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춘기 다이어리] 월급만으로는 살 수 없는 시대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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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배우가 SK하이닉스를 2011년에 2만 원에 샀다는데, 지금은 글쎄~"
[우먼센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주식 광풍이다. 등하교길에서도, 카페에서도, 학원에서도 사람들만 모이면 주식 이야기다. 나 역시 지난해 3월쯤 뒤늦게 첫 주식 계좌를 만들며 개미 대열에 합류했다. 머리만 대면 잠들던 남편도 요즘은 미국 주식까지 시작하면서 취침 시간이 늦어졌다.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워 듣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소액 투자를 시작했고, 나에게는 단기 매매보다는 장기 투자가 더 잘 맞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남편과 달리 나는 지금 대부분을 대형주에 묻어두고 있다.

막상 시작해보니 주식투자는 이자가 높은 은행을 찾아 예적금을 옮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다만 손해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과 정보 탐색이 필요하다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내가 주식을 피해왔던 것은 우리 사회가 '불로소득'이라는 말에 민감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노동 없이 버는 돈은 어딘가 부도덕한 것 같고 노력 없이 운으로 얻은 대가처럼 여겨진다. 나 역시 근로 소득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왔기에 불로소득이라는 말이 주는 묘한 불편함이 있다.
얼마 전 92년생 회사원이 주식 투자에 성공하여 파이어족이 된 후 인터뷰를 봤다. 댓글에는 "축하하지만 불로소득의 가치를 모르면 인생의 진짜 의미를 모른다"는 댓글과, "저 사람은 이제 평생 일하지 않아도 솔직히 부럽다고 인정하라"는 대댓글이 동시에 달려 있었다. 내 마음도 그 사이 어딘가였다.
나의 외할아버지는 평생 근로소득만으로 가족을 건사하다 은퇴하셨다. 그리고 퇴직금 전액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셨고 그 여파는 모든 가족에게 오래도록 남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무의식적으로 주식을 '도박'과 같은 부정적인 것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근로소득만으로 살아가기에는 세상이 너무 빠듯해졌다. 물가는 오르고 모두가 N잡을 고민한다. 그렇다면 주식 투자만큼 현실적인 '두 번째 수입원'도 드물다. 하다 보면 계절 옷 쇼핑하듯이 주식을 골라서 사는 재미가 생겼다. 그렇게 조금씩 투자액을 늘려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제와 정치에도 좀 더 귀가 열렸다.
여전히 마음 한편에는 의문이 남는다. 노동 없이 돈을 버는 것이 옳은 일일까? 그러나 '부자'로 불리는 사람들 중에서 근로소득만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은 없다. 우리 시대는 더 이상 하나의 소득원으로 버티는 구조가 아니다. 결국 주요 근로소득과 부소득이 함께 가야 하는 시대다.
혹시 우리가 주식 투자를 멀게 느껴온 원인은 '불로소득'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느낌 때문이지 않았을까?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사고를 규정한다. 그래서 나는 주식을 불로소득이 아닌 금융소득, 투자소득이라고 바꾸어 생각하기로 하고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주변에서는 아이 명의 계좌로 주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트렌드 변화는 AI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돈을 버는 방식도 분명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근로소득의 귀함과 가치를 믿는다. 하지만 과거의 주식을 보는 시각과 우리 시대의 시각에는 분명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관찰해보면서 나에게 맞는 방향을 찾아가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작은 재미일 것이다.

글쓴이김명지 세모라이브 대표 & 동서울대학교 디지털컨텐츠학교 겸임교수. 2018년생 딸 아이를 키우며 미디어커머스 회사를 운영하는 워킹맘. 꽃과 사찰산책, 맛집, 와인과 야장을 좋아하는 감성 T.
이설희 기자 seherhe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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