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500건 주취난동… 날아간 ‘치안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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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첫날인 14일 오전 1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파출소.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주취자 한 명당 2, 3명의 경찰관들이 달라붙어야 하는 탓에 11명의 근무자들은 주취자들을 상대하는 일 외에 다른 업무는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였다.
한 경찰관은 "단순 현장 조치까지 합치면 매일 밤 대응하는 주취자 수는 셀 수조차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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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대응해야할 공권력 허비”
현행법상 범죄자 아닌 ‘보호 대상’
가벼운 처벌 탓 ‘상습 주취’ 급증

이날 0시를 전후로 약 90분 동안 이태원파출소를 거쳐 간 주취자는 5명.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주취자 한 명당 2, 3명의 경찰관들이 달라붙어야 하는 탓에 11명의 근무자들은 주취자들을 상대하는 일 외에 다른 업무는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였다. 한 경찰관은 “단순 현장 조치까지 합치면 매일 밤 대응하는 주취자 수는 셀 수조차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취자 보호조치 신고는 90만8543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약 2500건에 달한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주취자는 범죄자가 아닌 ‘보호 대상’이다. 실제 물리적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경찰이 주취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치안 행정의 최전선인 파출소가 밤마다 주취자 보호에 매달리는 탓에 강력 사건 발생 시 초동 조치에 나서는 ‘골든타임’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주취자 1명을 상대하는 데 최소 2명의 경찰관이 2시간 넘게 매달려야 한다”며 “사건 사고 예방 및 조치 등에 신경 쓸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예방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파출소 등에서 난동을 부린 ‘관공서 주취소란’의 경우 경찰서장이 바로 심판을 청구해 6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2024년 적용된 사례는 전체 보호조치 주취자 중 0.01%인 123명에 불과했다. 벌금 청구를 위해 경위서 작성 등을 거쳐야 하지만 당장 또 다른 주취자가 들이닥치는 상황에서 서류 작업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로 파출소에서 주취자를 그냥 돌려보내는 일이 반복되면서 ‘악성 주취 상습범’의 숫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 사범 중 주취자는 2021년 6126명에서 2024년 7482명으로 3년 새 22.1% 늘었다. 서울의 한 파출소 팀장은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정도가 아주 심할 경우에만 공무집행방해로 입건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물리력을 쓰면 역으로 ‘과잉 진압’이라며 신고를 당하는 통에 손발이 묶인 기분”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주취자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 즉결심판 제도 보완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취자로 인해 경찰력이 낭비되면서 ‘코드 제로(CODE 0·위급 상황 최고 단계 지령)’ 등 범죄 긴급 대응에 누수 현상이 생기는 일이 반복돼 왔다”며 “즉결심판 간소화 시범 운영, 주취 상습범 처벌 강화 등의 대책을 지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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