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약국 '무법천지'…무자격 판매·재포장·조경 훼손 확인

최재경 기자 2026. 2.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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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법·포장폐기물법·건축법 위반 확인 “대형화 속 관리 공백” 지적
“대형·창고·마트형 약국, 정부 관리 부재?”…제도 점검 요구
전주 지역의 창고형 약국에 '영양제 포장 배송'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창고형·마트형 약국을 둘러싼 위법 논란이 잇따라 현실로 확인되고 있다. 

약사의 지도·감독 없이 무자격자가 일반의약품을 판매한 사실이 적발된 데 이어,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낱개 재포장해 판매한 사례, 선물용 포장 및 무료배송을 안내한 사례까지 드러나면서 약국 운영 질서 전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 제주지역 보건소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바탕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한 결과, 지난 1월 21일 약사가 아닌 종사자가 일반의약품을 판매한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 과정에서 해당 약국 개설자 및 종사자 역시 위반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할 보건소는 "약국 개설자는 종사자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치해 약사법 제44조 제1항을 위반했다"며 "개설자에 대해 고발 조치와 함께 관련 규정에 따른 행정처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반의약품이라 하더라도 복약지도와 안전성 확인은 약사의 고유 책무다. 무자격자 판매는 단순한 절차 위반이 아니라, 의약품 안전관리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전주 지역의 창고형 약국에서는 약국 내 제품 재포장 판매 행위가 적발됐다.

지자체는 현장 확인 결과,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3개 품목을 합성수지 재질의 필름(OPP 봉투 등)에 재포장해 진열·판매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9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시는 위반 사실 확인서를 징구하고,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재포장 판매는 유통·품질 관리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약국가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다.

또한 해당 지역의 창고형 약국은 건축법 위반 사항도 적발돼 건축물의 조경면적 훼손 사실을 확인되기도 했다. 

해당 부지 내 조경면적이 훼손돼 구청은 현장 확인을 통해 위반 사항을 파악하고 건축주 등에 시정명령 사전통지를 실시했다. 시정기한 내 자진 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조경면적은 도시 미관과 환경 유지, 보행 안전 등을 고려해 법적으로 확보하도록 규정된 공간이다. 이를 훼손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 건축법 위반에 해당한다.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논란이 판매 행위뿐 아니라 건축·시설 기준까지 확대되면서, 대형 약국 개설 과정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약사사회 일각에서는 "의약품 판매 질서뿐 아니라 건축·시설 기준까지 연쇄적으로 위반 사례가 확인되는 것은 구조적 관리 부실을 의심하게 한다"며 "복지부나 지자체 보건소 등 관련 기관에서는 대형 약국 개설 과정에 대한 사전 검증과 사후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전주 지역 한 창고형 약국에서는 '포장 배송'을 안내하는 광고물을 부착해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해당 약국은 출입문 앞에 '원하는 영양제 정성껏 포장해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을 부착하고, 사전 예약 시 무료배송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함께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내에는 별도의 포장비를 받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지역 약국의 약사들은 "해당 문구는 명절을 앞두고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선물용으로 포장해 배송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고 지적했다.

약사법상 의약품의 판매·광고·배송 방식은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어 약국 외 배송, 소비자 유인 소지가 있는 안내 문구, 포장비 별도 징수 방식 등이 법령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과 점검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일부 온라인 유통이 가능하더라도 의약품과 혼재된 공간에서 '선물 포장·무료배송' 안내가 이뤄질 경우 소비자 오인과 법적 논란을 동시에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창고·마트형 약국은 수백 평 규모 매장을 기반으로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을 대량 진열하는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규모 확대에 비해 약사 인력 배치와 관리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무자격자 판매, 재포장 진열, 선물 포장·무료배송 안내까지 잇따르면서 약사사회에서는 "창고형 약국은 유통 모델의 변화가 아니라, 제도적 관리 공백의 확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