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새것의 시대, ‘잔여’가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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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새것을 얻는 순간, 어제의 새것을 미련 없이 폐기해 왔다.
쓰이고 남은 나머지, 기술 발전 혹은 유행에 뒤처진 물건, 의도적으로 부정된 과거 등이 우리 곁에 '잔여'(remain)로 잔존함에도 그렇다.
잔여는 정지된 유물이 아니라, 시간의 순환에 다시 참여하는 행위 속에서 살아난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진전, 끊임없는 업데이트의 압박 속에서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잔여'를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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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
유시 파리카·리베카 슈나이더 지음 / 심효원·유지원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우리는 새것을 얻는 순간, 어제의 새것을 미련 없이 폐기해 왔다. 이는 자본주의의 호흡이 되었다. 소비는 그 리듬에 몸을 맞췄다. 쓰이고 남은 나머지, 기술 발전 혹은 유행에 뒤처진 물건, 의도적으로 부정된 과거 등이 우리 곁에 ‘잔여’(remain)로 잔존함에도 그렇다. 그렇다면 ‘이미 끝났다’고 처리된 것들은 정말 사라졌는가.
유시 파리카와 리베카 슈나이더는 ‘잔여’를 뒤처진 부산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잔여는 현재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층위다. 파리카의 미디어고고학은 과거와 현재가 얽혀 있음을 전제로, 억압되고 배제된 것들을 발굴한다. 아카이브는 보존의 장소가 아니라 선택과 배제의 장이며,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는 언제나 권력과 맥락의 문제라는 지적은 날카롭다. 슈나이더의 시선은 더 급진적이다. 인간은 살아 있고 사물은 죽어 있다는 오래된 구분을 흔든다. 인간의 몸 역시 물질이며, 이미 미디어적이라는 것이다.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다 박물관에 놓인 유물이 다시 우리의 손에 쥐어질 때, 우리는 과거를 재현하는 매개가 된다. 잔여는 정지된 유물이 아니라, 시간의 순환에 다시 참여하는 행위 속에서 살아난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기술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진전, 끊임없는 업데이트의 압박 속에서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잔여’를 만들어왔다. 문제는 그것을 외면하는 태도다. ‘잔여’를 쓰레기로 치부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가 남길 흔적 또한 성찰하지 않게 된다. 새로움의 속도를 늦추고, 남겨진 것들과 다시 관계 맺는 일은 낭만적 회고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상상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책은 묻는다. 더 빨리 달릴 것인가, 아니면 남겨진 것들의 시간에 잠시 귀를 기울일 것인가.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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