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만 영화 `왕과 사는 남자' … 청주 청년극장 `대박'
창단 40周 연극 본 장항준 감독 회식 참석 캐스팅 제안
한 극단 단원 동시출연 전무후무 … “생애 첫 영화 행복”

[충청타임즈] "단 1초도 지루하지 않은 영화", "유해진 연기 정말 최고중의 최고다", "나는 지금 N차 관람간다!"
설 명절에 개봉돼 관람객 300만을 넘어선 영화 `왕과 사는 남자'(장항준 감독)를 두고 쏟아지고 있는 SNS 관람평이다.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난에 권좌에서 쫒겨나 강원도 영월땅에 유배됐던 조선 6대 국왕 단종과 `3족을 멸한다'는 왕명에도 단종의 시신을 거둬 장례지낸 역사적 인물 엄흥도를 그린 영화다.
엄흥도는 연려신기술 등 역사기록에도 나오는 실존인물. 극중에서는 단종 유배지 청령포의 `보수주인'이자 광천골의 촌장으로 배우 유해진이 분 (扮)했다.
요즘 천만 관객을 향해 순항중인 이 영화에 충북 청주의 대표 극단인 `청년극장' 단원들이 `무더기' 출연한 사연이 화제다.
우선 영화 내내 웃음에 가슴 먹먹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 주인공 엄흥도 역의 유해진이 청년극장 출신이다.
유배지인 `노루골'을 부촌으로 만든 고관대작 죄인, 병조판서 역의 김서현. 영화 초반 등장해 `단종의 유배지 유치'라는 기발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오징어게임에 `기도남'으로 출연해 대중에 얼굴이 익숙해진 배우다.
영월 청령포로 유배된 단종을 찾아온 양반 5명 역의 이윤혁, 김해용, 정창석, 최민숙, 문의영씨(40·청년극장 대표).
이중 이윤혁 전 충북연극협회장(65·한국영상대 부총장)은 전국연극제 최우수연기상(대통령상)을 다수 수상한 충북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극인이다.
영화에서도 강건너 단종을 향해 연신 `전하~!'를 부르짖는 애잔한 연기로 눈길을 끈다.
영화배우 오달수와 함께 광천골 촌민들과 아낙네 역을 해낸 김경미,엄춘미, 고병애 씨.
단종 유배지를 놓고 광천골과 유치경쟁을 벌인 노루골 부락민 역의 권영옥, 윤선희, 곽상묵씨 등 이 영화에 출연한 청년극장 배우만 12명에 이른다.
유해진과 김서현, 이윤혁씨를 빼곤 대부분 대사도 없는 엑스트라 단역이지만 조선시대 백성들과 애달픈 유배지 촌민들의 일상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청주 청년극장 단원들의 `왕과 사는 남자' 영화 무더기 출연은 장항준 감독과 배우 유해진씨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0월 말 청년극장은 창단 40주년을 맞아 `언덕을 넘어서 가자(주연 이윤혁·김서현·정인숙)'와 `열개의 인디언 인형(주연 유해진)'등 2편의 작품을 열흘 공연으로 무대에 올렸다.<본보 2024년 10월21일자 1면 보도> 배우 유해진씨는 친정 극단의 창단 40주년 기념작 `열개의 인디언 인형'에 주인공 의사 암스트롱 역을 맡아 우정 출연했다. 한참 연기를 닦던 20대 때 이후 두번째 공연이었다.
유씨는 당시 한 달 넘게 청주시내 한 호텔에 머물며 극단 후배들의 연기를 직접 지도하는 프로다운 열정으로 지역 연극계에 회자되기도 했다.
이렇게 올려진 `열개의 인디언 인형'의 마지막 공연에 유씨의 친구인 장항준 감독이 찾았다.
청년극장 단원들의 작품을 감상한 장 감독은 자연스레 2차 회식자리에도 참석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단원들의 영화 출연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후 장 감독은 약속대로 청년극단 단원들의 프로필을 요청했고 한 명 한 명 직접 이미지 심사를 한 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캐스팅 오디션 참여를 제의했다.
청년극장 단원 12명은 이렇게해서 연극 배우 생애 처음으로 한 작품에 동시 출연하는 절묘한(?) 행운을 잡았다.
이 영화는 18일 기준 관람객 300만 명을 넘겨 1000만을 향하고 있다.
문의영 청년극장 대표는 "같은 극단 배우들이 무더기로 같은 영화에 동시 출연한 일은 전무후무할 것"이라며 "창단 40주년, 유해진 선배와 장항준 감독의 인연이 영화 출연의 기연으로 이어져 생애 처음 영화작업을 하면서 더없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형모 선임기자
Copyright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