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대신 이젠 ‘시청 안전 지킴이’로 기억되길” [차 한잔 나누며]

강승훈 2026. 2. 1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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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지난해 12월 22일 시청 중앙홀에서 연 '2025년 직원 송년 페스타' 당시 잔잔하고 애절한 미성의 음색이 울려 퍼졌다.

이씨는 "지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준 박수만 청원경찰 대장과 동료들에게 재차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앞으로는 '노래를 부르자'는 제안이 있더라고 정중히 거절할 것"이라며 "인천시청 방호에 더해 민원인들을 안내하는 성실한 청원경찰로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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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알파벳 출신 화려한 무대 뒤 냉혹한 현실
“소중한 추억…성실한 직장인으로 기억해주길”
“내리는 비를 막아 줄 수는 없지만, 비가 오면 항상 함께 맞아 줄게… 물론 모든 걸 다 줄 수는 없지만, 작은 행복에 미소 짓게 해 줄게∼”
 
인천시가 지난해 12월 22일 시청 중앙홀에서 연 ‘2025년 직원 송년 페스타’ 당시 잔잔하고 애절한 미성의 음색이 울려 퍼졌다. 한 참가자가 가수 허각의 리메이크곡 ‘물론’을 세심한 감정 표현이 돋보이는 보이스와 후렴구에서는 폭발적 고음으로 완벽히 소화해 냈다. 이날 무대 위에서 노래로 동료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주인공은 청원경찰 이용훈(34)씨였다. 예정된 곡을 마치고 마이크를 내리던 순간 객석에서는 힘찬 박수갈채와 함께 앵콜 요청이 쏟아졌다.

13일 인천시청에서 만난 이씨는 왼쪽 가슴에 청원경찰이 새겨진 근무복을 입고 있었지만 주위 시선을 종종 끌었다. 작은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의 외모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앞선 축제 때 김범수의 ‘끝사랑’을 추가로 부르고서 무대를 내려왔다고 전한 이씨는 “내 차례가 오기 전부터 지나치게 긴장해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며 “머리 속이 하얘진 상태에서 준비한 모든 것을 마치자 ‘이제 끝났다’란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아이돌 가수에서 공공청사 안전지킴이로 변신한 인천시청 청원경찰 이용훈씨가 13일 세계일보와 만나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아이돌 그룹’ 알파벳(AlphaBAT) 출신이다. 멤버 5명으로 이뤄졌던 팀 내에서 ‘카파’란 이름으로 보컬을 담당했다. 과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가 공공청사 안전지킴이로 변신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씨는 “대학에서 실용음악과 보컬을 전공하고 거듭된 연습 끝에 어릴 적부터 그렸던 가수의 꿈을 당당하게 실현할 수 있었다”면서 “그렇게 2017년 ‘원해’라는 곡으로 데뷔하며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순간을 맞이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는 게 그의 기억이다. 자급자족하던 소속사였던 탓에 국내 방송에서는 잘 불러주지 않았다. 이후 해외로 눈을 돌려 유럽·동남아시아·일본 활동에 주력했지만 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해 이마저도 사실상 중단됐다. 이씨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대형기획사나 인맥 같은 이른바 ‘배경’이라는 커다란 벽을 넘어설 수 없었다. 노래를 부른 3년간 주머니들에 들어온 수입은 100만원 남짓이었다”고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렸다.

그렇게 가수의 길을 접고 한동안 택배업무를 하던 중 현재 직업과 연결되는 계기가 있었다. 현직 경찰공무원이던 아버지가 자신의 경험담을 전해주며 “청원경찰 어떻냐”고 제안한 것이다. 청원경찰 채용시험 준비에 나선 그는 먼저 중앙부처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아쉬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렇게 잠시 시간을 보내던 때 2022년 인천시청에서 공고가 올라왔고, 최종적으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인천은 태어나 성장기까지 모두 보내고 부모님과 함께 지내던 곳이라 시험에 붙었을 때 느낌이 남달랐다”며 “4년차에 들어선 업무는 매우 만족스러러운 데다 생활도 안정적”이라고 근황을 소개했다. 가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있냐는 물음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힘든 때를 겪었던 터라 무척이나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싶다는 게 소박한 그의 바람이다.

2∼3년 후 아름다운 가정을 꾸릴 계획이라고 앞날도 전했다. 이씨는 “지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준 박수만 청원경찰 대장과 동료들에게 재차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앞으로는 ‘노래를 부르자’는 제안이 있더라고 정중히 거절할 것”이라며 “인천시청 방호에 더해 민원인들을 안내하는 성실한 청원경찰로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밝게 웃었다.

인천=글·사진 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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