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현장] “공무원이 만든 AI, 행정 혁신의 길을 열다”

이현희 기자 2026. 2. 1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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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 인공지능 연구 동호회
공문 자동 작성·보도자료 생성 등 10종 AI 서비스 개발
자발적 연구·협업으로 조직문화 혁신, 전국 지자체 주목
행정을 위한 행정, 제도를 위한 행정이 아닌, 주민들이 지역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적극적인 '발상'이 녹아든 '현장'을 찾아봅니다.
양산시 인공지능 연구동호회가 정기모임을 열고 자체 개발한 '양산시 업무용 AI 어시스턴스 서비스' 업그레이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양산 인공지능 연구 동호회

양산시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인공지능 연구 동호회'가 행정 혁신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민간 기술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현장 공무원들이 직접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개발해 전국 공직사회에 확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동호회는 2024년 2월 14개 부서 소속 공무원 16명이 뜻을 모아 출범해 현재 회원 10명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동호회에는 흔히 AI와 관련 있는 전산직뿐만 아니라 행정·시설 등 다양한 직렬 공무원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매달 정기 모임을 열어 공개된 대규모 언어 모델(LLM) 문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주말·공휴일 '코딩 데이'를 운영하며 모델 기본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코딩 실습을 병행하고 있다.

오대웅(47·전산 6급) 회장은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공공기관에서도 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났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정보통신과 근무 당시 AI 사업을 접하며 연구하다 보니 양산시에서도 관심이 많은 직원이 함께 모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행정과에 동호회 설립 신청을 하고 정식 활동에 나선 것이 시작"이라고 말했다.
양산 인공지능 연구 동호회에서 자체 개발해 전국 공무원이 활용하는 '양산시 업무용 AI 어시스턴스 서비스' 화면 갈무리. /양산 인공지능 연구 동호회

전국으로 확산하는 '양산 모델'

이후 동호회는 '실무자가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행정 혁신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으로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도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 형식 누리집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동호회가 개발한 '양산시 업무용 AI 어시스턴스 서비스'는 단순한 실험을 넘어 실제 행정업무에 적용되고 있다. '양곡배부 대상자 입금 확인 서비스', '공문 생성 자동화 프로젝트', '보도자료·인사 말씀 자동 작성 서비스' 등 모두 10종의 AI 기반 행정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자동화해 공무원 업무 부담을 줄이고 행정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특히 '공문 생성 자동화 프로젝트'는 통신판매업, 부동산중개사무소 등 반복적으로 생산되는 공문을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서비스이다. 필수 값만 입력하면 공문이 완성돼 담당자들이 "업무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평가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아울러 AI를 활용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도 성공했다. 최근 5년간 정부합동감사 데이터를 포함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완료하고 언제 어디서든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양산시의 시도는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청, 울산 중구청, 충북도청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동호회와 협업을 요청해 AI 행정 혁신을 공유하고 있다. 밀양시와 경기 성남시도 공동 개발을 추진하며, '양산 공공형 생성형 AI 플랫폼'은 이미 전국 공무원이 활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동호회는 각종 대회와 평가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2024년 11월 지방공무원 정책연구 발표대회에서 '자치인재개발원장상'을 받았고, 2025년 5월 제1회 지방정부 AI 혁신 대상에서는 '행정분야 혁신 1위'에 선정됐다. 이어 같은 해 7월 ㈔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 '우수행정 및 정책사례 선발대회'에서는 최우수상을 거머쥐는 등 공직자가 직접 만든 AI 혁신 사례로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양산 인공지능 연구 동호회는 2025년 5월 제1회 지방정부 AI 혁신 대상에서 '행정분야 혁신 1위'에 선정되는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양산 인공지능 연구 동호회

조직문화를 혁신하는 AI 활용

동호회는 단순히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았다. 2024년 1월부터 7월까지 행정게시판에 22편의 글을 연재하며 '일하는 방식 혁신'과 '조직문화 개선'을 주제로 공직사회 내부 담론을 확산했다. 이 과정에서 MZ세대 공무원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수평적 소통과 협업 문화가 자리 잡는 계기도 마련했다.

양산시청 소통담당관실은 동호회와 협업해 '혁신 실행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AI 기반 행정업무 자동화, 협업 활성화, 보고·회의 문화 개선 등이 포함됐다. 실제 '브라운백 미팅'을 통해 기관장과 젊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문화도 도입했다.

동호회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은 송동욱(37·시설 7급) 주무관은 "AI가 처음 나왔을 때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서로 다른 시각에서 정보를 알아가다 보면 교집합이 생겨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사람이 쓰는 역량에 따라 AI가 나오는 결과가 천차만별인 것처럼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올바른 행정 혁신 방향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동호회에서는 AI가 공무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 동반자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시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구라는 사실에 공감하고, 거대한 예산이나 외부 전문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공무원의 자발적 연구와 협업으로 행정 혁신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오 회장은 "지금까지 외국산 AI 모델을 이용하면서 내부 정보나 개인정보 등을 활용하는데 제약이 컸다"며 "정부에서 대한민국 소버린 AI 모델을 만든다면 그 모델을 적용한 행정 업무 필요성이 더욱 커지는 만큼 지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로컬 모델을 한발 앞서 고민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