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탈까, 유지할까"…보험료 30% 낮춘 5세대 실손, 손익 따져보니

김민순 2026. 2. 1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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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중증·비중증' 분리…자기부담은 확대
1·2세대는 유지 유리, 3·4세대는 재가입 변수
이용빈도·소득·질병 위험…내 상황 맞는 유불리 따져야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실손보험이 또 바뀐다는데 갈아타야 하나요?"

이르면 4월 '5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됩니다. 보험료는 최대 30% 낮추는 대신, 도수치료 등 과잉진료 논란이 컸던 일부 비급여 보장은 축소하는 게 핵심입니다.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릴 만큼 가입자가 많은 실손보험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보험료 인상과 보장 축소를 둘러싼 논쟁이 반복돼 왔는데요.

2003년 1세대 출시 이후 다섯 번째 구조 개편이다 보니, 이번에도 기대와 우려가 엇갈립니다. 기존 가입자가 새 상품으로 옮기는 게 나은지, 그대로 유지하는 게 유리한지 판단하기 쉽지 않으실 텐데요. 결국 선택은 각자의 병원 이용 패턴에 달려 있습니다. 주요 경우를 가정해 손익을 따져봤습니다.


비급여 항목 보장 차등화…임신·출산 의료비 보장

5세대 실손 비급여 항목 비교. 그래픽=김대훈 기자

5세대 실손보험의 가장 큰 변화는 비급여 보장 구조의 재편입니다. 비급여 항목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구분해 보장을 차등화하겠다는 것이죠. 중증 질환은 두껍게 보장하고, 경증 질환에 대한 과잉 진료는 억제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암·심장·뇌혈관질환 등 산정특례 대상 질환의 치료 목적 비급여는 중증으로 분류됩니다. 기존과 동일하게 연 5,000만 원까지 보장합니다. 여기에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 입원 시 연간 자기부담 한도 500만 원을 신설해 고액 치료비 부담을 낮췄습니다. 임신·출산 관련 급여 의료비도 보장 대상에 새로 포함됐습니다.

반면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일부 비급여 주사 등은 '비중증' 항목으로 묶입니다. 이들 항목의 자기부담률은 현행 30%에서 최대 50%까지 높아고, 보상 한도도 연간 1,000만 원으로 제한됩니다.

보험료 누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비중증 비급여 시술의 과도한 이용을 막겠다는 목적입니다. 실제로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시술, 전립선 결찰술(유로리프트) 등 고가의 비급여 시술에 따른 손해율은 꾸준히 상승해 왔습니다. "병원 안 가는 가입자만 손해"라는 인식이 높아진 배경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형평성 손보고 보험료 30%가량 인하

정부가 5세대 실손보험 개편에 나선 것도 '형평성'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입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1~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과잉의료와 의료비 지출 급증으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10조 원 이상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2010년 30곳에 달했던 실손보험 판매 보험사도 지난해 11월 기준 18곳으로 줄었습니다. 업계에선 일부 경증 환자의 과잉 진료가 전체 가입자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구조가 굳어진 탓이란 지적이 많습니다.

이에 5세대에서는 기존 미용·성형뿐 아니라 반복 이용이 많았던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 일부 비급여 주사 등을 '비중증 비급여'로 분류했습니다. 보장 범위를 줄이고 자기부담률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대신 보험료는 낮아집니다. 이번 구조 개편으로 5세대 실손 보험료는 이전 세대보다 30%가량 낮아질 전망입니다. 예컨대 매달 4세대 실손보험료로 약 1만7,000원 정도를 냈던 40대 남성이 5세대로 전환할 경우 보험료가 1만 원대 초반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5세대 실손보험의 구체적인 보험료 수준과 세부 약관이 확정되지 않아 무조건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가입자의 연령과 병원 방문 빈도, 중증 질환 위험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별 의료 이용 패턴에 따라 손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료가 싸진다'는 말만 듣고 섣불리 갈아타기에는 비용 절감 효과와 보장 축소 부담을 함께 계산해 봐야 합니다.


① 실손 세대별 특성 따져야…"섣부른 전환은 금물"

게티이미지뱅크

세대별 실손 특성을 따져봐야 합니다. 2013년 4월 이전 가입한 1·2세대 가입자는 재가입 의무가 없어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비급여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고 보장 항목 제한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대신 보험료가 꽤 비쌉니다. 그래서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선택형 특약'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 계약은 유지하되 과잉 진료 논란이 있는 일부 비급여 항목을 제외하는 방식입니다. 불필요한 보장을 줄여 보험료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입니다.

또 1·2세대 계약을 보험사가 다시 사들이는 '계약 재매입'도 검토 중입니다. 보험사가 기존 실손보험 계약을 일정 금액을 더해 매입한 뒤 계약을 해지하거나, 5세대 실손보험으로 옮기면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업계에서는 보험료 인하를 기대하는 가입자라면 성급한 갈아타기보다는 정책 방향을 지켜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2세대 후반(2013년 4월 이후 가입자) 가입자와 3·4세대 가입자는 대부분 5년 단위 재가입 구조를 적용받습니다. 재가입 시점이 도래하면 당시 판매 중인 최신 상품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따라서 당장 5세대 실손으로 갈아타지 않더라도 언젠가 구조 변경을 선택해야 하는 만큼 자신의 재가입 시점부터 확인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다음 보험료와 보장 축소 폭 등 손익을 따져 선택해도 늦지 않습니다.

최근 3년간 병원 이용 빈도도 살펴봐야 합니다. 도수치료 등 비급여 이용이 거의 없다면 당연히 갈아타는 게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연 1~2회 감기 치료만 받는 40대 직장인이라면 5세대에서 늘어난 자기부담률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 겁니다. 보험료가 낮아지는 데 따른 체감 이익은 더 크기 때문이죠.

반대로 허리 통증 등으로 도수치료를 연 10회 이상 받는 40대라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도수치료는 5세대에서 자기부담률이 커지는 대표적인 항목입니다. 이처럼 비급여 치료를 많이 받는다면,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게 오히려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③중증 질환 위험·가계 부담 여부 따져봐야

게티이미지뱅크

중증 질환 위험 여부와 소득 수준도 따져봐야 합니다. 5세대는 중증 비급여 항목에 연간 자기부담 한도를 두고 있습니다. 추후 내가 내야 하는 치료비 수준을 예측할 수 있죠.

때문에 중증 질환으로 고액 치료가 예상된다면 본인 부담금 상한이 정해진 5세대 전환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기존 가입한 상품의 보장 범위와 보험료 수준도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임신·출산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라면 5세대 실손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보험료 인상 폭도 따져봐야 합니다. 올해 실손의료보험료 전체 평균 인상률은 7.8%입니다. 세대별로는 1세대 3%, 2세대 5%, 3세대 16%, 4세대 20%입니다. 만약 비급여 의료 이용이 많지 않은 저소득층이라면 5세대 전환을 통한 보험료 절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만 기존 실손보험을 해지하면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가입할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실손보험과 함께 암·뇌·심장 등 주요 질환 진단비 보장 상품을 추가로 가입해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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