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비트코인… AI가 구세주 될까[이규화의 글로벌AI]
블록체인이 AI경제 결제·정산 인프라 될지 기대 확산
은행계좌 못 만드는 AI에이전트 블록체인지갑은 가능
기술적 결합이 실사용으로 연결 안 될 경우 헛꿈 될 것

‘침체된 가상자산 업계, 인공지능(AI)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최근 이 같은 제목의 기사에서 침체된 가상자산 시장이 AI와의 결합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최근 가격 급락과 거래량 감소, 규제 강화로 위축된 가상자산 업계는 더 이상 ‘유동성 장세’에만 기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AI라는 거대한 실체 있는 산업과의 접점을 통해 새로운 성장 ‘서사’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 행사와 투자 설명회에서 ‘AI 에이전트’와 ‘온체인 자동화’(On-chain Automation)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며, 블록체인이 AI 경제의 결제·정산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온체인 자동화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내에서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경우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시스템으로 AI와 궁합이 잘 맞는다.
2026년 2월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단지 가격 반등이 아니라 ‘유효성 증명’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상승장이 기대감과 과잉 유동성에 기반했다면, 이제는 AI와 결합해 실질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가 생존의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왜 AI와 가상자산의 결합이 효율적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일까. 디인포메이션의 기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무엇보다 분산형 컴퓨팅의 수요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6년 AI 관련 자본지출(Capex)은 5000억달러(약 724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부족과 비용 급등이라는 병목을 낳고 있다. 이 틈새에서 토큰 인센티브로 유휴 GPU를 연결하는 ‘분산형 물리 인프라 네트워크’(DePIN) 프로젝트가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중앙화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도 연산 자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록체인의 실용적 쓰임을 입증할 수 있다는 기대다.
다음으로는 ‘에이전틱 커머스’의 부상이다. 가상자산 리서치 업체 메사리(Messari)는 ‘암호화 논문 2026’(Crypto Theses 2026)라는 보고서에서 자율적 AI 에이전트가 경제 주체로 활동하는 시장이 2030년까지 30조달러(4경3440조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에이전트는 전통적 은행 계좌를 개설하기 어렵지만, 블록체인 지갑을 통해 결제와 정산을 수행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상자산은 인간이 아닌 기계 간 거래(M2M)의 ‘네이티브 통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
CNBC도 최근 보도에서 일부 프로젝트가 AI 기반 자동 결제와 온체인 계약을 결합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실험 중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신뢰와 진위 판별 문제에서 크립토와 AI는 협력적이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딥페이크와 데이터 조작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더리움 개발자로 유명한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서 블록체인이 AI의 ‘검증 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영지식증명(ZKP; 내가 어떤 정보를 알고 있는 사실을 그 정보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도 상대방에게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하면 AI 모델이 특정 데이터를 변조하지 않았는지, 특정 출력값이 어떤 모델에서 도출됐는지를 투명하게 증명할 수 있다. 이는 AI의 ‘블랙박스 문제’(입력과 출력만 알고 프로세스를 알 수 없는 생성형 AI의 속성)를 완화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블룸버그도 최근 AI 관련 토큰이 급등하는 현상을 전하며, 실질적 검증 인프라를 갖춘 프로젝트만이 장기 생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리스크도 여전하다. 디인포메이션은 AI 붐은 오히려 자본과 개발 인력을 가상자산 영역에서 빼앗아 갔으며, 현재의 ‘AI 토큰’ 열풍 역시 또 다른 투기 사이클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기술적 결합이 실사용 사례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시장 신뢰는 더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AI가 침체된 가상자산 시장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는, 분산형 연산·에이전트 결제·검증 인프라라는 세 측면에서 실질적 성과를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대가 아닌 효용으로 증명하는 단계, 그것이 2026년 가상자산 시장이 마주한 시험대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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