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호 투자' 98%는 에너지…韓도 비슷한 독촉장 날아올 듯

이상은/김일규/김대훈 2026. 2. 1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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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日 투자 개시"
52조원 '3개 프로젝트' 발표
韓, 속도 압박 속 실익 챙겨야
원전 '1호 프로젝트' 후보군 논의
원전 건설·가스 터빈 등 가능성
우리 기업 수익성 확보가 과제
< “미국과 일본에 역사적인 순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일본의 첫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선정했다고 발표하며 “미국과 일본 모두에 매우 흥분되고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미·일 정부가 미국의 에너지·공급망 핵심 인프라 투자를 골자로 하는 ‘1호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공개하자 한국도 대미 투자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이 일본과 5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협상 결과를 지렛대로 한국을 압박한 전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업적 합리성’에 기반해 1호 투자를 정하려는 우리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美 에너지 프로젝트 ‘전주’ 역할 한 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밝힌 내용을 종합하면 일본 측의 3대 대미 투자 중 가장 핵심은 오하이오주 포츠머스에 건설되는 333억달러 규모 가스 화력발전소다. 총 9.2GW 규모로 “미 역사상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가 될 것”이라고 러트닉 장관은 밝혔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자회사인 SB에너지가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폭발적 전력 수요를 일본의 투자금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본은 텍사스 인근 심해에서 원유를 뽑아내는 ‘걸프링크’ 프로젝트에도 21억달러를 대기로 했다. 미국 에너지기업 센티널미드스트림의 이 사업은 코로나19 이전까진 유망한 사업으로 꼽혔지만 수년째 진척이 없었다. 포천지가 지난 10일 이 사업에 대해 “원유 수요가 부족해 신규 시설의 경제성이 떨어지고, 수심이 얕아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접안이 어렵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또 다른 투자 프로젝트는 산업용 연마재로 사용되는 인공 다이아몬드 공장 건설 프로젝트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기업 드비어스그룹의 자회사 엘리먼트식스가 조지아주에서 짓는 제조 설비다. 최첨단 정밀 가공 필수 소재인 인공 다이아몬드 시장 대부분을 중국산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됐다.

 ◇韓 투자 압박 거세질 듯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날 SNS에서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의 의의와 관련해 “중요 광물, 에너지, AI·데이터센터 등 경제 안보상 중요한 전략 분야에서 일본과 미국이 협력해 공급망을 구축해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미·일 1호 프로젝트에 대한 언급을 아끼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본의 ‘투자 시계’가 예상보다 빨라지며 투자처를 정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1호 대미 투자의 98%가 미국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한 에너지 인프라 사업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 이해관계에 따라 사업 리스크가 커질 수 있고 경제적 이익을 따지기 어려운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력·에너지 인프라 투자와 핵심광물처럼 성과를 과시할 수 있는 분야를 먼저 선택한 것”이라며 “일본도 관세 리스크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가시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치적으로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유리한 지역이 선정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오하이오 가스발전은 막대한 건설비와 전력망 계통 연결 문제가 거론돼 왔고, 텍사스 원유 터미널 또한 환경 규제와 지역 반발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고 했다.

통상당국은 원자력과 조선, 에너지, 첨단산업 등 대미 투자 양해각서(MOU)에서 명시된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과 ‘1호 프로젝트’ 후보군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3대 프로젝트와 동일하거나 비슷한 프로젝트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 건설과 가스 터빈 분야에서 미국 측 요청이 구체화하고 있다는 정부와 업계 얘기도 흘러나온다.

산업계에선 한국 정부가 일정한 위험을 감수해야 할 프로젝트가 제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사업성을 녹여내면서도 리스크를 최소화할 접점을 찾는 게 난제”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도쿄=김일규 특파원/김대훈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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