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해남 살만해지나" "대구로 다 빠져나가"… 통합특별시 동상이몽
전남광주 "AI·에너지 산업 거점 도시로"
대구경북 "첨단 산업으로 일자리 늘 것"
충남대전 "세종처럼 살기 더 좋아질 것"

"AI 데이터센터 등이 해남에 생긴다니 땅값도 오르고 그동안 척박했던 지역이 인자 좀 살 만해지는가 싶당께."
전남 무안군 오룡신도심 주민 김성숙(62)씨는 설 연휴인 16일 서울에 사는 아들이 광역 행정통합 분위기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전남도청사가 있는 무안은 정부의 행정통합 추진에 한껏 고무돼 있다. 6·3 지방선거에서 전남광주특별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나부끼고 영산강이 보이는 길가에는 토지 매각과 임대 안내 표지판이 줄줄이 설치됐다. 무안 지역 공인중개사 김모(53)씨는 "올해 초부터 토지 가격 문의 전화가 크게 늘어났다"며 "인근에 산업단지가 조성되는지, 땅이나 집을 언제 팔면 좋을지 묻는 전화가 대부분이다"고 전했다. "통합되면 광주 위주로 굴러가 순천이나 광양은 오히려 더 소외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충남대전·전남광주·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이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해당 지역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음 주 국회 본회의에서 3개 지역 통합 특별법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통합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당장 7월 통합특별시가 출범하게 된다.
"대기업 투자 늘고 일자리 생길 것"

3개 지역 중에서도 전남광주 통합이 가장 앞선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28일 김영록 전남지사의 양 시도 통합선언과 함께 50여 일간 특별법안 준비, 의회 의견 청취, 시도민 의견수렴 등 통합 절차가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다. 공청회·간담회 등 공식 의견 수렴도 50여 차례에 이른다. 지역 공청회에 참여한 목포 주민 홍미순(42)씨는 "정부가 엄청나게 투자한다고 하니 해남이 발전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면서도 "하지만 인구가 많고 문화 수준이 높은 광주로 투자가 집중될까 전남 서부권 주민들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번 특별법에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산업 육성 등을 담고 관련 인프라가 있는 전남 해남과 나주 일대에 산업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전남 장성군에서는 국내 첫 민간 AI 데이터센터인 '장성 파인데이터센터'가 착공에 들어갔다. 2028년 완공을 목표로 4,000억 원을 투입해 26메가와트(MW)급 규모로 조성된다. 또 오픈AI와 SK가 2조 원을, 삼성SDS 컨소시엄은 2조3,000억 원을 투입해 전남 서부권과 해남 솔라시도에 각각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 지역 주민들은 "대기업들의 지역 투자가 가시화되니 행정통합이 실감이 난다"며 "일자리가 많이 생겨 청년들이 들어와야 지역이 산다"며 반겼다.

"대구로 인구 유출, 지역 소외 우려"

행정통합 속도전에 가세한 대구경북은 원자력·소형모듈원자로(SMR) 클러스터 구축과 세계문화예술 수도 조성, AI 산업 육성 특례 등이 특별법에 담기면서 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경북 경산에서 전기 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정모(53)씨는 "예전에는 제조업이 각광을 받았지만 이제는 반도체나 AI와 같은 최첨단 산업이 아니면 지역이 살길이 없다"며 "과감하게 통합해서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인프라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행정통합에 찬성했다.
반면 군 공항 이전 주변 지역 지원, 낙후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지역 거점 국립의과대학 설치 등 핵심 특례 조항이 빠지면서 다양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북 안동, 영주, 예천, 영양, 봉화 등도 지역 소외 가능성을 우려했다. 지역 주민들은 정부 재정 지원과 지역 균형 발전 등이 담보되지 않으면 결국 대구로 이탈이 심화해 인구가 유출될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전 공중 분해되나? 제2의 세종시?"

2024년 11월 행정통합 추진 공동선언문을 채택해 가장 먼저 통합에 나섰던 충남대전 지역은 여당 주도의 특별법 상임위 통과에 반발했다. 국방 혁신 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을 골자로 한 행정통합에는 찬성하면서도 주민투표와 조세권 이양 등과 관련해 지역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번에 의결된 특별법안은 지난해 7월 양 시도의회 의견 청취 당시 안건과 비교해 내용이 중대하게 변경됐다"며 "통합 지자체 명칭 변경, 자치재정 및 권한 이양 범위 수정 등으로 자치권이 축소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대전시의회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결한 특별법안에 따른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구역 통합에 관한 의견 청취의 건'을 제출했다. 대전시의회는 19일 해당 안건을 의결할 방침이다.
대전 시민단체들도 13일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통합 논의에 극구 반대하더니 지금은 '묻지마 찬성' '통합 필수' 등을 외치며 시민들의 목소리도 무시하고 있다"며 "광역시라는 이름도 잃고 예산과 권한도 뺏기고 정체성마저 상실한 채 대전이 공중 분해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교직원 등 공무원들도 행정통합 시 정원 감축과 근무지 문제 등을 우려했다.
반면 대전 시민 박모(50대)씨는 "행정통합이 되면 더 많은 예산을 지원받아 대전이 살기가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수도권과 비교적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세종처럼 공공기관을 유치하면 지역 교육이나 인프라도 개선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안=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대구=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대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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