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이 되고 싶은 온수

한경머니 2026. 2.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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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臨場), 발품을 팔아 관심 있는 지역을 꼼꼼히 탐방하는 것이죠.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는 코너 ‘임장생활기록부’. 이달엔 서울 구로구 온수동에 다녀왔습니다.

[임장생활기록부] 29 - 서울 구로구 온수동

온수역
서울 구로구 온수동 전경

서울 구로구는 좀 억울할 것 같아요. 과거엔 산업화에 아주 큰 역할을 했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하니깐요. 구로구 안에서도 동네마다 편차가 좀 있습니다. 특히 경인로 주변이 상대적으로 더 발전했는데, 대표적인 곳이 신도림이죠.

이번에 살펴볼 곳은 구로구 온수동입니다. 온수동에는 전통적으로 공장과 낡고 오래된 주택이 많습니다. 일대엔 개발이 덜 된 곳이 대다수이고, 많은 지역이 노후했습니다. 그래서 구로구에서도 상대적인 낙후한 동네로 꼽히는 편입니다.

사실 온수의 위치는 서울의 끝자락입니다. 경기도 부천의 경계와 맞닿아 있거든요. 하지만 직접 와서 보니 입지적인 단점을 상쇄할 만큼 교통편이 괜찮습니다. 온수역은 서울지하철 1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환승역입니다. 서울 도심 및 강남 접근성이 나쁘지 않아요. 가산디지털단지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에게도 선호도가 높습니다. 여의도와 구로디지털단지 등으로도 30분 내로 도착할 수 있거든요. 직주근접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합니다.

하지만 전철 때문에 온수동은 생활권이 남북으로 분리된 측면도 있었습니다. 온수역을 중심축으로 해서 지하철역 남쪽 지역은 대부분이 주거지이거든요. 하지만 온수역 위엔 산업단지가 있어서 약품 냄새가 나는 등 불편함도 겪어야 했습니다.

다소 외진 위치로 인해 부동산 시세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형성돼 있어요. 서울 진입을 노리는 내 집 마련을 하고자 하는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꾸준히 입에 오르내리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크고 작은 개발 호재들이 집중돼 있습니다.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상전벽해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품었다는 뜻이기도 해요. 잘 진행된다면 쾌적하고 선호도 높은 주거지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겠죠.

연립 3총사가 주목받는 이유

온수역 4번 출구를 나와 골목 사이로 조금 걸어오면 노후 연립주택 단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3층짜리 건물들이죠. '서울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1980년대로 시간여행을 온 느낌입니다. 숲속에 꽁꽁 숨어 있어서 큰 길에선 눈에 잘 띄진 않아요. 그만큼 조용하고 아주 한적합니다. 지형은 경사가 있는 언덕입니다.

45-32번지 일대에 위치한 대흥과 성원, 동진빌라인데요. 총 741가구 규모의 연립주택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줄여서 '대성동'이라고 부릅니다. 저희가 신축 단지를 많이 다니는데, 이렇게 푸근하고 정겨운 곳은 참 오랜만입니다. 연식이 쌓이다보니 많이 낡고 노후했어요.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보이죠. 옆이 경인로이고 철도도 지나가요. 그래서 소음이랑 분진 때문에 방음벽을 설치해 놨어요. 세 연립 다 오정초에 배정되는데, 혁신학교입니다.

대성동

대흥연립은 1985년 지었고 244가구인데 전용 46㎡·54㎡·56㎡로 구성됐어요. 성원도 대흥과 같은 해 준공했고 251가구이고, 전용 49㎡·60㎡·67㎡ 있습니다. 동진은 1988년 지었고 246가구인데 면적대 좀 작아요. 전용 36㎡·42㎡·47㎡·59㎡입니다.

빌라 너머로 고층 아파트인 e편한세상온수역이 보이네요. 저 곳처럼 다시 태어나려고 정비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용적률을 들으면 아마 깜짝 놀라실 것 같습니다. 대흥 용적률은 87%, 성원은 79%, 동진이 88%입니다. 또 세 단지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데다 규모라든가 대지면적, 대지지분 같은 건축 요건들이 다 비슷해요. 재건축 사업성이 아주 훌륭하고, 특히 통합 재건축을 하기에 너무나 좋은 조건이라는 뜻이겠죠. 게다가 인근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연립들은 규모가 작거든요.

그래서 일찌감치 뭉쳐서 통합 재건축을 시작했어요. 2008년 정비구역 지정됐고 그해 추진위 승인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요맘때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했잖아요. 그래서 한동안 좀 힘들어 하다가 다시 열심히 달리기 시작해서 2016년에 조합설립인가를, 2018년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어요.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입니다.

