해당 사업장을 이탈해 새로운 사업장의 취업을 준비한다면 해당기간 동안 고용보험을 통해 실업인정을 받아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조건은 이직(퇴사)전 1년간 임금체불이 2개월 이상 발생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43조가 명백하게 매월 1회 이상 임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조항을 두고 있음에도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임금체불이 2개월 이상 발생하길 기다려야 한다.

이주노동자도 임금체불이 발생할 경우 해당 사업장을 이탈해 새로운 사업장의 취업을 모색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도 2개월 이상 사용자로부터 임금이 체불돼야 한다.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고용노동부 장관 고시) 4조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로 임금의 30% 이상의 금액을 2개월 이상 체불·지연지급 하거나 2회 이상 체불·지연 지급할 경우로 규정돼 있다. 만약 체불임금이 10%이상 30% 미만이면 4개월 이상이 체불돼야 한다.

이는 매월 1회 이상 임금을 지급하도록 정한 근로기준법 43조의 취지에 어긋난다. 불법을 더 견뎌야 실업급여를 주고, 법위반 사업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역설적인 행정기준은 시급하게 변경돼야 한다.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leesey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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