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물류·푸드테크 ‘피지컬 AI’ 이식… 전북 산업 대전환 [지방기획]
특구 지정 규제 샌드박스
R&D·기술 검증 한곳에서
1조원 ‘AI 실증 밸리’ 추진
김제, 농업로봇·스마트팜
새만금, 무인자율운송 실증
익산, 커스텀푸드 실증·제조
기업 유치·양산·인력 양성
‘全 주기’ 산업 생태계 구축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생산비용 상승, 산업 현장을 둘러싼 구조적 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통 제조업 중심의 지역일수록 그 충격은 더 크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전북도가 산업의 방향타를 과감히 꺾었다. 도는 2026년을 ‘인공지능(AI) 로봇 산업 육성 원년’으로 선포하고, 전북을 대한민국 대표 AI로봇 실증·산업화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18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의 AI로봇 관련 전략의 핵심은 ‘실증’이다. 기술을 개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검증하고 곧바로 사업화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는 중앙 부처와 협력해 자유로운 연구개발(R&D)과 실증 시험이 가능한 ‘로봇 제조 부품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규제 완화와 각종 특전을 제공할 계획이다.
중심축은 총 1조원 규모의 ‘협업 지능 기반 피지컬 AI 실증 밸리’다. 이곳에는 실제 산업 환경을 구현한 실증 메타팩토리가 조성돼, 연구실에서 개발된 기술이 곧바로 현장에서 검증된다. 피지컬 AI 기반 실증 사업과 연계해 기술 성능과 현장 적합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산업별 특화 실증 기반 시설도 촘촘히 깔린다. 김제에는 내년까지 1066억원을 들여 지능형 농기계 실증 단지를 조성하고, 남원에는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AI로봇 실증센터를 만든다. 새만금에는 해양 무인 로봇 실증 시험대를 구축해 항만·해양 분야 실증이 이뤄지게 한다. 농업·물류·해양·제조 등 전북 주력 산업 전반에서 로봇 실증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전북도의 로드맵은 ‘실증-확산-상생’ 3단계로 정리된다. 첫 단계는 실증 기반 시설 구축이다. 피지컬 AI 실증 밸리를 중심으로 농업, 해양, 물류, 제조 분야 실증 거점을 마련하고, AI로봇 특구 지정을 통해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한다. 기술 개발자와 기업이 규제 부담 없이 현장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두 번째는 산업 확산이다. 전북은 농업·건설·푸드테크·물류를 4대 전략 분야로 정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김제를 중심으로 스마트팜과 AI 기반 지능형 농업로봇 국가산업단지를 2033년까지 조성한다. 건설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427억원을 투입해 용접·도장 등 고위험 작업을 대체할 로봇 시스템을 개발·실증한다. 푸드테크 분야에서는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를 활용해 AI로봇 기반 커스텀 푸드 실증·제조 기반을 구축하고, 물류 분야에서는 새만금 자율주행 실증 지역과 연계해 산단-항만-공항을 잇는 무인 자율운송 체계를 단계적으로 완성한다.

전북은 로봇산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전국 상용차 생산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특장차와 농기계 산업이 집적된 ‘다품종·소량 생산’ 기반은 유연·맞춤형 로봇산업과 궁합이 좋다. 여기에 새만금이라는 대규모 산업부지, 항만과 전력공급, 시험·물류 기반 시설이 결합돼 기업 입지 경쟁력도 높다.


“인공지능(AI)로봇으로 전북의 산업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습니다.”
전북도가 주력 산업 전략을 ‘보완’에서 ‘전환’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농생명과 상용차, 농기계, 탄소산업으로 이어진 기존 주력 산업 위에 지능형 로봇을 결합해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김관영(사진) 전북도지사는 이를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고 표현한다.
김 지사는 1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저출산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 생산 비용 상승 등 구조적 변화 속에서 기존 산업 방식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전북이 처한 현실을 진단했다. 그만큼 단기 처방이 아닌 산업 전환이 필요하고, 그 해법으로 AI와 로봇을 결합한 새로운 성장 전략을 찾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북이 로봇산업 경쟁에서 불리한 지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상용차와 농건설기계를 중심으로 한 다품종·소량 생산 구조는 맞춤형·유연 생산이 핵심인 로봇산업과 궁합이 맞고, 농업·건설·물류·식품 등 로봇 수요가 분명한 산업 현장이 도 전역에 펼쳐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새만금은 전북 구상의 핵심 축”이라며 “제조와 조립, 실증과 물류가 한 공간에서 이뤄질 수 있는 입지 조건은 AI로봇 산업의 실험과 상용화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전북도가 ‘실증’에 방점을 찍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지사는 실증을 “기업이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라고 표현하며, 산업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기술 개발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인력과 제도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기술보다 먼저 준비돼야 할 것은 사람과 환경”이라며 지역 대학과 연계한 AI로봇 인력 양성 체계를 강조했다. 교육, 실습, 취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지역에서 바로 확보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에 대해서는 과감한 완화를 통해 ‘도전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전북 기업이 주인공이 되는 로봇산업”을 강조했다. 기업 유치에 그치지 않고, 도내 기업이 로봇 기술을 내재화하고 산업 전환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AI로봇 산업을 ‘미래 대비용 카드’로 보지 않는다. 이미 시작된 변화이며, 지금 대응 않으면 지역 산업 전반이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김 지사는 “이제 변화를 따라가는 지역이 아니라 이를 만드는 지역이 돼야 한다”며 “이 도전이 전북의 성공이자 도민의 성취가 되도록 끝까지 책임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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