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까지 춥고 글피나 그글피쯤 풀린대요"

2026. 2. 1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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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글피는 모레 다음 날이고, 그다음 날이 그글피다.

국립국어원의 '지역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로 '글피'계(글피, 그글피)는 중부(강원·경기·충청 및 전북 서부) 지역과 제주도, '고페'계(고페, 고고페)는 전라도, '저모레'계(저모레, 저저모레)는 경상도를 대표하는 어형이다.

글피와 그글피, 고페와 고고페, 저모레와 저저모레의 생성 방법 및 의미에 대해서는 앞서 이미 설명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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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설 연휴를 앞둔 8일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을 찾은 성묘객들이 한파에도 성묘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피는 모레 다음 날이고, 그다음 날이 그글피다. 글피란 단어가 기원적으로 '그 앞에'라는 말에서 왔고 이때의 '앞'이 미래 어느 때를 나타내니 글피는 '모레 그다음에' 정도의 뜻을 지닌다. 이에 비추어 보면 '그-글피'는 '그-그 앞에', 결국 '글피 그다음 날'을 가리키는 말이 된다. '다다음 주, 지지난번, 고고조(=고조할아버지의 아버지)' 등에서 보듯 그글피와 동일한 조어 방식으로 만들어진 형태는 한국어에서 그리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지역적으로는 '글피'계, '고페'계, '저모레'계가 전국을 삼분한다. 국립국어원의 '지역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로 '글피'계(글피, 그글피)는 중부(강원·경기·충청 및 전북 서부) 지역과 제주도, '고페'계(고페, 고고페)는 전라도, '저모레'계(저모레, 저저모레)는 경상도를 대표하는 어형이다. 글피와 그글피, 고페와 고고페, 저모레와 저저모레의 생성 방법 및 의미에 대해서는 앞서 이미 설명한 바다.

기원적으로 글피는 지시어 '그'에다가 '앞'의 고어형 '앒'과 조사 '-이'가 결합해 만들어진 말이다. 이들이 합쳐지는 과정(그-앒-이)에서 '앒'의 모음 '아'가 탈락하여 글피가 형성되었다. 마지막 요소 '-이'는, 이전 시기에 '-에'와 같은 용법으로 쓰이던 조사의 하나다.

다음으로, 고페는 지시어 '고'에다가 명사 '앞(<앒)'과 조사 '-에'가 결합한 형태다. 역시, 합쳐지는 과정(고-앞-에)에서 모음 '아'가 떨어져 고페가 되었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할 때 경상도는 이례적이다. 글피나 고페처럼 '모레 다음 날'을 뜻하는 어형을 따로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경상방언에서는 글피 대신에 '모레'에다가 지시어 '저'나 '그' 등을 앞에 붙인 형태를 사용한다. 흥미롭게도 지역에 따른 차이를 보여 대체로 경북 대부분과 경남 중서부 지역에서는 '저모레', 경북 남동부 및 경남 동부 지역에서는 '그모레'(또는 '내모레')를 써 모레 다음 날을 나타낸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저모레'계와 '고페'계가 마주치는 경남 서남부의 진주·사천·고성·통영 등지에 '모레고페'가 출현한다는 사실이다. 저모레와 고페가 한데 섞이는 가운데, 어느 것으로 단일화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두 단어를 나란히 연결해 '(저)모레고페'라는 새 어형을 만들어냈을 터이다. 그 외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예들('글페, 고페모레' 등)을 보면, 가히 방언이 지니는 언어 다양성을 실감하게 된다.

정승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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