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핑계였나… 대형 베이커리카페의 민낯

손유지 2026. 2. 1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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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제도 취지 비튼 가업상속공제 논란
부동산 자산가들의 ‘빵카페 상속세 회피술’ 실태
국세청, 위장 제과점 현장조사로 탈세 검증 착수
편법은 막고 성실 경영 보호할 제도 개편 과제
[지데일리] 최근 수도권 교외를 중심으로 늘어났던 대형 베이커리카페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주말이면 인파로 붐비던 ‘감성 빵카페’ 대신 굳게 닫힌 철문과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은 채 방치된 건물들이 눈에 띈다. 표면적인 이유는 개인 부득이한 사유나 재정 구조조정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국세청이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2020년대 SNS를 통해 인기를 얻은 대형 베이커리카페들은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 전원지대에서 ‘감성 명소’로 자리 잡으며 주말 관광지로 각광받았다. 일부 카페들은 매출뿐 아니라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도 자산을 늘렸다. AI생성

국세청이 대형 베이커리카페를 대상으로 이례적인 편법 상속·증여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단순히 ‘식당업’의 한 유형으로 인식되던 베이커리카페가 최근 고액 자산가들의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지적이 확산되면서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업상속공제’를 교묘히 활용한 사례가 늘어나자 정부가 실태 파악에 나선 것이다.

제도 취지를 비튼 ‘빵카페 상속술’

조사의 핵심은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악용 사례 여부다. 이 제도는 10년 이상 동일 업종을 영위한 중소·중견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재산에서 공제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취지는 장기간 성실히 사업을 유지해온 기업이 상속세 부담으로 폐업하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 제도가 ‘제과점’으로 분류된 업종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커피전문점은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빵을 제조·판매하는 제과점’으로 사업자등록만 하면 베이커리카페도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을 일부 자산가들이 악용했다.

토지 자산만 300억 원 규모인 부유층이 베이커리카페를 설립해 ‘10년간 가업 유지’ 요건을 충족시키면, 상속 시 136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후 자녀는 5년간만 사업체를 유지하면 상속세 면제를 그대로 적용받는다. 결과적으로 제도의 보완 의도였던 ‘가업 보호’가 ‘부동산 자산 승계 수단’으로 변질된 격이다.

빵은 구워보지도 않았다?

국세청이 최근 주목한 건 이들 중 상당수가 실제 제과 기능을 갖추지 않은 ‘위장 제과점’이었기 때문이다. ‘베이커리카페’ 간판을 내걸었지만 판매의 대부분은 음료, 특히 커피였다. 실내에는 커피머신만 있고, 제빵 설비는 형식적으로 갖춰졌거나 전혀 없는 곳도 있었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제빵사는 없고 외부 제과점에서 빵을 납품받아 진열만 하던 곳이 많았다. 사실상 커피 전문점인데 제과점 코드로 등록된 것”이라고 했다.

국세청은 이 같은 형태의 업장이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편법 운영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사업자등록증 상의 업종이 제과점이라고 해서 법 취지를 충족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은 수도권의 대형 베이커리카페 중 자산 규모, 매출 대비 부동산 비중, 사업주 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됐다.

세무조사 아닌 ‘진단’... 파장은 크다

이번 조사는 본격적인 세금추징 단계의 세무조사가 아니라 실태 파악 및 제도 개선을 위한 전단계 성격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일부 카페 운영자들은 세무사 상담을 요청하고, 사업권을 법인으로 이전하거나 폐업을 준비하는 사례도 늘었다.

국세청은 정상적인 제과점 운영은 보호하되,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상속 회피는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것이며,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재정경제부에 제도개선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조사 항목에는 단순 매출 구조뿐 아니라 사업장 토지의 실제 활용도 포함된다. 주차장, 정원, 건물 부속 토지 등이 영업 공간으로 활용되지 않으면서 가업상속 자산으로 포함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법인 형태로 운영될 시 대표이사의 실질적 경영 참여 여부와 지분율도 들여다본다. 명의만 바꾼 ‘페이퍼 운영’이나, 창업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한 때에는 별도 세무조사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감성카페’에서 ‘세금 피난처’로

베이커리카페는 2020년대 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서울 외곽이나 경기 남·북부의 전원 지역에 위치한 대형 카페들이 ‘감성 명소’로 떠오르며 주말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다. 매출도 컸지만, 부동산 가치 상승이 더 큰 자산 증식 수단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물 부지 확보와 인테리어비용만 수십억 원을 들여도 본인 명의 토지가 남기 때문에 베이커리카페는 사실상 ‘상속용 부동산 포트폴리오’로 여겨졌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는 ‘테마카페형 부동산 투자’에 가까운 모델이 확산됐다. 겉으로는 소비 트렌드를 따른 ‘문화공간’이었지만, 속내는 세금 절약을 위한 전략적 설계였던 것이다.

제도 허점과 사회적 형평성 논란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두고 제도의 기본 취지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지적한다. 애초 가업상속공제는 기술력과 고용을 유지하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자산가들이 이를 이용해 세 부담을 회피하면 성실납세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심화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가업’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단기적 투자와 탈세성 운영이 늘면 제도 신뢰도가 추락한다”며 “업종 분류 기준과 실제 영업 실태 간의 불일치부터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또 카페·제과·외식업의 경계가 허물어진 산업 현실을 법령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단순히 빵을 굽는지 여부만으로 공제 여부를 갈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책적 과제, ‘상속공제의 선별적 개편’

정부는 대형 베이커리카페의 편법 상속 논란을 계기로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전면 개편에 나선다. 국세청은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도의 구조적 개선안을 마련해 재정경제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개선 방향의 핵심은 세 가지다. 우선 ‘제과점’의 법적 범위를 명확히 해 커피 중심 매장은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업종 분류기준을 정교화한다. 더불어 형식적 사업자등록이 아닌 실제 생산설비·고용 인원·매출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사업 실태 중심 공제 제도’를 도입한다. 여기에 창업 자금과 증여 이력, 회계 처리 내역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강화해 자금출처를 투명하게 검증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가업승계 제도’의 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하고, 제도의 본래 목적대로 장수기업의 세대 간 승계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상속세 자체의 누진 체계와 중소기업 보호 정책의 균형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단순히 규제 강화로만 접근한다면 실제 영세 제과점이나 가족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속공제의 공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보완하려면 업종별 실질심사제와 경영참여 요건을 정비하는 게 핵심”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다.

'가업'의 의미와 산업의 재정립이 필요한 때

이번 논란은 세금 문제에서 나아가 ‘가업’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부동산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가업’을 설정하는 사회 구조에서는 진정한 기술과 전통의 계승이 설 자리가 좁다. 반면 세무 리스크를 피하려다 문을 닫은 중소 제과점들은 자신들이 역차별당했다고 호소한다.

‘동네 빵집’을 지키려는 정책은 언제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상속용 베이커리카페’가 더 늘어난 현실은 제도적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정부와 업계, 소비자 모두가 가업상속의 원래 취지를 되살리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세청 조사 이후 베이커리카페 업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더 이상 ‘감성 마케팅’만으로는 버틸 수 없고, 투명한 경영구조와 상속 구조 공개가 필수로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편법을 막되 창의적 외식 산업의 성장을 막지 않는 균형 있는 제도 설계를 내놓아야 한다"며 "납세 공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정직하게 일하는 사업자가 보호받는 세정 환경이 이번 논란이 남긴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했다.