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귀포 솔숲 앞 멈춰선 공사…“숙의형 공론조사로 갈등 풀 것”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른 봄이 찾아온 듯 따뜻했던 지난 11일 제주도 서귀포시 동홍동 서귀포학생문화원 앞 솔숲은 직박구리가 지저귀는 소리로 가득했다.
지난해 11월 서귀포학생문화원 앞 잔디광장을 갈아엎으면서 솔숲을 향해 진격해 오던 도로 공사가 소나무를 약 50㎝ 앞두고 멈춰 선 뒤부터다.
솔숲과 공사장의 대치는 '서귀포시 도시 우회도로'(우회도로) 개설사업 과정에서 이뤄졌다.
약 600억원의 지방비가 들어가는 2구간 공사는 서홍동에서부터 시작돼 70%가량 진행됐지만, 석달 전 동홍동에 있는 솔숲 코앞에서 중단됐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른 봄이 찾아온 듯 따뜻했던 지난 11일 제주도 서귀포시 동홍동 서귀포학생문화원 앞 솔숲은 직박구리가 지저귀는 소리로 가득했다. 살랑이는 바람에 후드득 떨어지는 솔방울을 밟으며 개와 산책하는 반려인도, 운동하는 주민도 있었다.
하지만 평화로워 보이는 1천평(3306㎡) 남짓의 솔숲은 초록색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공사장과 마주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서귀포학생문화원 앞 잔디광장을 갈아엎으면서 솔숲을 향해 진격해 오던 도로 공사가 소나무를 약 50㎝ 앞두고 멈춰 선 뒤부터다.
솔숲과 공사장의 대치는 ‘서귀포시 도시 우회도로’(우회도로) 개설사업 과정에서 이뤄졌다. 서귀포시 호근동~토평동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은 1965년 처음 계획됐지만, 우여곡절 끝에 2022년 첫 삽을 떴다. 총길이 4.3㎞의 도로를 3구간으로 나눠 건설하되, 그 중간에 있는 시내 중심부인 서홍동~동홍동 구간(1.5㎞)을 먼저 착공한 것이다. 약 600억원의 지방비가 들어가는 2구간 공사는 서홍동에서부터 시작돼 70%가량 진행됐지만, 석달 전 동홍동에 있는 솔숲 코앞에서 중단됐다.

잔디광장에 이어 솔숲까지 파헤치려는 공사를 시민단체인 ‘서귀포시 도시 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사람들’(서녹사)과 ‘서귀포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서미모)이 막아섰다. 이들은 총 도로 너비가 35m인 왕복 4차로가 솔숲을 관통하면 70년 넘게 자생한 소나무 100여그루가 생명을 잃고, 시민·학생의 쉼터가 사라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서미모는 솔숲을 보존하는 도로 건설을, 서녹사는 더 나아가 행정 절차마저 어긴 도로 건설사업의 백지화를 각각 촉구하고 있다. 솔숲에서 만난 중학교 3학년 변규민 학생도 “(바로 앞) 서귀포도서관에 종종 오는데, 예쁜 숲을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며 “이곳에 큰 도로가 생기면 안전도 걱정되니 숲을 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솔숲을 품은 동홍동은 “반대 단체가 아니라 주민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며 공사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임도규 동홍동 마을회장은 “1965년 도로가 계획된 이후 주민은 60년 넘게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며 “도로가 개통되면 차량 정체 시간은 5~10분 줄고, 학생의 통학 편의는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찬반 논쟁이 거세지자 왕복 6차로를 4차로로 줄이고, 보행로에 솔숲의 소나무를 옮겨 심겠다며 대책을 발표했던 제주도는 급기야 ‘숙의형 공론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해 12월 솔숲을 방문한 자리에서 “(3개월가량의) 의견 수렴 절차를 밟겠다”고 약속했다.
공론화 첫 관문인 ‘의제 숙의 워크숍’은 오는 21~22일 열린다. 이해당사자인 마을회·학부모·서미모·서녹사, 미래세대인 학생·청소년, 도로·환경·교육 전문가 등 28명으로 구성된 의제 숙의단이 모여 핵심 쟁점을 정리할 예정이다. 숙의단이 도출한 의제는 3월께 도민 100명이 참여한 원탁회의에 상정되며, 원탁회의는 최종 대안을 오 지사에게 권고하게 된다.

제주도의 숙의형 공론화가 처음은 아니다. 2017년부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정책을 두고 이따금 공론화 절차를 밟았지만,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는 사례는 거의 없다.
2018년 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 문제에 대해 공론조사를 벌인 끝에 ‘반대’로 의견이 모였으나,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그 결과를 수용하지 않았다. 2023년 들불축제를 두고 숙의형 원탁회의가 사실상 ‘오름 불 놓기’를 뺀 생태축제를 권고했지만, 결국 제주시는 오는 3월 축제에서 작은 규모로 불씨를 되살리기로 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단독] 12·3 계엄 막은 대한민국 국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
- 전두환을 어설프게 용서한 카르마, 윤석열의 끝은 달라야 한다 [성한용 칼럼]
- 일본 ‘대미 투자 확정’에 한국도 속도전…실무단 미국행
- 세계 최장 7m 뱀, 축구골대 막기 가능…“근육마다 모터 단 듯 엄청난 힘”
- 윤 선고 앞둔 ‘지귀연 머릿속’ [그림판]
- 내란 특검, 이상민 ‘징역 7년’ 1심 판결에 항소
- 반전…충주맨 후배 ‘추노’ 한방에 250만뷰 터졌다 “ㅋㅋㅋ”
- 장동혁, 19일 윤석열 선고 뒤 발표할 메시지 수위 ‘저울질 중’
- 송영길 2심 무죄로 바뀐 민주당 역학구도…인천 계양을 보선 ‘주목’
- [단독] 인천대 수시 ‘점수 담합 의혹’…면접 때 참관인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