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에도 여전히 온몸으로 작업하는 이건용 "몸은 세상과 만나는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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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 전시장 바닥 위 나무판에 흰 분필로 원이 그려졌다.
한국 실험 미술 선구자인 이건용이 1975년 홍익대 운동장에서 처음 선보인 행위 예술 '장소의 논리'의 흔적이다.
1973년 파리비엔날레에 참가한 후 귀국하던 중 자신의 몸을 매체로 삼는 행위 예술 작품을 구상했다.
50년간 행위 예술을 해 온 이건용은 올해로 84세가 됐지만 여전히 몸으로 직접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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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행위 예술 영상·사진·지시문으로 소개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 전시장 바닥 위 나무판에 흰 분필로 원이 그려졌다. 한국 실험 미술 선구자인 이건용이 1975년 홍익대 운동장에서 처음 선보인 행위 예술 '장소의 논리'의 흔적이다. 원을 긋고 난 뒤 원 밖에서 원 안을 가리키며 "저기", 원 안으로 들어가 "여기", 다시 밖으로 나와 뒤를 가리키며 "거기"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원 주변을 반복해 돌면서 "어디, 어디, 어디"라고 외치고 마무리한다.
'장소의 논리'는 신체의 위치와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장소의 명칭이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고안한 이벤트다. 4일 전시장에서 이를 재현한 이건용은 "장소란 것도 내가 한계를 설정하고, 내 위치에 따라 지칭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며 "사람도 장소에 따라 관계가 설정되고, 서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건용의 개인전 '사유하는 몸'이 페이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그가 1975년부터 4년간 펼친 행위 예술의 당시 공연 영상과 사진에 더해 지시문이 적힌 작업 노트를 함께 전시해 이를 재현할 수 있게 한 구성이다. 이건용은 이를 '퍼포먼스'가 아닌 '로지컬(논리적) 이벤트'라고 불렀다. 돌발적인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사전 설계된 행위라는 뜻이다.
"어렸을 적부터 언어의 정확성, 소통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 스스로 공부하기도 했다"고 회고한 이건용은 애초부터 정통파 회화나 조각과는 거리를 뒀다. 1973년 파리비엔날레에 참가한 후 귀국하던 중 자신의 몸을 매체로 삼는 행위 예술 작품을 구상했다. 사람에게 있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신체와 주변 공간을 낯설게 자각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건용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회화 '신체 드로잉' 연작도 자신의 신체를 매개로 완성했다. 그의 팔이 뻗는 범위 안에서 선을 긋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미술 전시장에서 고정된 미술품이 아닌 이벤트를 작품화한 것은 지금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1970년대에는 더욱 반응이 거칠었다. 정치적 의도가 없었음에도 이질성 때문에 불온하다는 딱지가 붙었다. 1975년 국립현대미술관은 그에게 퍼포먼스를 불허한다는 공문을 보냈고, '이리 오너라'라는 퍼포먼스는 권력자를 조롱하는 메시지로 읽히면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무릎을 다치기도 했다. 이건용은 "나를 머리가 돈 사람, 틀린 사람 취급하는데, 그래서 더 재밌어졌다"며 "오히려 더 새로운 걸 생각해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50년간 행위 예술을 해 온 이건용은 올해로 84세가 됐지만 여전히 몸으로 직접 무대에 선다. 자신의 신체야말로 세상과 접촉하며 예술을 완성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이건용은 "손이 흐느적거리고 힘이 들면 그래서 더 재미난 작품이 나오는 것"이라며 "건강하든, 늙고 병들든, 어떤 경우든 우리는 몸을 가지고 있다는 그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28일까지.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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