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피해 막자는 법안에 “반대” 2900건···똑같은 문장 ‘복붙’, 누가 ‘좌표’ 찍었나

김원진 기자 2026. 2.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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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 비동의 성적 이미지 삭제·차단 의무
“사업자 자유 제한” 동일 문장 수백개씩 올라와
특정 집단 ‘좌표’ 가능성···법안 내용과도 거리
2024년 11월 6일 오전 서울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앞에 딥페이크 예방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딥페이크(불법합성물)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에 2900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국회 홈페이지에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악의적 삭제 요구’ ‘사업자에게 과도한 책임 부과’ 등 동일한 문장이 수백개의 게시물에 반복해 포함됐다. 피해방지법안 제정에 반대하는 일각에서 ‘좌표찍기’식으로 반대 의견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취재를 종합하면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딥페이크 피해 방지 및 삭제 의무에 관한 법률안’(이하 피해방지법안)을 발의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미성년자나 성인의 요청이 있으면 비동의 성적 이미지 표현물 등을 삭제·차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 인지 즉시 또는 피해자 요청 이후 24시간 이내 딥페이크 사진·영상물을 삭제·차단하도록 했다. 또 미성년 대상 딥페이크 사진·영상에는 비동의 추정 원칙을 적용하도록 했다. 피해방지법안은 사후 대응이나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적 대응을 다룬 기존의 규제와 달리 딥페이크 피해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국회입법예고’ 홈페이지에는 법안 발의 이후 이날 오후까지 보름간 2900여개의 의견이 올라왔다. 거의 대부분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게시글로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이 달렸다. ‘정부가 불리한 콘텐츠를 악의적으로 삭제 요구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사업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해 자유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라는 동일한 문장의 의견이 수백개씩 달렸다. 특정 집단의 ‘좌표 찍기’에 따른 의견 개진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에 올라온 ‘딥페이크 피해 방지 및 삭제 의무에 관한 법률안’에 달린 ‘반대 의견’. 국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밖에 ‘장기적으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든다’ ‘반국가세력이 만든 악법’ ‘플랫폼과 외국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 ‘정보 검열·통제수단’ 등의 의견도 소수 올라왔다.

이같은 반대 의견은 법안의 세부 내용과 거리가 있다. 법안은 딥페이크 사진·영상 삭제 요청 주체를 정부가 아닌 피해자로 명시했다. 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자나 학교, 아동보호기관에서 삭제 요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공익적 목적의 언론보도 등으로서 최소한도의 범위에서 불가피하게 필요한 공개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었다.

‘외국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형 플랫폼 기업이 많은 미국은 올해 5월부터 ‘딥페이크 삭제 의무화법’을 시행한다. 이 법은 온라인상 비동의 딥페이크 영상물을 금지하고 플랫폼 기업에 콘텐츠 삭제 의무를 부과했다. 피해자의 요청이 있으면 플랫폼 사업자는 48시간 이내 콘텐츠를 삭제하고 복제본 삭제를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받는다. 한국의 피해방지법안과 유사한 구조다.

정부는 올 상반기 성착취물과 비동의 딥페이크 이미지·영상 확산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1%의 불법영상물이 있더라도 (웹사이트를) 차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0일 주요국제기구와 “인공지능(AI)이 비동의 신체 합성 이미지를 생성하도록 하는 기술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 “‘옷 벗기는 AI’ 언제까지 그냥 둘 건가”···성착취 이미지 생성에 전 세계가 ‘우려’ 성명
     https://www.khan.co.kr/article/202602171114001


☞ ‘졸업앨범에 사진 원치 않으면···’ 딥페이크 위협에 올해도 등장한 서약서
     https://www.khan.co.kr/article/202602180729001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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