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톡커] 인플레 주범 ‘철강 관세’도 1년 만에 후퇴하나

뉴욕=윤경환 특파원 2026. 2. 1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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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46>
FT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관세 완화 계획”
국산화 겨냥 50% 인상...무역합의 때도 제외
美기업도 생산비 부담...소비물가 즉각 반영
지지율 ↓...텃밭 텍사스서도 선거 완패 충격
포스코·현대제철 수천억 稅부담 덜지 주목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 제공=포스코그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부과한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를 일부 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최대한 낮추겠다는 복안의 일환이다. 철강을 비롯한 금속류는 ‘산업의 쌀’로 불릴 정도로 거의 모든 업종이 기초 소재로 쓰는 핵심 원자재다. 이런 까닭에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 조치는 대통령의 정책 목표와 달리 그간 미국의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련 관세를 일부라도 완화한다면 포스코(POSCO홀딩스(005490)), 현대제철(004020) 등 한국 기업이 부담하던 수출 비용도 상당 부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FT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관세 완화 계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3일(현지 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일부 관세를 완화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FT가 인용한 3명의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제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고 제품 목록 확대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특정 제품을 대상으로 목표를 좀 더 명확히 한 국가안보 조사에 착수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역시 같은 날 CNBC 인터뷰에서 “대통령보다 앞서 나가지는 않겠다”면서도 “(관세 적용 범위에 대한) 일종의 축소가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17일 CNBC 인터뷰에서 “규정 준수를 위해 일부 관세가 적용되는 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정책을 완화하고 나선 것은 들썩이는 서민 물가 때문이다. FT는 미국 상무부와 USTR 당국자들이 관세 부과로 음료·식품 캔이나 파이를 굽는 틀 같은 일상적 제품 가격의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타격을 입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상무부는 철강·알루미늄을 이용해 만든 외국 경쟁사의 제품에 대해 미국 기업이 관세 부과를 요구하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50%의 관세를 맞는 가정용 제품의 목록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의 관세 구조를 더 단순하게 조정하고 싶어하는 이유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3월 12일 기존 국가별 면세 쿼터와 예외 조치를 모두 폐지하고 모든 국가의 철강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 연간 수출 물량을 과거 3년 평균치의 70%로 제한하는 기존 쿼터제는 피하게 됐지만, 대신 모든 물량에 대해 25% 관세 부담을 안고 수출하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나아가 같은 해 6월 4일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율을 무려 50%까지 끌어올렸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을 통해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조항이다. 철강을 비롯해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 관한 관세의 근거가 되는 무역확장법 232조는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심리하는 상호관세 적법성 사건과도 무관한 사안이다. 철강 관세의 경우는 트럼프 1기 때 이미 행정부가 승소한 이력도 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나아가 지난해 8월 19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품목 관세가 적용되는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을 407개 더 추가했다”고 알렸다. 산업안보국은 “407개 제품의 철강·알루미늄 함량에 50%의 관세율이 적용되는 것”이라며 “풍력 터빈과 부품·구성품, 모바일 크레인, 불도저, 기타 중장비, 철도차량, 가구, 압축기·펌프 등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50% 관세 적용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 수를 기존 615개에서 1022개로 단번에 늘린 것이다.

국산화 통해 고용 창출 꾀했으나...자국 기업도 생산비 급등 유탄


애초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은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국가 안보 보호 때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이 탱크, 군함, 전투기 등 군사 장비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자원이라고 보고 이를 국산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세를 통해 수입 가격을 강제로 높이면 미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으로 믿었다. 또 이 같은 조치가 러스트 벨트(제조업 쇠퇴 지역)의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과잉 생산을 막고 무역 적자를 줄일 목적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때문에 지난해 7월 27일 유럽연합(EU)와 상호관세, 자동차 관세를 각각 15%로 낮추는 무역 합의를 맺을 때에도 철강·알루미늄과 의약품 관세는 양보하지 않았다. 같은 해 11월 13일 한국과 무역 합의를 체결할 때에도 공동 팩트시트(자료집)에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 인하는 포함하지 않았다.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는 각각 25%에서 15%로 내리면서도 철강·알루미늄 만큼은 마지막까지 국가 안보 핵심 품목으로 봤던 까닭이다.

문제는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의 부작용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다. 철강·알루미늄 관련 관세는 해외 기업뿐 아니라 미국 내에 공장을 짓는 기업들도 연쇄적 타격을 함께 입는다는 점에서 다른 품목과는 크게 구분된다. 원재료, 생산 설비 등 철강·알루미늄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제조업 분야는 사실상 없기에 이는 곧장 생산비와 소비자 비용으로 전가되는 결과를 낳았다.

