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수생 동식물의 낙원, 갑천 국가습지를 그리며: ‘거리’가 주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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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젖줄 갑천이 2023년 국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단순한 행정적 성과를 넘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은 것과 같다.
그러나 지금의 갑천 습지를 들여다보면, 우리는 '보호'라는 이름 뒤에 숨은 인간 중심적 사고를 목격하게 된다.
동물이 경계심 없이 자유롭게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비로소 인간은 진귀한 자연의 생명력을 멀리서나마 오래도록 지켜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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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젖줄 갑천이 2023년 국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단순한 행정적 성과를 넘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은 것과 같다.
그러나 지금의 갑천 습지를 들여다보면, 우리는 '보호'라는 이름 뒤에 숨은 인간 중심적 사고를 목격하게 된다.
현재 갑천 우안 탐방로는 하천의 물길과 너무 가깝게 붙어 있다. 산책로와 수변 사이의 완충지대가 거의 없다 보니, 탐방객들의 발소리와 대화 소리는 물속과 수풀 속 생명체들에게 고스란히 물리적 위협으로 전달된다.
수달이나 삵과 같은 최상위 포식자들은 경계심이 극도로 강한 야행성 동물이다. 이들이 사냥하거나 이동해야 할 길목에 인간이 상시로 드나드는 길을 내어준 것은, 동물의 서식지에 인간의 거실을 만든 것과 다름없다.
특히 겨울철 갑천을 찾는 큰고니와 같은 철새들에게 인간의 시각적 노출은 치명적이다. 새들은 수백 미터 밖의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에너지를 소모한다. 현재처럼 하천 바닥과 수평을 이루는 탐방로는 야생동물에게 '도망갈 곳 없는 압박감'을 준다.
진정한 국가 습지로 거듭나기 위해서 핵심은 '물리적 거리 확보'와 '시선 분리'다.
첫째, 현재 강가에 바짝 붙은 탐방로를 폐쇄하거나 대폭 축소하고, 새로운 길을 도솔산 기슭의 능선 쪽으로 더 높게 올려야 한다. 탐방로를 고지대로 옮기면 하천과 탐방객 사이에 수직적·수평적 거리가 생겨난다. 이 떨어진 공간은 야생동물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완충지(Buffer Zone)가 된다.
둘째, 탐방로와 습지 사이에 자연 차폐림과 식생대를 두텁게 조성해야 한다. 나무와 풀이 우거진 벽은 인간의 소음과 움직임을 걸러주는 천연 필터 역할을 한다. 삵이 은밀하게 이동하고 수달이 새끼를 돌볼 수 있는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셋째, 시간적 보전이 병행되어야 한다. 야행성 동물의 활동이 절정에 이르는 야간과 새벽 시간에는 탐방로 이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인공조명을 최소화하여 습지의 밤을 온전히 자연에 돌려주어야 한다. 어둠은 야생동물에게는 가장 안전한 지붕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탐방로를 멀리하는 것이 시민의 이용권을 침해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한다. 수달과 삵이 사라진 습지는 더 이상 습지가 아니라 단순한 '물길'일 뿐이다. 동물이 경계심 없이 자유롭게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비로소 인간은 진귀한 자연의 생명력을 멀리서나마 오래도록 지켜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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