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두려운 당신에게①

김지은 기자 2026. 2. 19.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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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두려운 당신에게 보내는, <우먼센스> 편집팀의 응원 메시지.

[우먼센스] 겨울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3월은 어쩌면 시작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독자 여러분의 지난 두 달은 어땠나요? 거창하게 시작한 일이 없어 자책하진 않았나요? 모두 괜찮습니다. 올해는 바로 뛰지 않는 트렌드라고 하니까요.

"우리는 흔히 과거가 현재를 만들고, 현재가 미래를 만든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시간은 항상 새것입니다.

어제 내가 실수를 했어도, 오늘 아침에 눈을 뜨면

나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24시간이라는 새 도화지가 주어지는 거예요.

그러니 과거를 되씹으며 오늘을 망치는 건 가장 아까운 일입니다."

-김창완 SBS <나이트라인 초대석>

사진 제공 뮤직버스

인생은 미션의 연속이라고 하죠. 그런데 어떤 미션은 톱니바퀴가 맞물리듯이 풀리는 반면, 어떤 미션은 도무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감이 안 오는 때가 있습니다. 대학교의 마지막 학기를 앞둔 방학이 제게 그런 시기였습니다. 미래를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좋아하는 TV 드라마를 보며 밤을 새우는 것이었습니다. 깜깜했던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 때쯤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밤을 샜네"라며 후회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죠. 내 마음도 모르고 하늘 높이 뜨는 태양이 야속했고요.

그런 저를 일상으로 돌려놓은 건, 오늘을 보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이 밝아지자마자 집 근처 공원을 무작정 달려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이상하게 달릴수록 정신이 또렷해졌고 그렇게 저는 오랜 부엉이 라이프를 하루 만에 끝냈습니다. 막상 아무거나 해보니, 오늘을 보내는 게 별거 아니더라고요. 지나간 하루를 곱씹으며 생각의 우물로 빠진 상태인가요? 이미 지난 날은 복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일 뿐입니다. 김지은 기자

"지금 안될 것 같지?

내일 돼. 내일 안되잖아?

모레 돼. 어떻게든 돼."

-배우 혜리

사진 영화 '빅토리' 스틸 컷

혜리가 영화 인터뷰에서 했던 이 말이, 매달 마감 일주일 전쯤 되면 주문처럼 떠오른다. 패션 위크 리뷰는 초안도 못 잡았고, 광고주의 수정 사항이 담긴 메일은 확인도 못했으며, 기획 기사로 들어갈 시계와 가장 제품 캡션 또한 손도 못 댄 상태. 모니터 앞에 앉아 막막함에 한숨만 쉬다가, 문득 위 문장을 되낸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정말 어떻게든 된다.

에디터라는 직업을 택한 순간부터 마감은 숙명이 됐고, 매달 반복되는 루틴에도 난 늘 같은 패턴으로 무너진다. '이번엔 미리미리 할 거야'라고 다짐하지만 어느새 마감 D-3, 그리고 결국 D-day 전날 밤. 카페인과 건강 보조제를 번갈아 들이키며 원고를 치는 내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왜 미리 시작하지 않았을까, 자책하는 와중에도 손가락은 쉴 틈이 없다.

하지만 혜리의 이 말을 알게 된 후로 조금 달라졌다. 늦게 시작한 것에 대한 죄책감 대신, '그래도 끝은 난다'는 믿음이 생긴 것. 이른바 '혜리적 사고'다. 오늘 못 쓴 기사는 내일 쓰면 되고, 내일도 안 되면 모레 새벽에라도 완성하면 된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 그리고 결국엔 어떻게든 완성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실제로 한 번도 마감을 놓친 적이 없던 나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제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늦어질 순 있어도, 결국엔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혜리적 사고의 핵심은 완벽한 타이밍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시작이 늦었다고 자책할 필요 없다.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다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시작해서 내일, 모레, 언젠가 완성하는 게 훨씬 낫다. 마감에 쫓기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시작을 미루고 있는 당신에게 이 말을 건넨다. "어떻게든 돼." 정말로, 어떻게든 된다! 에디터 이설희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

-방송인 박명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라는 격언을 박명수가 예능에서 정면으로 들이받았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 스튜디오는 폭소했지만, 웃음 뒤에 서늘한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새해 목표도, 이번주 할일도 "아직 괜찮아"라는 근거 없는 희망에 기대어 또 하루를 미룹니다. 30대에 '아직 젊다'며 미루던 일들이 40대가 되어도 여전히 미뤄진 채로 남아있지 않던가요. 박명수는 '이미 늦었음'을 선언함으로써 우리를 벼랑 끝으로 밀어 넣습니다. 이미 늦었으니 꾸물거릴 여유조차 없다는 것,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조차 없다는 경고입니다. 결국 이 어록은 "늦었으니 포기해라"가 아니라 "늦었으니까 남들보다 두 배로 뛰라"는 독설 섞인 응원입니다.

냉정하게 들리지만, 사실 이 말 속엔 묘한 위로가 있습니다. 이미 늦었다는 걸 인정하면,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집니다. 어차피 늦었으니 서툴러도 괜찮고, 준비가 덜 됐어도 괜찮습니다. 박명수표 호통이 주는 진짜 선물은, 부족한 채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김태현 기자

"불꽃은 네 인생의 목적이 아니야.

인생을 살 준비가 되면 마지막 칸은 자연스럽게 채워져."

-애니메이션 <소울>

사진 애니메이션 '소울' 스틸 컷

무언가 분명한 목표나 확신이 생겨야 시작할 수 있다고 믿기 쉽다. 하지만 이 대사는 그 순서를 뒤집는다. 목적이 생겨서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에서 의미가 따라온다는 말. 모든 준비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지금 상태 그대로 시작해도 된다는 응원처럼 들린다. 정효림 기자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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