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연봉 3.8억+주식 보상"…HBM 인재 사수 나선 삼성·SK

황정수 2026. 2. 18. 17: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INSIGHT
엔비디아·구글·브로드컴·마벨
AI 반도체 자립 위해 채용 경쟁
머스크는 개인 SNS로 러브콜
업계 "파격 보상 없인 방어 어려워"


미국 빅테크들이 높은 연봉과 복지 혜택을 앞세워 한국 반도체 엔지니어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3위 마이크론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기업 퀄컴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엔비디아, 구글, 테슬라 등 인공지능(AI) 최강자들이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빅테크들이 ‘AI 반도체 자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 메모리·설계(팹리스)·파운드리(수탁생산) 등 반도체산업 전반에 고급 인력을 여럿 둔 한국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인력 유출 가능성에 ‘초비상’ 상태로 내몰렸다.

 ◇일론 머스크가 직접 구인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비디아, 구글, 브로드컴, 마벨, 미디어텍 등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이 일제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전문 엔지니어 채용 작업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HBM 시장의 맹주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인 만큼 사실상 한국인 엔지니어 채용에 나선 것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AI 가속기 1위 기업인 엔비디아다. 이 회사는 최대 연봉 25만8800달러(약 3억7500만원)와 주식 보상 등을 내걸고 8년 차 이상 HBM 개발 엔지니어 채용에 나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본사에서 일하면서 AI 가속기의 HBM 성능 분석, HBM 공급업체와 성능 개선 협의 업무 등을 담당하는 조건이다.

자체 AI 가속기 텐서처리장치(TPU) 개발에 들어간 구글과 빅테크의 AI 가속기 설계를 돕는 브로드컴, 미디어텍, 마벨도 각각 실리콘밸리에서 일할 HBM 엔지니어를 뽑고 있다. 연봉은 최대 26만달러 수준이다. TPU에서 HBM 관련 설계를 담당하고, HBM 공급사와 협력해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는 게 주요 업무다.

테슬라도 한국 반도체 엔지니어를 콕 집어 채용을 추진하고 있다. 테슬라 코리아가 지난 15일 ‘AI 반도체 설계 인력’ 채용 공고를 올린 데 이어 17일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례적으로 SNS를 통해 구인에 직접 나섰다. 향후 자율주행차에도 HBM 장착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HBM 인력을 채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HBM 부상과 함께 몸값 상승

빅테크들이 한국 반도체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는 건 자체 AI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파운드리·팹리스 등 AI 반도체 전 분야에 걸쳐 고급 인재가 풍부한 ‘인재 화수분’인 한국이 1순위가 된 건 당연한 수순이다.

HBM이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 영향도 크다.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은 AI 가속기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작 속도가 빠르고 용량도 큰 차세대 HBM을 삼성과 SK에 요구하고 있다. 빅테크의 올해 HBM 구매액은 750억달러(약 10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부터 HBM의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다이에 빅테크들이 원하는 성능을 넣을 수 있는 ‘커스텀 HBM(cHBM)’ 시장이 열리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엔비디아, 구글, 브로드컴 등 대다수 HBM 고객사가 삼성, SK와 cHBM 개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원활한 협의와 성능 검증을 위해선 자체 HBM 전문가를 둬야 한다.

빅테크의 인력 빼가기에 고스란히 노출된 삼성과 SK는 긴장 상태다. SK가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정하고, 삼성도 목표를 초과 달성한 엔지니어 등에게 추가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고액 연봉과 주식 보상을 내건 빅테크의 유혹을 100% 방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당장 빅테크 수준의 파격 인센티브를 주는 건 쉽지 않다는 게 삼성과 SK의 고민이다. 머스크의 X(옛 트위터) 계정 등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엔지니어 수백 명이 “테슬라 지원서를 쓰고 있다”는 댓글을 다는 등 동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