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인상 책임 절반 ‘자재비’ “선물시장 도입하자”

건설업계가 건설경기 침체 원인 중 하나로 건설자재비 부담을 지목하고 선물시장을 형성해 자재비를 안정화하자고 주장했다.
18일 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펴낸 건설동향브리핑에서 건설자재 선물시장을 통해 건설자재 변동 위험을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최근 건설업 침체의 구조적 요인으로 건설자재 가격의 비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을 꼽았다. 비동조화 현상은 경제적으로 밀접한 국가 또는 시장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5년간 공사비 인상 요인 49.8% 자재비
실제 건설자재비는 2000년 초반부터 생산자물가를 상회하면서 고착화됐다. 1990년대 중간재건설용 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를 100으로 놓고 추이를 비교해보니 2000년대까지 150수준으로 유사하게 움직였던 두 지수는 2004년부터 격차를 벌리기 시작해 2011년 생산자물가지수가 190선을 형성할 때 중간재건설용 물가지수는 210을 상회했다. 이 차이는 그대로 구조로 굳혀졌다가 2020년 코로나19 이후 좀 더 확대했다. 연구원은 "2020년 팬데믹 이후 두 지수 간 격차가 폭발적으로 확대돼 기존 리스크 관리체계로는 통제가 어려운 공사비 쇼크가 현실화됐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건설자재비 인상이 공사비에 미치는 영향도 절반 수준이다. 2020~2025년 공사비 상승 영향을 2020년 산업연관표를 토대로 추정해 비용상승 기여율을 살펴보니 건설자재비가 49.8%를, 피용자보수(인건비)가 29.2%를, 서비스비용이 21%를 차지했다. 아파트값 인상 요인의 절반은 건설자재비 인상 탓인 셈이다.
연구원은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산업 수익모델 자체가 위축되는 비용 임계점을 초과했음을 뜻한다"며 "통제 범위를 벗어난 공사비 변동은 현장 공사 중단, 시공사와 발주처 간 법적 분쟁, 분양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며 산업 전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고 짚었다.
기존 분쟁조정제도는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의 급격한 인상이 있을 때 재협상하는 제도나 단가연동제 같은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급격한 건설자재비 변동을 적기에 반영하지 못해 공사 지연과 사업성 악화가 반복한다는 설명이다.
선물 가격 등락 따른 충격, 투자자가 공동 부담
대안으로 선물시장 형성을 제안했다. 선물시장이란 기초자산을 미리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고팔기로 하는 거래소다. 중국은 철근과 유리 선물시장을, 미국과 인도는 각각 목재와 철강 선물시장을 갖고 있다.
연구원은 선물시장을 형성해 선물시장에 참여하는 금융권에 공사비 변동에 따른 위험을 이전하고, 안정적인 공사 진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선물가격 등락에 따라 건설사와 투자자가 손해를 볼 여지가 있지만 건설사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감수하는 현행보다는 위험 분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연구원은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통한 표준화한 선물시장을 선도적으로 형성하고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원은 "지난 5년간 침체는 단순한 불황이 아닌 고비용 구조 고착화와 가격 비동조화로 인한 구조적 복합위기"라며 "기술뿐 아니라 금융혁신을 비롯해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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