무엇보다 물가 부담으로 행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악화되는 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4일 발표된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512명 가운데 72%가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응답자 52%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경제가 악화됐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히 의료비와 식품 등 소비재 가격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답한 비율이 각각 93%, 92%에 달했다. 주거비, 전기요금에 대해서도 89%, 85%가 걱정된다고 답변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12일 공개한 연구 보고서에서 지난해 1~8월 관세 부담의 94%가 미국 수입업자의 몫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 비중은 9~10월 92%로 낮아진 뒤 11월 86%로 더 낮아졌다. 지난해 미국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2.6%에서 13.0%로 상승했다. 메리 아미티 뉴욕연은 리서치·통계그룹 노동·생산성 국장은 “지난해 첫 8개월 동안 관세 부담의 94%를 미국 수입업자가 부담했다는 결과는 10% 관세가 외국 기업의 수출 가격을 단지 0.6%포인트 하락시켰다는 의미”라며 “미국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높은 관세로 인한 경제적 부담 대부분을 계속해서 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11일 연방의회 산하 예산 분석 기관인 의회예산국(CBO) 역시 “외국 수출 업체는 관세 비용의 5%만을 흡수했다”며 “단기적으로 미국 기업들이 이윤을 줄여 수입 가격 인상의 30%를 흡수할 것이고 나머지는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 부담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해 11월 소고기·커피·바나나 등에 대한 관세도 슬그머니 폐기한 바 있다. 12월에는 소파와 가구 관세를 1년 유예했고, 올해 1월 1일에는 이탈리아 파스타에 매기기로 한 92% 반(反)덤핑(대량 저가 판매)관세를 10% 안팎으로 내렸다. 반도체·의약품 등 주요 품목 관세 상당수도 특정 국가에 대한 협상 수단으로만 활용했을 뿐 막상 제대로 부과한 적은 없다.

소비자 물가 즉각 반영, ‘텍사스 선거 완패’ 민심 악화...포스코·현대제철 수천억 관세 부담 덜지 주목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서민 체감 경기 악화로 중간선거를 내줄 경우 자칫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4일 뉴저지주와 버지니아주 주지사, 뉴욕시장 선거에서 모조리 패했다. 뉴욕시장 선거의 경우는 임대료 동결, 최저임금 인상, 무상버스 확대, 무상보육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아예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조란 맘다니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척점에서 당선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달 31일에는 미국 텍사스 주의회 상원 제9선거구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57%를 득표해 43%의 표를 얻은 공화당 후보를 14%포인트 차로 따돌리는 대이변까지 발생했다. 텍사스주는 전통적인 공화당의 텃밭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11월 6일 대선 승리 당시 해당 선거구에서 58%를 득표해 41% 득표에 그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을 여유있게 따돌린 바 있다. 불과 1년 남짓 만에 투표 성향이 31%포인트나 뒤집힌 셈이다. 미국은 내년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 435석 전체, 상원 100석 중 34석, 주지사 50석 중 36석을 새로 뽑는다.

그나마 올 들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안정되는 흐름은 보이고 있으나, 민심은 여전히 냉담한 상황이다. 지난 13일 미국 노동부는 1월 CPI가 지난해 1월보다 2.4%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었다. 더욱이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2.5% 올라 2021년 3월 이후 4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백악관은 당시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CPI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위기를 물리쳤다는 점을 증명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관세로 인한 급등 증거가 전혀 없이 인플레이션을 계속 다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제 이에 따른 수혜 국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FT는 13일 영국과 멕시코, 캐나다, EU 회원국 등이 그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한국 또한 관세 변화 영향을 받을 주요국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9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포스코와 현대제철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두 회사가 지난해 3~12월 부담해야 할 대미 관세는 총 2억 8140만 달러(약 4000억 원)로 추산됐다. 관세율 50%가 적용된 6~8월에만 9040만 달러의 관세를 지불했다. 만약 50%의 관세를 올해 1년 내내 낼 경우 연간 총 부담액이 4억 달러(약 5800억 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를 얼마나 조정하는지는 앞으로 물가 부담 수준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20일 발표되는 지난해 1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관건이다. PCE 물가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지표다. 시장 예상치는 전달 대비 0.3%,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 상승이다. 근원 PCE 물가지수는 각각 0.3%, 2.9% 상승으로 점쳐진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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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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