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달이 차오른다, 가자!

2000년대 말, 대한민국 가요계에 독보적인 가수가 한 명 등장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팔을 벌려 흐느적거리며 노래하던 장기하는 '싸구려 커피', '달이 차오른다, 가자'와 같이 특이한 제목과 타령처럼 말을 늘려 부르는 독특한 창법으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며 흥행했다.
필자는 '달이 차오른다, 가자' 노래를 들을 때마다 화자가 어디로 가자고 하는 것인지 항상 궁금했다. 이번 글에서는 달이 차올랐을 때만 관측할 수 있는 천문 현상인 월식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월식은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현상으로, 태양-지구-달 순서로 세 천체가 일직선으로 정렬할 때 관측할 수 있다. 이렇게 태양-지구-달의 순서로 천체가 정렬하는 것을 '충의 위치에 있다'라고 표현하며, 이때에는 보름달을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보름달이 뜰 때마다 월식이 일어나지는 않는데, 이는 달의 공전궤도가 지구 공전궤도보다 약 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달이 지구의 그림자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구의 그림자는 짙은 그림자인 본영(본그림자)과 옅은 그림자인 반영(반그림자)이 있는데, 달이 어느 그림자에 들어가는지에 따라 크게 3가지 월식이 관측된다.
달이 지구의 반영에 들어가면 달이 조금 어두워지기만 하는 반영 월식이, 달이 지구의 본영에 일부 들어가면 일부만 가려지는 부분 월식이 관측된다. 달이 지구의 본영에 온전히 들어가면 검붉은 달을 관측할 수 있는 개기 월식을 관측할 수 있다.
언뜻 생각하면 그림자에 들어가기 때문에 아예 달이 보이지 않을 것 같지만, 태양에서 나온 빛 중에서 파장이 짧은 파란 빛은 지구의 대기에서 산란하고, 파장이 긴 붉은 빛이 굴절되어 달에 도달하는 레일리 산란 때문에 검붉은 달이 관측된다.
월식과 일식이 일어나는 원리를 알기 전에 살던 사람들은 대개 이것을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였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스콜과 하티라는 두 마리 늑대가, 잉카 문명에서는 재규어가 달을 먹으면 월식, 해를 먹으면 일식이 일어난다고 믿었다. 일부 문명에서는 악마가 하는 소행으로 믿어 월식과 일식이 발생하면 먹은 것을 뱉어내라고 창으로 위협하거나 소리를 질렀다고도 한다.
이러한 인식이 반영된 것인지 월식과 일식의 식은 '食(먹을 식)' 또는 '蝕(좀먹을 식)'을 사용한다. 특히 단독으로 한 천체가 다른 천체에 의하여 가려지는 현상을 의미하는 '식'은 '좀먹을 식'만을 사용하는 것이 표준어이다. 하지만 지동설이 널리 퍼지며 식 현상의 원리가 밝혀지며 이러한 믿음은 점차 없어졌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이름 속에 남아있다.
오는 3월 3일은 음력 1월 15일인 정월 대보름으로 옛날에는 설날보다 더 성대하게 지냈던 명절이다. 이날에는 부럼, 오곡밥, 귀밝이술 등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과 안녕을 빌고, 밤에는 달맞이를 하며 달집태우기 및 쥐불놀이를 한다.
올해의 정월 대보름은 평년보다 더 특별한 이벤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오후 6시 50분경 부분 월식이 시작되고, 8시 4분부터 60여 분 동안 개기월식을 관측할 수 있다.
다시 달이 차오르는 부분식은 10시 17분경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가족과 함께, 소중한 사람과 함께 2026년의 건강과 안녕을 빌며 우주의 이벤트를 즐기길 바란다. 달이 차오른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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