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구체적 설명·기준이 필요하다 [왜냐면]

한겨레 2026. 2. 1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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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프트웨어대전, 소프트웨이브 2022’에서 부스 관계자들이 고령인·장애인을 위한 자율형 모빌리티 키오스크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옥제·이소나 | 장애인권 강사·협업 강사

지난달 28일 ‘장애인 키오스크 접근성 보장 의무화’가 시행되었다. 이제 키오스크는 단순한 무인기기가 아니라, 법적으로 모두가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서비스 창구가 되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많은 공공기관과 기업 현장에서는 혼란이 크다. 무엇이 준수인지, 어디까지 해야 의무를 이행한 것인지, 그것을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법은 생겼지만, 그 법을 업무의 언어로 옮겨주는 기준은 충분히 제공되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공공기관과 기업 등 사회 전반은 ‘법을 지켜야 한다’에는 익숙해졌지만,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각자 답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왔다.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혼란은 개인의 무지보다, 기준을 제공하지 못한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

물론 오랜 시간에 걸쳐 공공 영역의 문턱은 낮아져 왔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점자 블록과 장애인 화장실까지, 물리적 접근성을 확보하는 ‘배리어프리’는 이제 공공시설의 기본이 되었다. 하지만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보장 의무화된 지금, 이 문턱은 정말 모두에게 낮아졌을까?

장애인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쉬워졌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은 그렇지 않다. 화면은 켜져 있지만 어디를 눌러야 할지 알기 어렵고, 용어는 복잡하며, 실패했을 때 되돌아갈 방법도 명확하지 않다. 그 앞에서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발걸음을 돌린다. 장애인 키오스크 접근성 보장 의무화는 단순한 기능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와 기준의 문제다.

우리는 그동안 장애물을 ‘없애는 일’에는 비교적 익숙해졌지만, 처음부터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설계, 즉 ‘유니버설 디자인’의 관점에는 아직 충분히 도달하지 못했다. 배리어프리가 특정 대상의 불편을 보완하는 접근이라면, 유니버설 디자인은 나이와 장애, 언어와 상황과 관계없이 누구나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설계의 출발선 자체를 다시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번 키오스크 접근성 의무화는 바로 이 전환을 공공 행정과 서비스 전반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기준이 없다면, 현장에서는 “그래서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버튼 크기를 키우면 되는지, 음성 안내를 추가하면 충분한지, 기존 기기를 교체해야 하는지, 아니면 일부 보완으로도 가능한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안내받지 못한 채, 각 기관과 기업은 각자의 방식으로 ‘눈치껏’ 대응하게 된다. 그 결과, 누군가는 과도한 부담을 느끼고, 누군가는 최소한의 조치만으로 불안을 안은 채 운영을 이어가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필자들의 업무인 ‘장애 인식 개선 교육’ 역시 이 지점에서 같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법정 의무 교육이 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교육은 여전히 ‘이수해야 하는 것’으로 소비되는 일이 다반사다. 공감은 남지만, 업무 기준은 달라지지 않는다.

교육이 인식을 바꾸는 데서 멈출 때, 현장은 다시 각자의 판단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장애를 이해하자”는 메시지가 아니라, 법과 제도를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기준으로 바꾸는 교육이다. 무엇이 준수인지, 어디까지가 의무 이행인지, 그리고 그 판단을 어떤 원칙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통의 언어를 만드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안고 지난 10년간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협업 강사로 현장을 다녀왔고, 여전히 다니고 있다. 역할이 분리되지 않는 이 구조로 비장애인은 ‘결정의 주체’이고 장애인은 ‘도움의 대상’이라는 오래된 인식을 흔들기 위해서다.

교육에서도 추상적인 메시지 대신 구체적인 장면을 이야기한다. 안내 문장의 길이를 줄이고, 서체를 키우고, 픽토그램(그림 문자)을 추가했을 때 민원이 줄고 업무 효율이 높아졌던 실제 사례들, 이러한 설명은 담당자들로 하여금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바꾸면 되는가”를 분명하게 보게 만든다.

장애인 키오스크 접근성 보장 의무화는 누군가를 더 배려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행정과 서비스의 기준을 더 정확하게 만들라는 요청이다. 그 기준이 정리될 때, 현장은 덜 불안해지고 시민은 덜 배제된다.

우리가 꿈꾸는 변화는 거창하지 않다. 먼저 “도와주세요”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 이미 ‘모두를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로 시민을 맞이하는 행정과 서비스.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으로서, 교육은 지금 이 제도 변화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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