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이지 마라" 유승은의 도전, 그 자체가 한국 스노보드의 역사였다 [2026 밀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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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설원 위, 그녀는 세 번 넘어졌다.
'한국 여자 스노보드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 유승은(성복고)이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 결선 무대를 12위로 마쳤다.
이번 대회 그녀가 보여준 행보는 걸음걸음이 모두 한국 스노보드의 역사였다.
그녀가 넘어진 그 자리가, 훗날 한국 스노보드 후배들이 달려나갈 탄탄한 슬로프가 될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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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에어 銅 이어 '멀티 파이널' 진출만으로도 韓 스노보드 새 역사
최가온·김상겸·유승은… K스노보드,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 '피날레'

[파이낸셜뉴스] 하얀 설원 위, 그녀는 세 번 넘어졌다. 하지만 일어설 때마다 그녀의 표정은 일그러짐보다는 '후련함'에 가까웠다. 비록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리비뇨의 눈밭에 새긴 궤적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스노보드의 새로운 길이었다.
'한국 여자 스노보드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 유승은(성복고)이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 결선 무대를 12위로 마쳤다.
유승은은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 최고점 34.18점을 기록, 결선 진출자 12명 중 12위를 기록했다.
야속한 날씨였다. 당초 17일 열릴 예정이었던 결선은 리비뇨에 쏟아진 폭설로 인해 하루 순연됐다.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은 상황. 예선 전체 3위(76.8점)라는 좋은 성적으로 결선에 올랐기에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지난 10일 빅에어 종목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터라 '멀티 메달'에 대한 희망도 조심스레 피어올랐다.

하지만 주 종목이 아닌 슬로프스타일의 벽은, 그리고 올림픽 결선의 중압감은 생각보다 높았다.
1차 시기부터 불운이 겹쳤다. 마지막 레일 통과 직후 착지 과정에서 미끄러지며 연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점프대에서 공중 기술을 점검하는 차원으로 안전하게 내려온 그녀의 점수는 20.70점.
승부를 걸어야 했던 2차 시기. 유승은은 과감했다. 첫 레일 착지에서 손을 짚는 실수가 나왔지만, 위축되지 않았다. 이후 레일 구간을 부드럽게 통과한 뒤 점프대에서 회심의 900도(두 바퀴 반) 회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마지막 착지가 야속했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며 34.18점에 그쳤다.

마지막 3차 시기, 기적을 바랐던 보드는 두 번째 레일 구간에 걸리고 말았다. 점프에서도 미끄러지며 유승은은 결국 고개를 떨궜다. 3차 시기 모두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순간이었다.
우승은 87.83점을 받은 일본의 후카다 마리가 차지했다. 디펜딩 챔피언 조이 사도스키 시넛(뉴질랜드)이 은메달을, 이번 대회 빅에어 금메달리스트 무라세 고코모(일본)가 동메달을 가져갔다.

그러나 순위표 맨 아래에 적힌 유승은의 이름은 '실패'가 아닌 '개척'을 의미한다.
불과 8년 전, 평창에서 이민식이 부상으로 슬로프스타일 출전을 포기하고 빅에어 예선에서 탈락했을 때만 해도 한국 스노보드에 올림픽 결선은 '남의 잔치'였다.
그 척박한 땅에서 유승은이라는 꽃이 피어났다. 그녀는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빅에어에 출전해 동메달을 따냈고, 남녀 통틀어 최초로 슬로프스타일 결선 무대까지 밟았다. 이번 대회 그녀가 보여준 행보는 걸음걸음이 모두 한국 스노보드의 역사였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한국 스노보드 대표팀의 이번 올림픽 여정도 마무리됐다. 결과는 눈부시다. '천재 소녀' 최가온(세화여고)의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 '배추보이' 이상호의 뒤를 이은 김상겸(하이원)의 남자 평행대회전 은메달, 그리고 유승은의 빅에어 동메달까지. 금·은·동을 모두 수확하며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는 유승은의 어깨엔 아쉬움이 묻어있었지만, 그녀는 아직 어리고 겨울은 길다.
리비뇨의 눈보라 속에서 넘어지고 또 넘어졌던 유승은. 하지만 우리는 기억한다. 그녀가 넘어진 그 자리가, 훗날 한국 스노보드 후배들이 달려나갈 탄탄한 슬로프가 될 것임을.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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