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판 리그, 세금 먹는 귀신?… 묻지마 예산, 웃지마 성적 [K리그 시민구단의 현실·(1)]
경기도 연고 1·2부 시민구단 9개
참가 문턱 낮아 창단 움직임 활발
올해 지원하는 보조금 832억 훌쩍
정작 1부리그서 뛰는 팀 2곳 불과
시민 관심 못받아 관중 수도 저조

40년이 넘는 프로축구 K리그의 역사와 함께한 시민구단은 최근 그 수가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지역 정체성 강화와 스포츠 저변 확대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한계 역시 분명하다. 지자체 보조금에 의존하는 구조와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는 현실은 ‘프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다. 양적으로만 성장하는 K리그, 그 중심에 선 시민구단의 현실을 경기도 내 9개 시민구단을 통해 들여다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시민구단의 탈을 쓴 지자체구단’
올해 프로축구 K리그1·2에 참가하는 29개 구단 중 17개 구단은 지자체 보조금(출연금)으로 운영되는 ‘시(도)민구단’ 형태다. 시민구단은 기업이 소유한 구단이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해 운영하는 구단을 말한다. 축구의 본고장 유럽에선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구조다.
최근 이러한 시민구단이 ‘급증’하고 있다. 2003년 첫 시민구단인 대구FC가 K리그에 참가한 뒤 20여년 만에 리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이러한 시민구단 열풍의 중심에는 경기도가 있다. 최근 2년간 K리그에 참가한 4개의 시민구단 중 3개가 도내 구단이다.

■ 시민구단의 역사
18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올해 K리그1·2에 참가하는 29개 구단 중 경기도 지역을 연고로 하는 시민구단은 FC안양·부천FC 1995·수원FC·성남FC·김포FC·화성FC·안산그리너스FC·파주프런티어FC·용인FC 등 9개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용인과 파주는 올해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딛는다. 또 광주시, 의정부시 등도 창단 움직임이 있다.
시민구단은 2002년 한·일 월드컵 후 처음 탄생했다. 당시 지역별 월드컵 경기장 활용방안으로 지자체별 시민구단 창단이 떠오르면서 본격 확산됐다. 대구FC·인천유나이티드FC·경남FC 등이 이맘때 창단했다.
경기도 내 시민구단의 확대는 2013년 K리그2(당시 K리그 챌린지) 출범과 맞물린다. 당시 1-2부 승강제가 도입되면서 프로리그 참가 문턱이 낮아진 것이 주효했다.
1부 리그 승격이라는 서사를 통해 지역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점도 지자체에 매력으로 다가왔다. 안양·부천·수원FC 등이 이러한 흐름 속에서 출범했다.
이후 기업구단이던 성남일화가 매각되면서 2014년 시민구단(성남FC)으로 전환했고, 오랫동안 시민구단 창단을 계획했던 안산시가 2017년 마침내 안산그리너스FC를 창단했다. 또 지난해 아마추어리그인 K3리그 소속이던 화성FC가 프로리그인 K리그2에 진출했고, 올해는 용인과 파주가 창단 절차를 밟아 첫선을 보인다.
■ 수백억 예산 투입에도 저조한 관중과 아쉬운 성적
지자체가 출자해 운영하는 시민구단에는 매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올해 경기도와 도내 9개 지자체들이 각 시민구단에 지원하는 보조금만 832억3천만원에 달한다. 대부분 시에서 보조금 또는 출연금을 본예산에 편성해 지원하는 형태다.
여기에 경기도에서도 매년 5억원을 별도로 지원하고 있다. 일부 구단을 제외하면 타 지역 시민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성적과 흥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올 시즌 9개의 도내 시민구단 중 7개 구단은 2부 리그인 K리그2에서 뛴다. 최근 승격한 안양과 부천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민구단이 수년째 2부 리그에 머물러 있다. 1부 리그에서 비교적 오랜 기간 버텨왔던 수원FC도 지난해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관중 수도 저조하다. 지난 시즌 수원FC의 평균 관중은 4천669명으로 리그 평균인 1만81명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K리그2는 더 처참했다. K리그1 승격 드라마를 써낸 부천마저도 평균 관중이 3천615명에 불과했다. 역사가 깊은 성남은 3천74명으로 뒤를 이었고, 김포(2천945명), 안산(2천888명), 화성(2천764명) 등은 평균 관중이 3천명도 안됐다.
이름은 ‘시민구단’이지만, 정작 시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시민구단이 아닌 ‘지자체구단’이란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도내 한 시민구단 A 전 단장은 “한국의 시민구단은 사실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지자체구단”이라며 “매년 투입되는 예산이 많아 의회에선 ‘왜 이렇게 많이 쓰냐’는 말만 한다. 구단의 발전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다. 후원사 모으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영선·김태강 기자 zer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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