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보다 낫겠지” 1년 썼다가 피 봤다…항문외과 환자 덮친 ‘물티슈의 배신’
보존제 성분, 예민한 점막 자극해 피부염 유발…일부 전문의 사용 주의 권고
“미온수 세정 후 완벽히 말리는 게 최선…변기 위 스마트폰 5분 넘기지 말아야”
서울 강남구의 한 대장항문병원 대기실. 푹신한 도넛 방석을 안고 앉은 환자들의 표정엔 수심이 가득했다. 접수처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44) 씨는 “깔끔하게 관리한다고 1년 넘게 화장실에서 비데 대신 아기용 물티슈만 썼는데, 두 달 전부터 견딜 수 없이 가렵고 피까지 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물티슈의 두 얼굴, 과도한 마찰은 ‘자극’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 빅데이터를 보면 국내 치질(치핵·치열·치루)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약 64만명에 달한다. 매년 60만명을 웃도는 환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일부 대장항문 전문의들은 물티슈를 이용한 잘못된 세정 습관이 항문 건강을 해치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배변 후 물티슈로 강하게 닦는 습관은 항문 점막을 훼손해 치열과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치열 진료는 연령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예민한 피부를 가진 이들이 깨끗한 뒤처리를 위해 선택한 물티슈가 도리어 증상을 악화시키는 트리거가 된 셈이다.
물티슈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굵은 잔변이 남거나 이미 치핵으로 통증이 심한 상태라면, 거친 마른 휴지보다 물티슈로 가볍게 톡톡 두드려 닦아내는 것이 물리적 자극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찝찝한 잔변은 항문 소양증(가려움증)의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압력이다. 이 병원의 대표원장은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물티슈로 세게 닦으면 균까지 완벽하게 닦인다’는 것”이라며 “항문 점막은 얼굴 피부보다 훨씬 얇고 민감해, 개운함을 느끼려 반복해서 문지르면 미세 상처가 나고 세균이 침투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고 설명했다.
◆보존제 성분이 부르는 알레르기 반응
물티슈에 포함된 일부 화학 성분도 주의해야 한다. 제품에 첨가된 특정 보존제나 인공 향료는 예민한 피부에서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성인의 약 1~5%가 만성적인 항문 소양증을 겪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 가려움증 환자 중 일부는 물티슈 내 보존제 등 성분에 의한 반응이 동반되기도 한다. 항문 주변은 인체에서 습도가 높고 마찰이 잦은 부위다.
화학 성분이 남은 채 습기까지 차면 피부염이 발생하기 최적의 조건이 된다. 배변 후 가려움, 따가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사용을 중단하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당신의 항문 수명을 늘리는 법
가장 권장되는 뒤처리는 무엇일까. 정답은 맹물과 바람이다. 휴지나 물티슈로 잔여물을 가볍게 정리한 뒤, 미온수로 부드럽게 씻어내고 완벽하게 말리는 것이 최선이다. 다만 강한 수압의 비데나 자극적인 세정제는 점막을 건조하게 하거나 방어막을 약화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씻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건조다. 수건으로 톡톡 물기를 제거하거나 충분히 말리지 않으면 습한 환경에서 세균 증식이 쉬워진다.

볼일은 가급적 짧게 끝내고, 뒤처리는 부드럽게, 미온수로 씻은 뒤 충분히 말릴 것. 이 단순한 원칙이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고 항문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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