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전기차 맡아, 난 최고급 밴 뚫을게”...현대차·제네시스 中시장 협공

한지연 기자(han.jiyeon@mk.co.kr) 2026. 2. 1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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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투트랙 전략
현대차는 전기차 늘려가고
제네시스, 최고급 승합차로
현지 VIP 의전 문화 정조준
제네시스 신차 생산 확 키워
中공장, 글로벌 수출 허브로
현대차가 중국 전용으로 출시한 전기 SUV 일렉시오. [현대차]
제네시스가 브랜드 최초로 선보일 중국 전용 다목적차량(MPV)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중국 시장 탈환을 위한 핵심 카드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충격 후 10년 가까이 이어진 판매 한파를 이겨내기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갔다. 현대차가 보급형 전기차로 저변을 넓히는 사이 제네시스는 초고가 의전용 차량을 내놓으며 그룹 차원의 ‘투트랙’ 협공 체계를 갖췄다.

제네시스의 중국 전용 MPV 라인업 신설은 브랜드 위상 강화와 수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이다. 현지 부유층만의 의전 문화를 공략해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고액 자산가들에게 초고급 미니밴인 MPV는 단순히 넓은 차가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증명하는 수단이다. 고부가가치 렉서스 ‘LM’과 도요타 ‘알파드’가 2억원 넘는 가격에도 이 시장을 독점해온 이유다.

제네시스 역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초고급 의전차 시장에서 제네시스만의 럭셔리 감성을 입힌 전용 모델을 내놓으며 중국 최상위 부유층이 타는 차라는 인식을 각인시키겠다는 것이다. 부유층 사이에서 브랜드가 안착하면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낙수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

특히 럭셔리 MPV가 일반 세단보다 대당 마진이 높은 고부가가치 차량이라는 점도 이번 선택의 결정적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브랜드 간 치열한 가격 경쟁이 펼쳐지는 세단 시장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틈새 시장을 공략해 중국 사업의 정상화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연간 1만8000대라는 생산 목표 역시 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에 부여하는 전략적 중요성을 드러낸다. 제네시스가 현재 중국에서 연간 2000대를 채 팔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새로 출시할 MPV는 단순 내수용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중동 등 글로벌 수출까지 염두에 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내수 시장 회복 재시동에 더해 중국 공장을 글로벌 수출 허브로 전환하는 시도도 병행 중이다. 중국 생산 물량의 수출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2023년 445대였던 수출 물량은 2024년 4만4638대로 껑충 뛰었다.

오익균 현대차 중국사업담당 부사장은 2024년 베이징모터쇼에서 “세계를 향한 중국 공략(In China for Global) 전략에 따라 베이징현대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글로벌 시장 수출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제네시스의 현지 전용 신차 개발은 현대차그룹이 진행해온 중국 시장 정상화 전략의 핵심 축이다. 현대차는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을 팔았지만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판매량이 급감해 현재는 시장 점유율이 1%도 채 안 된다. 2021년 진출한 제네시스도 존재감이 크지 않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 재도약을 목표로 투자를 늘리고 현지 맞춤형 신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고삐를 죄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중국에서 판매량과 생산량이 많이 떨어졌지만 겸손한 자세로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이달 초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편지에서 “올해 중국 사업을 전면 재편하겠다”며 강력한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2024년 말 베이징현대는 10억9546만달러(약 1조6000억원)의 자본금을 확충하기로 했다.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는 차량을 출시하고 수출 규모를 더 확대하기 위한 투자다.

지난해엔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의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을 설립한 후 처음으로 수장(총경리)에 현지인인 리펑강을 선임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동안 총경리는 현대차에서, 부총경리는 BAIC에서 임명해왔는데 현지인 총경리가 기용된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 전용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일렉시오’도 선보였다. 2030년까지 중국 내 전기차 라인업을 6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는 2023년 ‘EV6’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매년 1종 이상의 전기차를 중국 시장에 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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