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국민가수 딸의 편지받은 차준환 “내 진심 전해져 기뻐”

이번 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선 쇼트프로그램 1위 일리야 말리닌(22·미국)을 포함한 최상위권 선수들이 잇따라 점프 실수를 저지르는 대이변이 펼쳐졌다. 프리스케이팅 두 번째 점프였던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 점프에서 넘어지는 실수만 없었다면 동메달 주인은 차준환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차준환은 순위와 관계없이 “솔직한 연기로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투명하게 전달하고 싶다”던 목표를 달성했다. 차준환의 프리스케이팅 주제곡 ‘미치광이를 위한 발라드’를 부른 이탈리아 국민가수 고 밀바의 딸 코르냐티 마르티나 씨의 생각도 같았다.

마르티나 씨는 “차준환 선수가 어머니의 노래에 맞춰 연기해줘서 정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동받았어요. 음악을 정말 깊이 이해하고 연기했습니다. 어머니는 5년 전 돌아가셨지만 하늘에서 준환 선수 연기를 보고 감동받으셨을 거예요. 엄마의 마음까지 담아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썼어요”라고 했다. 그는 어머니 밀바의 CD와 이탈리아에서 발행한 밀바 기념우표를 코리아하우스에 전했다. 마르티나 씨의 선물은 주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차준환에게 전달됐다.
17일 밀라노 도심 심피오네 공원 ‘평화의 아치’에 설치된 올림픽 성화 앞에서 만난 차준환은 “너무 영광스러웠다. 그렇게 알아봐 주실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연기가 마음에 와닿아서 그렇게 해주신 게 아닐까 싶다. ‘아, 내 진심이 전해졌구나’ 싶어서 감사했다”고 했다.

다만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 첫 점프 쿼드러플 살코를 완벽하게 뛴 이후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 때 넘어지는 바람에 메달을 놓쳤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전문가들에게 ‘커리어 최고’라고 평가받은 연기를 펼치고도 개인 최고점(101.33점)에 한참 못 미치는 점수(92.72점)를 받은 것도 아쉬웠다.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원했던 것 이상의 경기를 했다. ‘왜 한 만큼의 평가도 받지 못했을까’를 생각하면 그 점은 아쉽다”면서도 “비록 점수표상에서는 그날 제 연기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열적인 관중분들에게 이미 큰 사랑을 받았다. 심판 스포츠니 점수에 대해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더 과정에 충실하려 한다. 올림픽은 내가 인생에서 가져갈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다. 모든 걸 쏟았기에 후련하다”고 했다.
메달은 간발의 차로 놓쳤지만 차준환은 2018년 평창(15위), 2022년 베이징(5위)에 이어 2026년 밀라노(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차준환은 “지난 4년의 여정을 돌아보면 워낙 굴곡이 컸다. 한편으로는 두 달 전 제 상황을 보면 저조차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기량을 살려 올림픽까지 왔다.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차준환은 올림픽을 앞두고 소속팀인 서울시청 어린이 기자단과 인터뷰에서 “나보다 잘하는 선수는 많아도 나 같은 선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이번 무대에서 차준환은 연기로 그 말을 실천했다. “꼭 피겨뿐 아니라 다들 자기만의 특별함이 하나쯤 있다. 가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나의 것에 자신감을 가지고 그걸 부각하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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