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피곤해서?” 출근길 띵한 두통…겨울철 혈관 살리는 ‘오후 30분’의 반전
나트륨 섭취 3074mg, 국물 한 그릇 혈관엔 ‘소금물 폭탄’…WHO 권고량 1.5배
“추울 땐 오후 실내 운동으로 전환해야, 체중 1kg 줄여 혈압 1mmHg 낮춰야”
영하 3도의 출근길, 현관문을 열자마자 달려드는 시린 공기에 어깨가 절로 움츠러든다. 두꺼운 외투로 무장했지만, 옷 사이를 파고드는 칼바람에 온몸의 근육이 잔뜩 긴장한다. 이 순간, 우리 몸속 혈관도 비명을 지른다.

◆겨울철 의료 현장에 몰리는 고혈압 환자
19일 질병관리청 ‘2022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3명(28.1%)이 고혈압을 앓고 있다. 특히 60대 이상은 인구의 절반 안팎이 고혈압 범위에 해당한다.
특별히 달라진 게 없는데도 유독 겨울에 뒷목을 잡는 이유는 분명하다. 추위가 혈관을 수축시키고 교감신경을 자극해 심장을 더 빠르고 강하게 뛰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온과 혈압의 상관관계는 실제 데이터로 증명된다. 해외 대규모 관찰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도 낮아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평균 0.3~0.5mmHg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월별 진료 현황을 봐도 12월과 1월에 고혈압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흐름이 나타난다. 이는 혈관 탄력이 떨어진 국내 노년층과 기존 고혈압 환자에게 더 가파른 상승 폭으로 작용하며, 실제 심뇌혈관 질환이라는 의료 현장의 과부하로 이어진다.
◆왜 유독 겨울이 위험할까…‘국물’이 부르는 화(禍)
겨울이 혈관에 치명적인 이유는 단순히 날씨 탓만은 아니다. 한국인 특유의 식습관이 겨울철 혈압 상승에 기름을 붓는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2022년)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074mg 수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인 2000mg 미만(소금 5g)을 크게 웃돈다. 추운 날씨에 꽁꽁 언 몸을 녹이려 습관적으로 찾는 뜨끈한 국물 요리는 나트륨 밀도가 매우 높다.
대한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나트륨 섭취를 제한할 경우 수축기 혈압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다.
특히 국물 섭취만 줄여도 나트륨 과다 복용을 피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된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손일석 교수는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자연스럽게 상승한다”며 “생활습관을 교정하지 않으면 약물 치료만으로는 혈압 조절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체중 1kg 감량, 혈관에 미치는 영향
춥다고 활동량을 줄이면 몸무게가 늘고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혈관 부담은 배가된다. 대한고혈압학회의 ‘2022 고혈압 진료지침’은 생활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수축기 혈압을 평균 4~5mmHg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체중을 1kg 감량할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약 1mmHg씩 떨어진다.
다만 겨울철 운동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찬 공기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새벽 운동은 혈관 수축을 극대화해 위험하므로, 기온이 비교적 오른 한낮이나 오후 시간대로 옮기는 것이 안전하다. 눈이나 비가 와 낙상 위험이 클 때는 실내 자전거 타기나 맨손 체조로 활동량을 유지해야 한다.
◆조용한 살인자, 일상을 지키는 방어전
고혈압은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어 더욱 치명적이다. 방치하면 높은 압력을 견디다 못해 두꺼워진 심장벽이 심부전을 부르고, 손상된 혈관은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도화선이 된다. 국가데이터처 사망원인 통계에서도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은 매년 상위 사망원인에 포함되는 핵심 질환이다.
실제 질병관리청과 소방청의 자료를 종합하면, 겨울철 한파 기간에 심뇌혈관 응급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이 보고된 바 있다. 119 구급활동 통계에서도 같은 시기 심정지 및 급성 심혈관계 출동 건수가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난다.

오늘 아침 덜어낸 국물 한 숟갈과 오후의 가벼운 산책이, 올겨울 매서운 한파 속에서 당신의 심장이 평온하게 뛰도록 지켜줄 가장 확실한 처방전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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