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맞벌이시대 초등학교 시간표
정규수업 오후 1시에 끝나
OECD 평균의 80% 불과
사교육·조부모에 의지해
수업 늘려 돌봄부담 줄여야

지난달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고용통계에 따르면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4.9%에 달한다. 30대 여성 네 명 중 대략 세 명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지표는 2000년대에는 55% 안팎에서 정체돼 있었으나, 2010년 전후부터 상승해 2017년 60%, 2023년 70%를 넘어 이제 75%에 육박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확대되면서 맞벌이 가구도 빠르게 늘어났다. 2011년 30대 유배우 가구 가운데 맞벌이 비율은 41.4%에 그쳤지만, 2024년에는 61.5%로 높아졌다. 불과 10여 년 사이에 출산·육아기로 볼 수 있는 30대 가구의 중심 형태가 외벌이에서 맞벌이로 변화한 셈이다.
실질임금이 상승해온 경제에서 노동시장 참여가 확대되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노동시장의 변화에 맞춰 사회 제반 제도가 충분히 조정돼 왔느냐는 점이다. 초등학교의 시간표는 그 괴리를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한국의 초등학교 수업시수는 OECD 회원국 평균의 약 80% 수준에 그친다. 특히 1~2학년에서 짧은 편이다. 대체로 오전 9시쯤 등교해 오후 1시 전후에 하교하는 반일제 시간표이다. 가정에 보호자가 상시 존재하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반영한 시간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맞벌이가 확산한 오늘날, 초등 저학년의 반일제 시간표는 현실과 충돌한다. 맞벌이 가정의 초등학생이 오후 1시에 하교할 경우 부모가 귀가하는 오후 7시까지 최소 6시간의 공백이 발생한다. 많은 가정이 이 공백을 사교육이나 조부모의 도움으로 메워왔고, 그마저도 어려우면 경력 단절에 이르기도 했다. 이전 세대의 경력 단절 경험은 다음 세대가 출산을 부담스럽게 인식하는 요인도 됐을 것이다.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와 늘봄학교 등의 다양한 정책이 추진됐다. 그러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직종이나 기업 여건에 따라 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돌봄 서비스는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만큼 학교나 지역 여건에 따라 인력 확보와 품질 관리에 편차가 크다는 한계가 있다.
매일 반복되는 6시간의 공백을 부모의 근로시간 단축이나 돌봄만으로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나의 현실적 대안은 학교의 시간표다. 초등 저학년의 정규수업 시수를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으로 연장하는 것은 불가능한 과제일까. 이미 상당수 사립 초등학교에서는 공립보다 늦은 하교 시간을 운영하고 있고, 유치원의 하원 시간 역시 공립 초등학교의 하교 시간보다 늦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학생의 발달 단계 때문에 정규수업 연장이 불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건도 불리하지 않다. 학생 수 감소로 예산과 인력은 총량 수준에서는 재배치할 여지가 있고, 초등교사 임용 대기자도 적지 않다. 그동안 교사에게 권한 없이 책임만 부과됐던 돌봄 시간의 일부를 정규수업으로 전환하고, 이를 교원 급여와 정원 기준에 반영한다면 교사 처우 개선과 임용 대기 완화라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아동기의 교육 투자는 생애 전체에 걸쳐 다양한 사회적 수익을 창출하고, 공교육의 역할이 강화될수록 교육 격차 완화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서양 속담에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젊은 부모들이 많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 말은 다시 생각해볼 만하다. 일하는 부모의 부담을 개인의 문제로만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일정 부분을 사회가 제도적으로 분담할 것인지의 문제다. 초등학교의 시간표 역시 이러한 질문에 응답할 필요가 있다.
[박윤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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