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女 “체해서 토하는 줄 알았는데, 뇌에 문제?”…구토 원인 식별법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멈추지 않아 위장병을 의심했던 환자가 뜻밖의 뇌질환 진단을 받은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흔한 증상 뒤에 숨어있는 희귀 난치성 신경질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례다.
싱가포르에 사는 26세 여성은 최근 며칠간 식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구역질과 구토에 시달렸다. 처음에는 식중독이나 급성 위염을 의심해 소화기 내과를 찾아 약을 처방받아 먹었으나 차도가 없었다. 결국 응급실을 찾은 이 환자는 신경과적 정밀 검사를 받게 됐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뇌의 구토 중추가 있는 부위(후야구)에서 이상이 발견됐다. 진료팀은 정밀 검사에서 면역체계가 시신경과 척수를 공격하는 희귀 자가면역 병인 시신경척수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 20대 여성 환자는 즉시 입원해 고용량 스테로이드 요법과 혈장 교환술 등 집중 면역 치료를 받았다. 입원 후 약 2주일이 지나서야 참기 힘들었던 구토 증상이 멈췄고 마비나 시력 저하 등 신경학적 손상 없이 퇴원할 수 있었다. 이후 6개월간의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통해 재발 여부를 확인한 결과 다행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진료팀은 밝혔다.
이 연구 결과(Intractable Nausea as the Initial Presentation of Neuromyelitis Optica)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 의학저널(Cureus Journal of Medical Science)》에 실렸다.
이 환자처럼 구토 증상이 나타났을 때 무슨 병인지 짐작이라도 할 수 있을까. 구토를 호소하는 환자의 경우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복통의 유무다. 구토와 함께 심한 복통, 설사, 발열이 동반된다면 식중독이나 급성 위염, 장염 등 소화기계의 감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복통이 상복부에 집중되고 등 쪽으로 뻗친다면 급성 췌장염을, 오른쪽 아랫배로 이동한다면 충수염(맹장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반면 다른 소화기 증상이 없이 구토만 나타난다면 뇌나 귀의 문제를 살펴야 한다. 이때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 구토의 형태와 지속성이다. 분출성 구토는 오심 없이 분수처럼 뿜어내는 형태이며, 주로 뇌압이 급격히 올라갈 때 뇌의 구토 중추가 직접 자극을 받아 발생한다. 만약 어지럼증과 함께 자세를 바꿀 때 구토가 더 심해진다면 이석증이나 메니에르병 같은 귀 질환일 확률이 크다.
뇌의 문제로 발생하는 구토 중에서도 뇌종양과 뇌출혈은 증상의 전개 속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뇌종양은 종양이 서서히 커지면서 뇌압을 높이기 때문에 증상이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자고 일어난 직후인 아침에 두통과 구토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종양의 위치에 따라 시력 저하나 성격 변화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서서히 동반된다.
반면 뇌출혈은 혈관이 터지는 순간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므로 증상이 매우 즉각적이고 폭발적이다. 평생 처음 겪어보는 듯한 극심한 '벼락 두통'과 함께 구토가 나타나며, 순식간에 의식을 잃거나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이 수초에서 수분 내에 발생한다. 따라서 갑작스럽고 강렬한 통증을 동반한 구토라면 골든타임을 다투는 뇌출혈일 가능성이 크므로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이번 환자의 사례처럼 일반적인 약(항구토제나 소화제)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도 주의해야 한다. 약물치료에도 증상이 멎지 않고 장기간 지속되는 상태를 난치성 구토라고 하며, 그 원인은 시신경척수염 등 중추신경계 질환이나 심각한 대사 장애다. 특히 복통이 별로 없는데도 딸꾹질이 멈추지 않고 난치성 구토가 이어진다면 뇌의 구토 중추(뇌줄기의 후야구)를 자극하는 중추신경계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다만 뇌질환에 의한 구토는 위장병보다 훨씬 드문 경우이므로 섣불리 단정하지 말고 신경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시신경척수염인데 왜 눈이 아닌 속이 먼저 안 좋은가요?
A1. 시신경척수염 환자의 약 10~20%는 뇌의 구토 중추인 후야구가 먼저 공격받으면서 병이 시작됩니다. 이를 '후야구 증후군'이라고도 하며 시력 저하나 사지 마비가 오기 전 수일에서 수주 동안 이유 없는 구토와 딸꾹질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Q2. 일반적인 소화불량과 어떻게 구분하나요?
A2. 일반적인 위장병은 소화제나 항구토제를 먹으면 어느 정도 가라앉지만 뇌질환에 의한 구토는 약물에 반응하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장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구토나 딸꾹질이 48시간 이상 멈추지 않는다면 신경과 진료를 권합니다.
Q3. 시신경척수염은 완치가 가능한가요?
A3. 완치되는 질환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재발 억제 치료 옵션이 개발됐습니다. 조기에 발견해 관리하면 예후가 매우 좋습니다. 방치하면 치명적인 장애를 겪을 수 있으니 조기 진단과 꾸준한 면역 억제 치료가 중요합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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