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삼킨 중독 上] 호기심으로 시작해 빚이 된 ‘도박의 늪’

'돈 필요하면 DM(다이렉트 메시지) 보내. 곧 새학기 시작인데 돈 벌 수 있는 기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른바 '꽝 없는 룰렛' 홍보 문구다. 수수료 20%만 내면 적게는 5배, 많게는 100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사기나 불법 도박이 아닌 검증된 도박사이트에서 한다며 원금 잃을 걱정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실상은 성인을 넘어 대학생, 청소년까지 범행 대상으로 삼는 신종 사기 범죄 유형에 속한다.
이처럼 SNS를 매개로 도박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확산하면서, 청소년들은 게임과 도박의 경계를 인식하기 어려운 구조에 노출돼 있다.
마찬가지로 교실 안에서도 친구나 선후배의 권유로 '게임·놀이'로 시작한 소액 도박이 반복되며, 어느새 빚의 늪으로 빠져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16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청소년들이 온라인 카지노게임·미니게임·가족 명의의 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나아가 친구에게서 돈을 빼앗는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 도박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5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도박을 지속한 청소년(초·중·고등학생) 중 고등학생의 평균 지출 금액은 23만4천830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50만~100만 원 19.1%, 100만 원 이상이 6.2%로 초등학생과 중학생보다 교급이 높아질수록 지출 규모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결과는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청소년 1만3천481명을 대상으로 평생, 지난 6개월(2025년 3~8월) 기준 도박 경험을 조사한 내용이다.
도박 경험이 있다고 밝힌 107명 가운데 '부모(친인척 포함)한테 받은 용돈이나 상품권으로' 자금을 마련했다는 응답이 64.7%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다른 도박에서 딴 돈으로'(14.5%), '사이트 신규 회원 추천으로 받은 공짜돈으로'(12.6%), '가족의 카드를 이용해서'(11.7%)라는 답변이 나왔다. 친구나 선후배한테 돈을 빌리거나(6.9%) 다른 친구들로부터 돈을 빼앗는 방법(3.3%)뿐 아니라 대리입금 형식의 대출사이트를 통해 빌린 경우(2.3%)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아이 명의 통장에 용돈을 넣어주고 가끔 잔액 조회할 겸 내역을 확인하는데,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2만~3만 원씩 여러 차례 출금된 기록을 발견했다"며 "이상함을 느껴 여러 번 물어보니 그제서야 친구들과 함께 온라인 바카라를 한다고 했다.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녀가 가족 명의 계좌를 도박사이트에 연결해 돈을 몰래 출금해 쓰고 있었고, A씨는 출금 알림 메시지를 확인한 뒤에야 이를 알아차렸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는 도박 중독 예방 교육은 물론 올바른 금융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김영호 을지대 사회복지전공 교수는 "그동안 청소년 중독 예방에 있어 도박은 나쁜 행동이라는 윤리적인 교육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며 "결국 도박의 본질을 잘 안다면 도박을 통해 돈을 딸 수 없다는 것을 자연히 알 수 있기에 올바른 금융교육은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모든 청소년 대상 교육도 필요한데 특히 고위험군이나 이미 경제적 문제를 겪는 아이들에게 채무 문제 해결하는 방법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개입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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