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산업 생태계 전반 체질 개선 … 제조 경쟁력 뿌리 지능화·첨단화

박승주 기자(park.seungjoo@mk.co.kr) 2026. 2. 1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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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주요 기업이 추진하는 상생경영 패러다임이 단순한 '나눔'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성과, 디지털 전환(DX) 노하우를 협력사와 지역사회에 전이해 대한민국 제조 경쟁력의 뿌리를 지능화·첨단화하는 '실전형 혁신'이 본궤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철학 아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을 전방위로 고도화하고 있다. 2015년 시작된 이 사업은 자동화와 판로 개척을 지원하던 단계를 넘어 이제는 AI와 데이터 기술을 제조 현장에 직접 이식하는 '스마트공장 3.0' 단계에 진입했다.

삼성은 매년 100억원씩 3년간 총 300억원을 투자해 600개 중소기업의 지능화 공장 전환을 돕는다. 이는 단순히 설비를 교체해주는 수준을 넘어 삼성의 숙련된 제조 전문가들이 현장에 상주하며 공정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최적화된 제조 알고리즘을 구축해주는 방식이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성과도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충남 홍성의 식품기업 백제는 삼성의 스마트공장 솔루션을 도입한 이후 생산성이 33%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 백제는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면서 매출 460억원을 바라보는 강소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전북 익산의 농기계 부품사인 위제스 역시 삼성의 기술 수혈을 통해 생산성이 52% 증대되는 효과를 거뒀다. 삼성은 인구 소멸 위험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을 우선 지원하며 지역경제 자생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SK그룹은 사회적 가치(SV) 창출에 속도를 내며 협력사 구성원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울산컴플렉스에서 '2026 SK이노베이션 협력사 상생기금 전달식'을 열고 협력사 80곳에 총 30억원을 지원했다. 이번 기금은 설 명절을 앞두고 4500여 명의 협력사 구성원에게 전달됐다. 재원은 SK이노베이션 구성원이 기본급 1%를 기부하고 회사가 동일한 금액을 더하는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조성됐다.

SK이노베이션의 '1% 행복나눔기금'은 올해로 10년째 이어지며 전체 누적 모금액 500억원을 돌파했다. 이 중 협력사 상생기금으로 전달된 금액만 2018년부터 9년간 총 290억원에 달한다. 이 기금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협력사 임직원들의 복지 향상과 안전망 구축에 쓰이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신뢰를 쌓는 핵심 고리가 되고 있다.

기아는 본업인 모빌리티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외 지역사회의 자립을 돕는 차별화된 상생 모델을 안착시켰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부트캠프(Bootcamp)'가 핵심이다. 기아는 지난해 멕시코 등 4개국에서 87명의 전문 정비사를 양성하고 현지 딜러사 취업까지 연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국내에서는 전용 PBV인 PV5를 활용한 'Move & Connect' 사업이 상생의 전면에 섰다. 각 복지기관의 필요에 맞춰 차량 내부를 개조한 맞춤형 이동 수단을 지원함으로써 취약계층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본업의 기술력을 쏟아붓고 있다. 레이와 봉고 등 복지 차량 28대를 전국 시설에 전달한 '노사 합동 사랑나누기' 캠페인 역시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R&D 자금 전액 지원 및 지식재산권 공유라는 파격적인 '혁신 성과공유제'를 도입해 K방산의 뿌리를 다지고 있다. 실패의 리스크를 대기업이 안고 성과는 중소기업에 돌려주는 이 모델은 300억원 규모의 기금을 통해 협력사의 부품 국산화 도전을 뒷받침한다. 한화는 이를 통해 중소 파트너사들이 기술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개발 성공 시 물량 보장과 인센티브를 연계해 동반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LG화학은 투명한 거래 문화 조성과 협력사의 경영 안정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하도급계약서 및 4대 실천사항을 도입했다. 구체적으로는 1061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통해 저리로 운영자금을 지원하며 신한은행과 공동으로 조성한 1000억원 규모의 'ESG 동반성장펀드'를 활용해 협력사의 친환경 소재 개발 및 기후변화 대응 등 ESG 경영 역량 강화를 돕는다는 방침이다.

효성그룹은 대규모 지역 투자와 첨단 전력 기술의 국산화를 통해 국가 산업 인프라스트럭처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경남 창원에 1000억원을 투입해 수출용 공장을 신축하며 지역 기계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7년간의 R&D 끝에 성공한 전압형 HVDC(초고압직류송전) 국산화 기술로 국가 전력망 구축의 핵심 동력을 확보했다. HS효성 역시 조현상 부회장 주도로 '컬처 투게더' 프로그램을 전개하며 임직원 문화 향유와 소통의 문턱을 낮추는 등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에 힘을 싣고 있다.

제조 현장의 노사 관계 역시 대립을 넘어 '가치 창출'을 위한 동반자 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포스코 노사는 '가치 창출형 노사문화 수립을 위한 공동연구'에 착수하며 K노사문화의 새로운 표준 정립에 나섰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권익 향상을 넘어 노동조합이 그룹 안전혁신TF에 직접 참여해 현장 안전을 주도하는 '보텀업(Bottom-Up)' 혁신과 지역사회 공헌 등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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