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54% 인상해 빈곤 잡은 멕시코

'이 공약을 정말 지킬까?' 2018년 멕시코의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이 최저임금 매년 20% 인상, 임기 말까지 100% 이상 인상을 약속한 것을 보고 들었던 생각이다. 한국에서는 통상 노동자대표가 생계비 인상률보다 조금 높은 인상안을 제시하고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는데, 멕시코는 6년 만에 최저임금을 두 배로 만들겠다니 그 자체로 놀라운 약속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공약은 지켜졌다. 2018년 이후 멕시코에서는 북부 국경지대를 제외하고 적용되는 일반 최저임금이 매년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2023년 연말 오브라도르는 2024년도 최저임금을 20% 인상한다고 발표하면서 '최저임금 2배 올리기' 공약을 이행했다고 자평했다. 최저임금 인상에만 기대지 않고 노년층 연금과 청년층 장학금 같은 사회보장도 함께 확대했다.
오브라도르의 임기가 끝난 후에는 현 셰인바움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진보적 정책을 이어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올해 최저임금 13% 인상은 물론이고 현행 48시간인 주당 노동시간을 40시간까지 단계적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2018년부터 2026년까지 멕시코의 최저임금은 실질 기준으로 154%나 올랐다. 그리고 그동안 멕시코 사회에는 세 가지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다.
우선 노동자의 구매력 회복이다. 1976년 이후 최저임금이 줄곧 낮은 수준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구매력이 저하된 상태였는데,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구매력을 회복하면서 내수 경제도 키워낸 것이다.
멕시코 정부는 노동자의 실질 구매력을 표현하는 '기본 장바구니(Canasta Básica)'라는 지표를 사용한다. 기본 장바구니란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생존에 필요한 필수 식재료를 구매하는 데 드는 최소 비용이다. 현재 노동자의 월 최저임금으로는 기본 장바구니 1.78개를 구입할 수 있는데, 멕시코 최저임금위원회는 2030년까지 이 수치를 2.5개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직관적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점에서 괜찮아 보이는 접근법이다.
다음 변화는 빈곤 감소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시행된 이후로 저소득층 노동자의 임금은 국경지대에서 204.6%, 비국경지대에서 115% 인상됐다. 그 결과 2018년부터 2024년 사이에 빈곤율이 12%나 하락하면서 약 1천300만명이 빈곤에서 벗어났다.
이어 성별 임금격차의 감소가 나타났다. 2019년과 2024년 사이에 멕시코의 성별 임금 격차는 29% 감소했다. 여성 빈곤층 비율이 높았던 지역에서는 변화가 더 두드러져서, 성별 임금 격차가 66%나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멕시코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은 여성과 저소득층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돼 사회 전반의 격차를 완화했다. 반면 기업들과 경제학자들이 걱정했던 대량실업이나 물가 급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국제기구들도 멕시코의 최저임금 인상에 주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 눈에 보는 정부 2025' 보고서에서 2012~2021년 멕시코의 상대 빈곤률이 3.9%포인트 감소했고 불평등도는 0.06포인트 감소했다고 밝혔다. 두 지표 모두 OECD 회원국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컸다.
또한 유엔경제위원회(ECLAC)가 지난해 발표한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들의 사회 개요 2025'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의 지니계수는 2021년 0.452에서 2024년 0.432로 감소했다. 소득 불평등이 여전히 심각하긴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사회보장 확대가 불평등 완화의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멕시코의 정책을 한국에 그대로 가져와서 적용하자고 하면 펄쩍 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멕시코에는 특수한 외적 상황도 있었다. 2018년 이후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 니어쇼어링을 배경으로 멕시코가 북미의 공급망 허브로 부상한 것이다. 그래서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멕시코에는 역사적 수준의 외국인 투자가 유입됐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각각 28.8%와 38.6%였던 2023년과 2024년에 멕시코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각각 360억 달러와 453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제조업·금융업·광업에 투자가 집중돼 임금 인상과 경제 성장이 공존하니 '이보다 좋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렇다 해도 멕시코 정부의 강한 정책 의지가 없었다면 노동자의 구매력을 높이는 정책을 8년 동안이나 추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지난해 2.9% 인상에 그쳤다. 시급 기준으로는 290원 인상인데 생활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으니 임금 인상의 효과를 체감하기가 어렵다. 숫자로 증명되고 있는 멕시코 최저임금 정책의 성과를 한국 정부가 참조하면 좋겠다.
the삶 대표 (livewith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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