서울시의 지원사격도 가세

게다가 최근에는 좋은 소식도 있었습니다. 온수동 대흥·성원·동진빌라 재건축사업이 사업성 보정계수가 접목되면서 기상도가 달라졌거든요. 사업성 보정계수가 2.0으로 산출되면서 허용용적률 인센티브가 최대 40%로 상향됐고, 분양 가능한 세대수가 118세대 증가했습니다.

결국 15개동 1455세대 아파트로 재건축될 예정인데요. 이로써 감소한 추정분담금은 1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왜냐하면 서울시는 사업성 난조로 정비사업 사각지대에 놓인 낙후지역에 대한 사업성 지원에 대해 속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압 송전탑 모습

하지만 마냥 장밋빛 미래만은 아니에요. 단지 안에 변전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동진빌라 북쪽에 위치해 있고, 철탑 위로 15만 볼트 고압 송전선이 지나갑니다. 우여곡절 끝에 조합이 철탑을 지하화하는 공사비용을 부담하기로 하면서 조금씩 정리가 돼 가는 모양새입니다. 그 자리엔 공원을 만들고요.

인근엔 서울가든, 우신, 동양, 동삼, 한양 등 재건축을 추진하는 연립들이 더 있고요. 온수역세권 개발사업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방치돼 있던 럭비구장과 그 주변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온수동 50 일대 6만6587㎡(2만178평)에 지하 5층, 지상 최대 40층, 13개 동 규모로 아파트 1815가구 및 오피스텔 280실, 업무 및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프로젝트입니다.

사업비만 2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이지만 안타깝게도 건설 경기 침체와 인허가 절차 등으로 진행이 좀 지연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인근의 크고 작은 개발사업을 통해 추후 이 지역에 최대 8000가구, 뉴타운급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건데요.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의 기대감도 큽니다. 대흥 전용 46㎡ 시세는 5억~6억 원 선입니다.

온수힐스테이트
온수힐스테이트

조용하고 공기 좋은 대장 단지

구축 연립을 둘러본 뒤 이번에는 신축급 단지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온수힐스테이트입니다. 2010년 준공됐고, 999가구 대단지입니다. 온수동에서 3.3㎡당 가격이 가장 비싸고, 대장 역할을 하는 거의 유일한 단지예요. 혹자는 "온수동 대표 대단지는 e편한세상온수역 아닌가요"라고 묻는데요. 하지만 그 단지는 아파트 이름에 온수가 들어가지만 알고보면 경기도 부천에 위치해 있거든요.

아쉽게도 역세권 단지는 아닙니다. 온수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더군요. 후문 쪽에 지름길이 있고, 정문 앞에는 버스가 자주 다닙니다. 한적하고 조용한 단지를 찾는다면 제격일 것 같습니다. 뒤쪽에 와룡산이 있거든요. 공기가 맑고 청량하다는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단지 인근에 산책길을 잘 조성해 놨는데, 이 길이 부천까지 쭉 연결돼서 편합니다.

면적은 59㎡, 84㎡, 102㎡, 121㎡, 162㎡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국평인 전용 84㎡가 8억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는 온수초에 배정되는데 혁신학교입니다. 다만 주변에 이렇다 할 학원가가 형성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히긴 해요. 사실 목동이 그리 멀지 않은 편이라 자녀를 목동 학원가까지 보내는 가정도 꽤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온수의 교육 환경은 어떨까요. 일단 과학고인 세종과고가 있고요. 우신중과 우신고 등 남아학군이 괜찮은 편입니다. 하지만 여학생은 그렇지 못해요. 중학교가 없어서 옆동네인 향동이나 오류동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상전벽해 꿈꾸는 온수동

온수는 서울 내에서도 드문 숲세권 동네입니다. 위에는 와룡산이, 아래 쪽엔 천왕산이 있고요. 크고 작은 공원들도 많습니다. 주민들의 공통된 이야기가 "서울에 살지만 마치 전원생활을 하는 것 같다"고 할 정도거든요. 오래전부터 동네에 공단이 자리 잡았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렸던 학원가를 비롯해 각종 편의시설 인프라가 다소 부족한 편입니다. 그만큼 장점도 명확하고, 단점도 극명합니다.

향후 교통은 더 좋아질 전망이에요. 신구로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 수혜지로 꼽히거든요. 신구로선은 시흥 대야에서 서울 목동까지 잇는데, 지금은 목동까지 45분 걸리지만 추후 15분으로 단축됩니다. 온수역이 트리플 역세권이 될 수 있겠죠. 또 GTX-B노선은 신도림과 여의도·용산·서울역 등 도심 접근성이 훨씬 더 개선될 겁니다.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이나 1호선 신도림역에서 환승하면 되니깐요. 온수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요.

김정은 한국경제 기자 | 사진 예수아 한국경제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