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미투자 본격화…더 거세지는 압박, 한국은?
한국은 조선 외 에너지·석유화학 분야 거론

일본이 관세 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확정·발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국 압박이 더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상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공개적으로 한국의 대미 투자 속도를 압박한 영향이 일본 등 다른 국가에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외신과 통상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일본은 오하이오주 가스 화력발전소, 텍사스주 아메리카만(멕시코만) 석유·가스 수출 시설, 조지아주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설비 등 3개 프로젝트에 약 360억달러(약 52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은 지난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미국에 5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한·미 전략적 투자 업무협약(MOU)’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19일까지 조선 분야 1500억달러와 에너지·반도체·의약품·핵심광물·인공지능(AI)·양자 컴퓨팅 등 분야에 2000억달러, 총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일본과 달리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 제정, 투자 상한 연 200억달러, 환율 급변동에 따른 투자 지연 등 한국 입장에서 일종의 ‘안전장치’도 넣었다.
그러나 새해 들어 구체적인 대미 투자 프로젝트가 거론되던 일본과 달리 한국은 대미투자특별법 국회 통과 지연 등을 이유로 진척이 더뎌지면서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SNS 트루스소셜에 한국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관세 인상이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고 했지만, 일본이나 유럽연합(EU)은 물론 관세 협상 중이던 대만·인도 등에도 압박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비슷하게 투자를 약속한 일본 등 다른 국가에 던지는 메시지 성격도 있었다”며 “다른 국가들은 ‘우리도 저렇게 될 수도 있겠다’라고 속도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 대미 투자를 확정한 만큼 한국에 대한 압박도 한층 더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국회는 늦어도 다음 달에는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야 갈등으로 실제 법안 처리는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법안 처리 지연과 미국 압박 강화에 대비해 법안 처리 전이어도 대미 투자 프로젝트 후보를 검토할 수 있는 회의체를 가동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3일 출범한 ‘한·미 전략적 투자 MOU 이행위원회’에서 “민관의 전문성을 결집해 각 프로젝트의 경제성·전략적 가치·국익 기여도를 자세히 검토하고 미국 측과 실무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관세 합의 이행 노력을 미국 측에 충분히 전달해 한·미 간 불필요한 오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미 투자 프로젝트 후보로는 조선 관련 인프라뿐 아니라 미국 셰일가스를 활용한 발전소·석유화학 생산 시설, 원자력발전, 초고압 송전·변압기 등 전력 인프라 등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취재진과 만나 “(1호 프로젝트가) 에너지∙원전 등으로 단정된 것이 아니라 여러 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며 “대외 보안 이슈가 있어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법안 통과 일정에 맞춰 합의되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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